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지금 낭만이라 쓰고 빵이라 읽는다

- 건강 경고에도 빵을 뜯는 시인의 낭만주의

by선비천사

밤 10시,
노트북의 푸른 불빛 아래
문장들은 자꾸만 비틀거린다.


과자 한 봉지를 비워냈는데도
내 안의 허기는
조용히 바닥을 드러낸 늪처럼 남아 있다.


식탁 위에 놓인 식은 빵 한 덩이.
그건 위로가 아니라
나를 오래 바라보는 둥근 중력이다.


서랍 속 약통은 덜컹거리고
차트 위 숫자들은
천천히 나를 끝으로 밀어 넣는다.


흰 가운의 경고를 알면서도
나는 저 빵을
지상으로 유배 온 달의 조각이라 믿는다.


손을 뻗는 일은 타락이 아니다.
닿을 수 없는 어떤 환한 것을
잠시 내 안으로 들이는 일.


낭만이라 쓰고
빵이라 읽는 오랜 오독 속에서


혈당은 끝내 길을 잃고,
몸은 달콤함을 씹는 순간만큼은
나의 비겁함조차
한 편의 시처럼 반짝인다.


입가에 묻은 빵가루가
별먼지처럼 흩어진다.


나는 오늘도
내 몸이라는 낡은 성벽 안에서
가장 둥근 허기를 채운다.


그리고
내 안의 달은
끝내 만월이 된다.




*같이 보면 좋은 글

강물이 제 몸을 부수며 바다로 가는 이유


이 글의 행간에 다 담지 못한 더 많은 그림과 소박한 기록들은 저의 개인 블로그에서 계속 이어집니다. 언제든 편히 들러주세요.

� 작가 방철호의 블로그 방문하기

[전자바카라] 바람이 지나간 자리엔 마음이 남았다 | 방철호 | 알라딘

이전 11화나는 내가 아닌 것들을 지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