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가끔 그녀가 사람을 말하면 때로는 ‘사랑’이라는 소리가 나온다.
가끔 그녀가 사랑을 말하면 때로는 ‘사람’이라는 소리가 나온다.
언젠가 사랑에 관한 시구를 써 내리다가 무심코 떠올린 이 문장은 나도 모르는 사이 오랜 세월 내 삶의 지침이 되어 버렸다. 그렇다고 내가 무슨 사사건건 사랑에 목매는 로맨티시스트는 아니었다. 그런데 무슨 조화인지 이 두 문장에 꽂힌 나는 분명 발음도 다르고 의미도 다른데 어쩌면 이 둘은 떼려야 뗄 수 없는 사이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주 단순하게는 사람이 있는 곳에 사랑이 있고 사랑이 있는 곳에 사람이 있다고 온전히 믿고 싶었던 것인지도 모른다.
누군가는 이 말에 무슨 쉰 소리냐고 할지 모르겠지만 나는 종종 이 둘, 사람과 사랑이 묘하게 닮아 있다고 느낀다. 사람은 사랑 없이는 존재하기 어렵고 사랑도 사람 없이는 드러내기 어려우니 이 둘이 각자인 듯하면서 또한 하나라고 한들 아주 틀린 말은 아니겠거니 하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내 존재의 시작도 사랑이었으며 거슬러 올라가면 인류의 시작도 사랑이었으리라 짐작되는 것이다.
하지만 세상에는 양지가 있으면 음지가 있듯이 그렇지 않은 사람도, 그렇지 못한 사랑도 존재하기에, 때로는 사람이 사랑이 아니면 악으로 남기도하고 그런 사랑이 선한 사람을 빙자하면 몹쓸 결과가 초래되기도 한다.
이를테면 혹자는 돈을 세상의 최고라 여기며 돈이 있어야 사람 구실을 하고 사랑도 돈이 있어야 할 수 있는 거라고 큰소리치곤 한다. 그래서 사랑도 돈으로 살 수 있다고 오판한다. 설령 돈으로 사랑을 샀다 한들 그 사랑을 돈으로 치장할 수 있는 기간은 그리 오래가지 않는다. 돈에 혹한 사랑이라면 그 내면 어딘가에서는 또 다른 진정한 의미의 사랑을 갈구하고 있지 않을까 싶어서이다. 또 사랑을 소유라고 생각하는 이는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은 자기 멋대로 해도 된다는 착각 속에 빠지기도 한다. 사랑은 오히려 있는 그대로를 인정하는 것부터 시작된다는 것을 안다면 사랑은 소유가 아니라 상대를 통해 더 큰 사람으로 나아가는 거라는 것도 알게 된다.
인면수심(人面獸心)이라고, 세상에는 사람이되 사람 같지 않은 사람들이 또 얼마나 많은가.
때로는 나와 가장 가까이에 있는 사람조차 이해하기 어려울 때가 부지기수인데 상대방인들 어떻게 나를 마냥 좋게만 봐주기를 바랄까. 터무니없는 욕심이 맞다.
한 마디로 사람을 사랑하는 일은 사람이라 쓰고 사랑으로 읽는 것처럼 세상 쉽지 않은 일이라는 것이다.
그럼에도 나는 사람을 사랑으로, 사랑을 사람으로 읽으려 한다.
그래서 조금 더 사람과 사랑 가까이 발을 내디디려 한다. 때론 나와는 너무 많이 달라서 혹은 내가 알던 사랑과는 너무 간격이 커서 난감할 때도 있지만 그것 또한 사람을 사랑으로 읽으려면, 사랑을 사람으로 읽으려면 감내해야 할 것들이 아닐까.
어느 날 문득 사람이 사랑인 것에 마음이 동하고 사랑이 사람인 것에 빠질 때가 있을 것을 믿기에 나는 무한정 고개를 끄덕이며 이렇게 받아들이고 싶다.
사람이라 쓰고 사랑이라 읽으며 살아야겠다.
사랑이라 쓰고 사람이라 읽으며 살아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