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byStranding Credit

우리나라는 일제 강점기를 지나 광복을 맞고, 곧이어 전쟁을 겪었다. 세계에서 가장 못 사는 나라. 이 최빈국의 국민은 4·19 혁명으로 독재자를 몰아내고 경제 발전을 꿈꿨다. 그래서 경제개발 계획을 세웠다. 쿠데타로 그 계획이 군사정권의 손으로 넘어갔지만, 국민은 끝내 해냈다. 한 세대 만에 최빈국은 기적이라 불리며 선진국의 문턱을 넘었다.


그 기적에는 정부가 방향을 정하고, 될 만한 것을 골라 힘을 몰아주는 방식이 있었다. 자원도 자본도 없던 나라가 산업단지를 세웠고, 연구단지를 세웠고, 창업을 돕는 센터를 세웠다. 정부가 이끌고 국민이 따랐고, 엄청난 경제성장이 있었다.


정부는 끊임없이 다음 산업을 골랐고, 다음 기업을 키웠다. 그리고 그 방식으로 많은 것을 하고 있지만, 그중에 기술 창업도 지원하고 있다. 내가 말하려는 것은 흔히 떠올리는 창업, 이를테면 음식점이나 가게를 여는 일이 아니다. 새로운 기술로 세상에 없던 것을 만들겠다는 기술 창업, 그리고 그것을 정부가 지원하는 방식에 관한 이야기다.


그렇게 수십 년이 흘렀고, 지금 우리 앞에는 하나의 거대한 세계가 탄생했다. 바로 기술 창업을 지원하는 세계다. 그 규모는 놀랍다. 정부는 창업 기업을 돕는 데 해마다 수조 원을 쓰고, 연구개발까지 더하면 수십조 원을 쓴다. 이 돈을 나눠주는 사업이 수백 개, 그 사업을 맡은 기관이 수백 곳이다.


나는 이 세계에서 일하는 사람이다. 꼭 그 일만은 하는 것은 아니지만, 내가 딛고 있는 자리에 이 세계가 있다. 그런데 이 거대한 세계를 오래 들여다볼수록, 걱정되는 것이 눈에 밟혔다. 세계에서 손꼽히게 많은 돈을 창업에 쏟는 나라인데, 그에 비해 창업한 기업이 살아남는 비율은 매우 낮았다. 나라가 부유해지는데도 사람들의 살림은 그대로였다. 그 많은 돈이 어디로 갔는지, 아무도 정확히 알지 못했다. 기적을 만든 그 방식에 균열이 보인다. 무슨 일이 있는 것일까.


이 세계는 늘 우리 곁에 있지만, 기술 창업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 아니라면 잘 보이지 않는다. 자, 그 세계를 안내할 테니 한번 들여다보자.





화, 금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