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유빛색
어릴 적부터 우유를 좋아했다. 초코도 좋아한다. 하지만 초코우유는 싫어한다. 우유의 순수한 맛을 초코가 해치는 것 같아서다. 달콤한 초코를 편애하면서도 유독 초코우유만큼은 멀리했다. 순수한 우유의 결을 초코의 짙은 갈색빛이 흐트러뜨리는 것 같아서였다. 카페에서도 카페인 허용량을 채우고 나면 주저 없이 흰 우유를 집어 들곤 한다.
생각해보면 우유와의 인연은 의무에서 시작되었다. 키가 자라기를 바라는 어른들의 등쌀에 못 이겨 매일 마셔야 했던 한 컵의 흰 액체. 하지만 강요받던 그 시절의 의무감이 사라진 지금도, 나는 기회가 될 때마다 일부러 우유를 찾는다.
마실 때마다 혀끝을 적시는 그 희고 맑은 빛이, 언젠가는 마침내 내 피부 위에도 투명한 그 희고 맑은 빛이 조금씩 스며들어,우윳빛 한 겹으로 내려앉을 것이라는, 아주 어리고도 여린 소망 때문이다.
문득 그런 생각이 스친다. 내가 초코우유를 그토록 경계했던 진짜 이유는, 혹시 그 탁한 갈색이 나의 하얀 새기부의 꿈을 방해할까 두려웠기 때문은 아니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