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하기 위한 휴식
니체는 인간이 자신의 삶을 스스로 만들어가야 하는 존재라고 보았다. 타인을 돕는 것 역시 나의 삶에서 선택하는 하나의 행동이지만, 그것이 나 자신을 소모시키는 것까지 의미하지는 않는다. 누군가를 위해 자신을 완전히 희생하는 것을 선함의 기준으로 삼는다면 결국 자신의 삶을 잃어버릴 수 있다. 오히려 자신을 지키면서도 타인을 도울 수 있는 힘을 갖는 것이 자신의 삶을 긍정하는 태도에 가까울지도 모른다.
나는 다른 사람을 도울 때 가장 먼저 생각하는 것이 있다. 상대의 성장 기회를 빼앗지 않는 선에서 도와야 한다는 것이다. 내가 모든 것을 대신 해주면 당장은 편하겠지만, 상대가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고 성장할 기회를 잃을 수 있다. 그래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전부 해주는 것보다는 상대가 스스로 할 수 있도록 필요한 만큼만 돕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이것은 상대를 위한 일이기도 하지만, 내가 누군가의 문제에 계속 묶이지 않기 위해서도 필요한 원칙이다.
그리고 그 다음으로 생각하는 것은 내가 가능한 범위에서 도와야 한다는 것이다. 나는 다른 사람을 돕기 위해 내가 가진 것을 과하게 내어주려고 하지 않는다. 내가 가진 시간이나 체력, 돈, 마음의 여유를 넘어서는 도움은 결국 나에게 부담이 된다. 특히 내가 도움을 받는 사람보다 더 힘든 상황에 있으면서까지 다른 사람을 돕는 것이 정말 옳은 일인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가장 가까이에 있는 사람부터 돌보는 것이 맞고, 그 사람은 결국 나 자신이다.
내가 힘든 상태에서 계속 다른 사람을 돕다 보면 선의에도 보상 심리가 생길 수 있다고 생각한다. 처음에는 아무것도 바라지 않고 도왔더라도, 내가 가진 것보다 더 많은 것을 내어주고 있다 보면 어느 순간 ‘나는 이렇게까지 했는데 왜 저 사람은 아무것도 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 수 있다. 상대가 고마워하지 않거나 내가 기대한 만큼 돌려주지 않으면 서운함과 분노까지 생길 수 있다. 결국 순수하게 주고 싶었던 마음이 상대에게 무언가를 요구하는 마음으로 바뀌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나 자신을 돌보는 것이 이기적인 일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오히려 오래도록 다른 사람에게 선의를 베풀기 위해서는 내가 먼저 무너지지 않아야 한다. 한 번 크게 희생하고 모든 것을 내어주는 것보다, 내가 감당할 수 있는 범위에서 꾸준히 도움을 주는 것이 더 많은 사람에게 더 오래 좋은 영향을 줄 수 있다. 나는 순간적으로 많은 것을 베푸는 사람이기보다, 시간이 지나도 여전히 다른 사람을 도울 수 있는 사람으로 남고 싶다.
결국 선한 마음에도 휴식이 필요하다. 남을 돕는다는 이유로 나 자신을 계속 소모한다면 결국 선의가 원망으로 바뀔 수도 있고, 더 이상 누구도 돕고 싶지 않은 사람이 될 수도 있다. 내가 나를 돌보는 것은 다른 사람을 덜 사랑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오랫동안 좋은 마음을 가지고 살아가기 위해서다. 나는 한 번 좋은 일을 많이 하는 사람이기보다, 오래도록 선한 사람으로 남고 싶다. 그러기 위해서는 다른 사람에게 손을 내미는 것만큼이나, 가장 가까이에 있는 나 자신에게도 손을 내밀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