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 글-2

남편의 쓸모

by강우

남편의 쓸모


남의 편, ㅅㅂㄴ(서방님) 등으로 불리는 남편.

개똥도 약에 쓸려면 없다에서 개똥을 담당하는 그는 보통 정말 쓸모없다.

도대체 슬롯생활은 어떻게 하는 건지, 집에만 오면 아이큐가 한 자리 수로 바뀌니 가끔은 이게 일부러 이러나 싶은 거다.


그런 남편도 가뭄에 콩 나듯 쓸데가 있는데 그중 하나가 음식물 처리다.


나는 본디 꿈 속에서 다음 날 메뉴를 미리 생각할 만큼 매우 계획적이고 의욕 넘치는 돼지인데 요즘 소화가 잘 안 된다.

어디 신체 노화 메뉴얼이라도 있는지 귀신같이 불혹을 넘자마자 생긴 일이다.

결국 내 식욕을 소화력이 따라주지 못하니 매번 음식이 남기 시작한다.


고구마튀김이 먹고 싶다고 봉지를 뜯어 3개 먹고 남편 주기, 소금빵이 먹고 싶다고 한 입 베어 먹고 한숨 쉬다 남편 주기, 유통 기한을 넘겼지만 냉장고에만 있던 음식 먼저 먹여보기.


같이 늙어가는 처지에 요즘 그 어느 때보다 남편이 쓸모 있다.

무려 변기 닦개에서 승진한 셈이다.

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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