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아닌 것들을 지워내고 나서야 남는 것에 대해.
손바닥의 열기는
서서히, 고립으로 식어간다.
한때 쥐고 있던 온기가
쥐지 못한 것들의 그림자로
길게 늘어질 때,
나는 비로소
내가 아닌 것들의 목록을 지워나간다.
나를 증명하던 호칭을 내려놓고 나서야
비어버린 이름 위로
서늘한 바람이 고인다.
그 대답을 구걸하던 낡은 입술을
이제는 거두어다오.
누구의 것도 아닌 침묵이
비명처럼 방을 채운다.
폭동이다,
투명한 채로 쏟아지는 빛은.
부서진 조각마다 맺히는 것은
후회가 아니라
더는 타오를 수 없는
식어버린 언어들.
이름 없는 너희,
저 침묵에
어떻게 응답하겠느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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