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의 결혼을 축하하며
그 어느 순간보다 진지한 맘으로 노트북 앞에 앉는다.
둘째 아들 결혼식 축사를 쓰기 위해서다.
시간은 어김없이 흐르고 작은 아들의 결혼이 가까워졌다.
보통 식장에서 신랑 아빠가 대표로 하는 축사를
혼자보다는 둘이 축복을 건네고 싶어 우린 같이 하기로 했다.
막상 글을 쓰려니
아이를 키우며 만났던 그 많은 처음의 설렘과
아이가 주었던 수많은 기쁨과 감동의 시간들이 떠올랐다.
아이가 처음 엄마를 부르던 순간부터
처음 걸음마를 떼던 순간,
처음 어린이집을 가고,
처음 중학교 교복을 입었을 때,
처음
처음
......순간들
그러나 무엇보다 가슴에 상흔처럼 남아 있는 것은
주말 일요일 저녁 아이를 두고 떠나던 그 아픈 시간들이다.
아이는 1997년 온 나라가 힘들었던 시기에 태어났다.
슬롯적으로 비장한 분위기에 휩쓸려 육아휴직을 하지 못했다.
하여 아이는 대전 친정에 맡겨지고
우린 서울에서 대전을 오가며
그 눈물어린 상봉과 이별을 주말마다 해야했다.
금요일 저녁 퇴근하고 아이를 만나러 대전으로 내려 갈 때면, 일주일 동안 아이는 또 얼마나 자랐을까? 궁금하고 보고싶어 셀레며 내려갔다. 하지만 일요일 저녁 아이를 두고 서울로 돌아올 때마다 우린 너무나 힘든 시간을 감당해야 했다.
정말로, 다시 돌아간다면 무조건 육아휴직을 하고 아이와 그 시간을 함께 보낼 것이다.
물론 대전 친정의 그 골목에서 아이는 동네 어르신들의 넘치는 사랑을 받고 할머니들의 수퍼스타로 잘 자랐다.(아이는 엄마의 이야기로 그 시절을 기억하겠지만, 엄마의 입장에서는 친정 부모님과 동네 어르신들이 우리 아이에게 베풀어준 사랑은 가슴깊이 감사하다.)
품 안의 자식에서 세상으로 나아가는 존재로 키워낸 시간들을 추억하며
남편과 함께 티격태격 하며 축사를 완성하기 위해 머리를 맞대는 시간마저도
우리에겐 또 하나의 소중한 축제의 시간이었다.
나의 품 안에서 꼬물거리던 아이가 언제 이렇게 자라 든든한 어른이 되었을까.
부모의 역할은 결국 자식의 온전한 독립을 도와주는 것이라지만,
막상 그날이 눈앞에 다가오니 기특함과 아쉬움이 교차했다.
그날 가장 아름다운 모습으로 나란히 설 두 사람에게 무슨 말을 해주어야 할까.
넘치는 마음을 꾹꾹 눌러 담다 보니 어느새 원고가 흘러넘친다.
할 말이 이렇게 많았나?
줄이고 줄이고 거르고 걸러, 결국 남은 것은
행복하거라라는 간절한 바램뿐이다
이제는 안전했던 부모 품을 떠나
두 사람의 품이 서로에게 안전하고 따뜻한 울타리가 되기를 바라며
결혼하는 아들에게 전하고 싶은 마음을 정리해 보았다.
사랑하는 우리 아들 순재야,
오늘 이렇게 아름다운 날을 맞아 이 자리에 서니,
네가 우리에게 새생명으로 처음 찾아왔던 순간이 생각난다.
귀여운 아기시절엔
대전 낭월동 골목의 어르신들에게 넘치는 사랑을 받는 수퍼스타였지
호기심 많고 똑똑했던 학창 시절을 거쳐,
이렇게 멋진 어른으로 성장하기까지
지난 30년의 시간이 스쳐 지나가는구나.
넌 어릴 때부터 반짝이는 아이였고,
주위 사람들에게 기쁨을 주는 존재였다.
널 키우는 기쁨이 너무나 컸고,
성장하는 모습이 가슴 벅차게 대견해서,
엄마 아빠는
"우리가 전생에 나라를 구했나 보다"
하며 행복해했단다.
그런 우리 순재가 오늘,
지유 손을 꼭 잡고 세상을 향해 함께 나아가겠다고
우리 앞에 서 있구나.
부모란 참 이상한 존재인 것 같다.
금지옥엽 사랑으로 키운 소중한 자식을
평생 곁에 두고 싶어 하면서도,
결국엔 이렇게 부모를 잘 떠날 수 있도록
준비시키는 사람이 바로 부모라는 존재니까.
우리와 지유 부모님이
너희를 사랑으로 키워낸 시간보다,
앞으로 너희 둘이 함께 살아갈 시간이 훨씬 더 길단다.
그러니 이제는 부모의 품이 아닌,
서로의 품 안에서 사랑하고 행복하렴.
그리고 순재야,
이것 하나는 꼭 기억해라.
결혼하면 무조건 지유를 행복하게 해주어야 한다.
슬롯적 성공도 중요하지만
아내가 행복하고,
엄마가 행복해야,
가정이 아름답고 평화로워지는 법이란다.
바로 아빠가 그렇게 하셨단다.
그러니
지금 네 옆에 서 있는 한 여인을 평생 존중하고 행복하게 해주어야 한단다.
사랑하는 아들 순재야,
그리고 우리 예쁜 며느리 지유야.
엄마 아빠는 오늘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마음으로
너희의 새로운 시작을 축복한다.
언제 어디서나 서로에게 든든한 힘이 되어주렴.
앞으로 펼쳐질 기나긴 삶의 여정을
너희 둘의 지성과 사랑으로 채운다면
멋진 가정을 만들어 나갈 것이라 믿는다.
진심으로 사랑하고,
결혼을 축하한다!
2026년 여름, 엄마 아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