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 열 시 전에 잠든 날을 기념하며
정말이지 잠들기 전이 제일 길다.
내 아가는 잠에 들면 푹 잘 잔다. 한 번 잠들면 깊게, 오래 잔다. 문제는 거기까지 가는 길이다. 밤 열 시, 지치지 않는 20개월의 아기와 온 마음을 다해 열심히 놀고서 불을 끄고 누우면, 그때부터 본격적인 하루가 다시 시작되는 기분이다. 눈은 감았는데 몸은 계속 움직이고, 엄마가 옆에 있는지 몇 번이고 확인한다. 암순응 된 방에서 바라보는 아이의 눈은 유난히 반짝인다.
추석이 지나고 나서부터 거의 6개월 만에 처음으로 밤 열 시 전에 잠든 날. 나는 속으로 ‘오 예’를 몇 번이나 외쳤다. 이렇게 사소한 일에 이렇게까지 기뻐해도 되나 싶었지만, 그 날 만큼은 누가 뭐래도 괜찮았다.
다들 자기 군대가 제일 힘들고, 자기 상사가 제일 힘들다고 말한다. 육아도 꼭 그런 것 같다. 잘 안 먹는 아기를 키우는 엄마는 먹이는 시간이 제일 고될 것이고, 자주 깨는 아기를 키우는 엄마는 아기가 뒤척이며 깨는 시간이 제일 길 것이다. 잘 먹고 잘 자고 잘 노는 우리 아기에게도낯가림, 그리고 입면이라는 난제가 있다. 비교해도 답이 없고, 나눠도 줄지 않는 빡셈이 있다.
아이를 재우는 시간이 자꾸 비효율로 느껴진다. 이 시간이면 뭘 하나는 끝낼 수 있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맴돈다. 하지만 아무것도 끝내지 못한다. 불을 끄고 같은 자리에 누워, 아이의 숨이 깊어지기를 기다리는 일. 그 기다림은 바쁜 것도 아니고 쉼도 아니다. 그래서 더 길다.
오늘도 내 아가는 쉽게 잠들지 않았고, 나는 다시 옆에 누워 조용히 숨을 고른다. 언제 잠들지 몰라서, 아니 어쩌면 곧 잠들 것 같아서, 그 ‘곧’이라는 희망 하나로 버틴다. ‘글 쓰고 싶다. 산바카라하고 싶다. 혼자 있고 싶다.‘ 아기를 재우며 이런저런 생각이 죄바카라감처럼 마구마구 들다가도 또 금세 정신없이 잠들어 버리기도 한다.
이렇게 오래 걸리는 밤들도 언젠가는 끝이 나겠지. 그때가 되면, 나는 이 시간을 어떻게 기억하게 될까.
아마도… 조금은 힘들었고, 많이 사랑했던 밤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