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름보다 더 푸른 눈

by함빛

푸름보다 더 푸른 곳을 찾아 헤매고 있었다

물결이 굽이치는 것

하얗게 저미어진 구름 속삭이는 것

빛나는 것은 전부 푸른 곳일 뿐, 푸름보다 더 푸른 곳이 아니었다


마침내 푸름보다 더 푸른 눈이 나타난다

들어간다

들어가서 빼곡히 채운다

푸름보다 더 푸른 눈을 가득 채워낸다


그러고 나면 자라나는 것이 있었다

푸르고 까만 덩굴줄기가 나를 옭아매고 있었다

발목과 발가락 사이

무릎을 지나 허벅지

허리와 어깨를 넘어서

목을 죄이고 있었다

이내 곧 코와 눈을 잠식한다

듣는 것과 보는 것과 촉각하는 것을 잠식한다


삶은 어느새 가로막힌다

덩굴 사이로 옅은 숨을 가쁘게 들이마시고 뱉어낸다

그 사이로 푸름보다 더 푸른 눈이 본다

나를

본다 나를


물결이 굽이치는 것

하얗게 저미어진 구름 속삭이는 것

빛나는 것

빛나는 것이 가득 찬 푸름보다 더 푸른 눈은

나를 옭아맨 채로 헤엄치고 난다

달리고 걷는다

쉬고 일하고 먹고 잔다

긴장하고 울고 웃고 걱정한다

기뻐하고 속상해하고 화낸다

사랑한다


그러므로 푸름보다 더 푸른 눈은 어디에나 있다

숨을 들이마시면 폐부 깊숙이 닿는 향기와

눈을 감으면 아득히 가까워져 오는 동공이

삶을 채운다

마치 처음부터 채워져 있던 것처럼

내가 채운 푸르름이

나를 채운다

끝없이 끝없이 나를 채운다

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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