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에서 가장 행복한 순간
바카라을 읽다가 삶에서 가장 행복했던 순간 10개를 꼽아보라는 말에 멈칫했다.
지금 불행하냐면 딱히 그런 것도 아닌데 막상 그런 순간을 꼽자니 하나도 떠오르지 않았다.
'가장'이라는 말에 너무 집중한 탓일까?
내게 있어 행복은 가슴 터질 듯한 벅차오름이나 선명한 기억으로 남지 않는다는 건 알게 되었다.
그래도 어떤 강렬한 순간은 있었다.
이제 아기라기엔 제법 묵직해진 아이를 꼭 끌어안고 두 눈을 감았을 때 문득 이 순간이 영원히 지속되어도 좋겠다는 그런 설명하기 힘든 안도감.
여태 어디에도 속해본 적 없었던 것처럼 이제야 내 자리를 찾은 듯한 감각.
부산 아난티 앞바다를 산바카라하며 그리고 제주도 숙소에서 바다를 바라보며 막바지 출간 작업을 하다 내게는 바다풍경이 맞지 않는다는 걸 깨달은 순간.
출렁이는 파도와 부서지는 하얀 물살이 나를 몹시 침잠하게 만든 기억.
녹차밭에 갔다가 이곳에 오두막을 짓고 저 풍경을 보며 살고 싶다고 느꼈을 때 같은것들.
비록 '가장'은 아니지만 '그럭저럭' 행복했던 순간은 바로 얼마 전이었다.
갑자기 생 토마토 주스가 먹고 싶어서 배달을 시켰는데 기대만큼 맛있어서 1L를 다 마셔버렸다.
그래. 그런 일이 있었지. 과육이 조금 씹히고 풋내나는 게 아주 딱이었어.
조금 더 생각하니 며칠 전 다른 메뉴가... 앗...
어쩌면 나는 몹시 돼지적 삶을 살고 있는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