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4. 사랑과 희생, 무엇을 위해서인가

사랑할 수 있는 너를 위해 희생을 자제하는 것

by무로

니체에게 사랑은 단순히 자신을 희생하는 감정이 아니었다. 사랑에는 욕망도 있고, 서로에게 영향을 주고받으며 자신을 확장하려는 마음도 있다. 인간이 자신을 넘어서는 존재라면 사랑 역시 나를 완전히 포기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져서는 안 된다. 누군가를 사랑하기 때문에 나의 일부를 내어줄 수는 있지만, 그것이 나 자신을 없애는 것까지 의미하지는 않는다. 사랑을 위해 희생한다는 것과 사랑하기 때문에 나를 희생시키는 것은 다른 이야기일 것이다.

나는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서라면 어느 정도 희생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내가 조금 불편해지거나 손해를 보더라도 그 결과로 나와 상대방 모두에게 돌아오는 이익이 더 커진다면 충분히 가치 있는 선택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조금 더 노력해서 상대가 행복해질 수 있고, 그 행복이 다시 우리의 관계를 더 좋게 만든다면 굳이 그것을 손해라고 생각할 필요도 없다.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내 것을 조금 내어주는 것은 사랑의 자연스러운 모습일 수도 있다.

하지만 희생에는 한계가 있어야 한다. 내가 모든 것을 해주기 시작하면 상대는 나에게 의존하게 될 수 있다. 내가 대신 문제를 해결하고, 내가 계속 양보하고, 내가 상대의 부족한 부분까지 전부 감당한다면 상대는 스스로 할 수 있는 것까지 나에게 맡기게 될지도 모른다. 그렇게 되면 나는 점점 지치고, 상대는 점점 혼자서 살아가는 힘을 잃게 된다. 사랑해서 시작한 희생이 오히려 상대를 망가뜨리는 일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사랑은 결국 쌍방이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것이 반드시 모든 것을 정확히 절반씩 나누어야 한다는 뜻은 아니다. 어느 순간에는 내가 더 많이 희생할 수도 있고, 다른 순간에는 상대가 나를 더 많이 도와줄 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한 사람이 계속 주고 다른 한 사람이 계속 받는 관계가 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한쪽만 계속 희생하는 관계에서 희생받는 사람은 결국 상대방의 사랑을 이용하는 사람이 될 수도 있다. 그런 관계를 나는 사랑이라고 생각하기 어렵다.

내가 생각하는 좋은 희생은 상대가 나를 사랑할 수 있는 자리까지 남겨두는 것이다. 내가 상대를 위해 모든 것을 해버리면 상대는 나에게 해줄 것이 없어지고, 결국 내가 주는 사랑만 남게 된다. 반대로 내가 조금의 여유를 남겨두면 상대 역시 나를 위해 무언가를 할 수 있다. 내가 힘들 때 상대가 나를 도울 수도 있고, 내가 부족할 때 상대가 나를 채워줄 수도 있다. 사랑은 한 사람이 다른 사람을 완전히 바카라임지는 것이 아니라 서로가 서로에게 무언가를 줄 수 있을 때 더 오래 지속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결국 사랑에서 중요한 것은 내가 얼마나 많이 희생했느냐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 희생이 우리 둘의 삶을 더 나은 방향으로 만들었는지가 더 중요하다. 나의 작은 희생으로 둘의 행복이 커진다면 나는 기꺼이 그것을 선택할 것이다. 하지만 내가 계속 나를 소모해야만 유지되는 관계라면, 그것은 사랑이 아니라 의존에 가까울 것이다. 사랑은 한 사람이 자신을 바쳐 다른 사람을 살게 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가 서로를 사랑할 수 있도록 각자의 자리를 남겨두는 것이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희생하되, 그 사람이 나를 사랑하고 나에게 무언가를 줄 수 있는 사람으로 남아 있도록 하는 것. 나는 그것이 사랑과 희생이 함께 갈 수 있는 가장 좋은 방식이라고 생각한다.

월, 목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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