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참나무가 제 몸속의 엽록소를 쥐어짜
허공에 짙은 멍을 들이는 정오,
흰 구름 그늘이 잠시 머물다 간 자리마다
매미 소리가 못 박힌 듯 깊다
쇠줄에 매달린 케이블카가
허공의 살점을 비스듬히 베어 물며 오를 때
너는 오지 않을 듯, 정말이지 벼락처럼 왔다
능선들이 일제히 몸을 뒤척여
그늘의 두께를 재던 찰나,
쏟아지는 초록의 압력에 숨이 막혀,
명치끝이 저리고
남산, 뜨거운 태양을 견디는 철탑 골조에
누구의 것도 아닌 마른 웃음 한 문장만 남겨두고
너는 갔다, 쏟아진 물이 바닥에 스며드는 속도로
가장 뜨거운 계곡의 끝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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