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회전하는 평원(平原) — 동전
엄지손톱 끝에서 튀어 오른
단 한 번의 도약
빛과 어둠이 서로의 꼬리를 물고
세계는 은빛 소용돌이가 된다
누가 이 회전을 멈출 수 있는가
정점에 도달한 금속은
잠시 중력을 잊고 휘어진다
추락을 유예받은 자의 짧은 환각
바닥에 닿는 순간
소리는 비명보다 차갑다
손바닥을 비껴가며
바깥을 향해 계속 구르는 금속의 조각들
부딪히고
깎이며
앞뒤의 경계가 지워진 자리 위로
오래전 심긴 무늬가 돋아난다
불평할 틈도 없이 뒤집힌다면
좌절은 엎드린 채
땅의 박동을 듣는 자세일 것
깎여나간 가루들이 흩어지며
오늘의 가파른 경사가 된다
빛의 정수리를 밟고 선 자도
어둠의 바닥에 얼굴을 묻은 자도
결국 하나의 궤적을 나누어 가진 동족들
멈춰 선 동전의 비스듬한 기울기 속에서
나는 보지 못한 반대편을 읽는다
행운도 불운도 아닌,
금속이 스스로를 견뎌낸 고요한 열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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