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지런히 살고 게으르게 기록하기
글은 계속 쓰고 싶은데, 이상하게 늘 남겨지지가 않는다. 짧게 쓸 바엔 아예 쓰지 않겠다는 괜한 고집을 핑계 삼아, 육아에 지친 몸과 마음 뒤로 자꾸만 기록을 미뤄둔다.
하루는 분명 육아로 꽉 채워 지나갔는데, 막상 남은 건 정신없이 찍어둔 아이의 사진과 동영상뿐이다. 핸드폰 안에 담긴 아이의 웃음과 귀여운 순간들을 가만히 들여다보다 보면, 문득 알 수 없는 감정이 밀려온다. 그 수많은 기록들이 정작 그것을 찍기 위해 분주했던 시간의 밀도, 찰나의 피로, 가끔의 꾹꾹 눌러낸 마음까지 담아내지는 못하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어쩌면 나는 피곤해서 글을 못 쓰는 게 아니라, 너무 정신없이 삶을 살아내느라 기억을 천천히 들여다볼 틈조차 없는 건지도 모른다. 하루를 통과하는 데에만 온 힘을 쓰다 보면, 그것을 남길 여유는 점점 뒤로 밀린다.
아무 기록도 할 수 없는 날들은, 역설적으로 가장 성실하게 살아낸 날들 일 것이다. 비록 글로 남겨두진 않았어도, 내 마음은 오늘의 아이 곁에 가장 오래 머물러 있었을 테니까.
...라고 합리화 해보지만, 사실은 그냥 매일 밤 기절하듯 잠드는 나를 위한 눈물겨운 변명일지도 모르겠다. 다들 이 폭풍 같은 육아를 어떻게 해내고 있는 걸까. 내가 유난인 건지, 원래 이런 건지 아직도 모르겠지만, 확실한 건 이 세상 모든 엄마들은 정말 여러모로 너무너무 대단하다는 사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