茶에 '미쳐가는' 사람들

by강화

오늘의 차 공부는 차의 성분, 제다 등 지식이 아닌,

차와 사람들, 그리고 잠재되어 있었던 자연의 메시지에 대해 적어보려 한다.


요즘은 매일같이 제다하러 오는 학생들을 본다.

이 사람들 점점 '미쳐'간다. 차에.

이 표현보다 정확한 표현은 없다.


어떤 이는 하루 밤 꼴딱 새고 그다음 날 오후까지 제다하고 집으로 돌아간다.

어떤 이는 두 시간만 자고 다시 나와 홍차의 산화를 본다. 이번엔 아예 침낭까지 가져와 제다실 옆에 '노숙'한다.

어떤 이는 블랜딩차를 만들려고 그다음 날 바로 제주 애플망고를 사들고 와서 시도한다.

어떤 이는 자신과 닮은 블랜딩 차를 만들어 팽주를 하면서 제다과정을 설명한다.

어떤 이는 이렇게 미쳐있는 자신을 보며, 수능도 이렇게 안 했다며 다시 제다에 몰입한다.

어떤 이는 이들을 보며 다시 제다하고 싶어 시간 내 차밭으로 향한다.


모두들 이렇게 절절하게 미쳐간다.


차 공부하는 난 이들을 곁에서 지켜보며 다시 생각한다.

차가 무엇인가? 무엇이 이들의 심장에 불을 지폈는가?


이들은 모두 제주라는 자연 속에 풍덩 뛰어든 사람들이다.

제다에 집중하다 보면, 무아경이 되며 오로지 현재에 존재한다.

찻잎은 이런 이들에게 자연이 변하는 과정을 시시각각 알려주고 있었던 게 아닌가?


차는 향과 맛으로 인간과 소통한다. 제다 하는 사람들은 그 향과 맛이 1분 1초마다 변화하는 과정을 오감으로 느낀다. 봄이 연상되는 풀내음이 청사과향으로 변하고, 여름과 같은 꽃향이 또 복숭아향이 되었다가 청량한 수박향으로 변하기도 한다. 그뿐인가. 가을이 떠오르는 나무 장작향과 볏짚향이 나기도 하고, 겨울과 같은 군밤과 군고구마향이 난다. 이 과정 속에서도 수백 가지 혹은 수백만 가지의 변주가 시시각각 일어난다. (언어가 이를 표현하는 게 한계가 있을 뿐, 향과 맛의 한계는 없다.)


이 맛을 알아버린 이들과, 이를 지켜보며 차 공부를 하는 난, 잠시 멈춰 차를 바라본다.

조급함을 내려두고 오늘도 나라는 생명에게 주어진 속도로 차를 알아간다.

자연을 알아간다. 온몸으로.


차 공부, 8차 정리 끝

26년 9월 7일 (월)

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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