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 글-1

배와 무의 차이

by강우

배와 무의 차이


추석 때 가져와 냉장고 아래 칸에서 말라비틀어져가는 신생아 머리통만 한 배를 드디어 깎았다. 남편이.

나는 깎기 귀찮고 드는 수고 대비 맛이 없어서 안 먹는다고 극구 거절하였으니 배를 깎아야 하는 건 내게 배를 억지로 쥐어 넘기신 시어머니의 아들, 남편이 맞다.

솔직히 어머니도 배는 별로 안 드시는 듯하니 매번 일부러 주시는 게 아닌지 의심 중이다.


웬일로 호기롭게 들고 와서 먹기 좋게 잘라주더니 배가 어찌나 큰지 나중엔 저도 귀찮아서 입에 다 들어가지도 않게 잘라 준다. 그럼 그렇지.

야만인처럼 우적우적 씹고 있으니 대충 시원하고 물이 나오긴 하는데 이게 제철 무와 뭐가 다른지 모르겠다.


어려서 나는 생 무를 좋아해서 집에 보이면 배가 아릴 때까지 몇 개고 마구 집어먹었다.

씹는 맛도 있고 시원한 데다 은은히 달기도 하고, 다소 부스러지는 듯한 배에 비하면 내게는 단단한 무가 더 취향이다.


배는 나름 과일이면서 무 따위(?)와 비교되는 주제에 왜 이렇게 비싸고 쓸데없이 큰 걸까.

저가 무슨 수박도 아니고.

그러고 보니 배는 참 수박만도 못 하구나.


역시 나는 배가 별로다.




월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