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서 '우리'로 확장되는 성장의 동기
니체는 인간을 끊임없이 자신을 넘어서는 존재로 보았다. 우리는 더 나은 자신이 되기 위해 자신을 극복하고, 지금의 나보다 더 나은 삶을 만들기 위해 성장한다. 하지만 사랑을 하게 되면 이 성장의 이유가 조금 달라지는 것 같다. 혼자일 때의 성장은 주로 나 자신을 위한 것이지만, 사랑하는 사람이 생기면 그 사람을 위해서도 성장하고 싶어진다. 사랑은 성장의 이유와 원동력을 나 자신에게서 타인에게까지 확장시키는 감정일지도 모른다.
나는 사람이 성장하는 데에는 결국 자기 자신이 가장 중요한 이유라고 생각한다. 더 나은 삶을 살고 싶고, 내가 원하는 것을 얻고 싶고, 지금보다 나은 사람이 되고 싶기 때문에 노력한다. 그런데 사랑하는 사람이 생기면 그 사람이 내 삶에서 중요해진다. 그러면 내가 더 좋은 사람이 되고 싶은 이유에도 그 사람이 들어오게 된다. 더 안정적인 사람이 되고 싶고, 더 많이 이해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고, 그 사람에게 좋은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이 생긴다. 나를 위해 시작했던 성장이 어느 순간 다른 사람을 위해서도 의미를 가지게 되는 것이다.
사랑은 정신적인 성장에도 영향을 준다. 혼자 살아갈 때는 굳이 생각하지 않았던 문제들을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지내면서 만나게 된다. 내 생각과 다른 사람을 이해해야 하고, 갈등이 생기면 감정을 조절하면서 대화해야 한다. 때로는 내가 잘못했다는 것을 인정하고 사과해야 하고, 상대방의 입장에서 생각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이런 과정은 결코 편하지 않지만, 그만큼 사람을 많이 배우게 한다. 사랑은 단순히 기분 좋은 감정을 주는 것뿐 아니라 다른 사람과 함께 살아가기 위해 필요한 정신적인 능력을 키우게 만들기도 한다.
하지만 사랑이 항상 나를 더 높은 곳으로 데려가는 것은 아닌 것 같다. 때로는 오히려 성장보다 사랑하는 사람에게 집중하게 만들기도 한다. 혼자였다면 더 좋은 직업이나 더 많은 돈, 더 높은 성취를 위해 계속 달렸을 사람이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면서 그런 것보다 함께하는 시간을 중요하게 생각할 수도 있다. 나 역시 사랑하는 사람이 생긴다면 내가 이루고 싶은 것만을 계속 좇기보다는 그 사람과 함께하는 삶을 선택할 수 있을 것 같다. 그것이 반드시 성장을 포기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무엇을 위해 성장하는지를 다시 생각하게 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나는 그래서 사랑을 단순히 나를 성장시키는 감정이라고 생각하고 싶지는 않다. 사랑은 때로 나를 성장시키지만, 때로는 성장 자체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을 수 있다는 사실을 알려주기도 한다. 더 높은 곳에 올라가는 것만이 좋은 삶이라고 생각했다면, 사랑하는 사람이 생겼을 때는 얼마나 높은 곳에 올라갔는지보다 누구와 함께 있는지가 중요해질 수 있다. 결국 성장도 삶을 위한 것이고, 사랑 역시 삶의 일부이기 때문이다.
사랑이 우리를 감동시키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고 생각한다. 사랑은 자신만을 위해 살아가던 사람이 자신의 삶에 다른 사람의 삶까지 중요하게 받아들이게 만든다. 나를 위해서만 성장하던 사람이 누군가를 위해 더 나은 사람이 되려고 하고, 때로는 자신의 성취보다 그 사람과 함께하는 것을 선택하기도 한다. 자신의 삶을 넘어 다른 사람의 삶까지 중요하게 여기는 순간, 사람의 세계는 그만큼 넓어진다. 사랑은 나를 더 나은 사람으로 만들기도 하지만, 때로는 더 나은 사람이 되는 것보다 누구와 함께 살아가는지가 중요하다는 것을 알려준다. 그래서 사랑은 우리를 감동시키는 것인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