개발자를 위한 인지 편향·심리 기술 완전정복 | 설득의 심리학 실무판
엔지니어링 회의에는 특유의 패턴이 있습니다. 기술적으로 옳은 방향이 분명한데도 합의에 이르지 못합니다. 거꾸로, 충분한 논의 없이 합의해 버려 나중에 문제가 드러나기도 합니다. 둘 다 인지 편향이 얽혀 있습니다.
회의에서의 앵커링 효과는, 맨 처음 발언한 사람이 논의 전체의 방향을 결정짓는 형태로 나타납니다.
설계 리뷰 회의에서 누군가 맨 먼저 "마이크로서비스로 갑시다"라고 발언하면, 그 뒤의 논의는 마이크로서비스를 전제로 흘러가기 쉬워집니다. 모놀리스가 더 적절했더라도, 처음의 앵커에서 벗어나려면 '마이크로서비스가 부적절한 이유'를 적극적으로 주장해야 하는데, 이것은 심리적으로 비용이 큰 행동입니다.
앵커링 효과를 누그러뜨리는 실천적인 방법은, 발언하기 전에 각자 의견을 적어 보는 것입니다.
회의의 첫 5분을 '사일런트 브레인스토밍'에 할당합니다. 참가자 각자가 포스트잇이나 문서에 자기 의견을 적고, 한꺼번에 공유합니다. 플래닝 포커와 같은 원리로, 다른 사람의 의견에 영향받기 전에 자기 생각을 굳히면 앵커링의 영향을 가장 작게 만들 수 있습니다.
아마존의 '6페이지 메모' 방식은 이 원리의 철저한 판본입니다. 회의를 시작할 때 전원이 제안 문서를 묵독하고, 개인의 이해가 굳어진 뒤에 논의를 시작합니다. 맨 처음 발언자의 앵커에 끌려가는 것을 구조적으로 막는 것입니다.
심리학자 배리 슈워츠가 제시한 선택의 역설은, 선택지가 늘어날수록 의사결정이 어려워지고 만족도도 떨어지는 현상입니다.
기술 선정 회의에서 후보 프레임워크가 10개 늘어선 상태를 떠올려 보세요. 모든 후보를 공정하게 비교하려 들면 인지 비용이 폭발합니다. 그 결과 "이제 아무거나 괜찮아"라는 결정 피로에 빠지거나, 가장 익숙한(곧 현상 유지 편향) 선택지로 흘러갑니다.
효과적인 회의는, 논의 자리에 들고 들어오는 선택지의 수를 3개 이하로 좁힙니다.
사전 조사 단계에서 후보를 빠짐없이 목록화하고, 분명한 기준으로 추려 낸 다음, 회의에서는 최종 후보 3개에 대해서만 논의합니다. 선택지를 좁히는 과정과 그 근거를 공개하면, "달리 더 나은 선택지가 있었던 게 아닐까" 하는 불안도 줄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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