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일본의 식문화 차이 ― 교토의 가정식

by공학자C

2026년 4월 27일 월요일, 비


“한국은 반찬이 주인공이고 밥은 조연이다. 반면 일본은 밥이 주인공이고 반찬이 조연으로서 연출된다.”


언젠가 어디선가 들었던 이 말은, 특이한 표현 때문에 내 뇌리에 꽤 깊이 새겨졌다. 그와 함께 일본인의 쌀에 대한 자부심이 그들의 밥맛에서도 드러난다는 이야기도 함께 기억난다.


기숙사에서는 일요일과 공휴일을 제외한 거의 모든 날 오후 6시 30분부터 저녁식사를 제공한다. 오늘도 나는 식당으로 가서 식사를 했다. 메인 반찬은 간장 베이스로 양념한 돼지고기와 연근, 껍질콩을 함께 볶은 것이었고, 보라색 절임 야채, 미소국, 그리고 백미가 함께 나왔다. 10여 일 전 식사 제공에 대한 감사의 작은 선물을 드린 뒤로, 식당 어머니들과 직원들은 여전히 밝게 웃어주셨다.


자리를 잡고 식사를 시작하며 밥을 먹는데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젓가락(はし, 하시)을 한국처럼 세로로 놓지 않고 가로로 놓는 것처럼, 문화적 차이는 공간 효율성이나 손으로 집을 때의 편의성 같은 실용적 판단에서 비롯된 경우가 많다. 그런 부분은 크게 깊이 고민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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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무단 사용 금지: 내가 교토에 거주하는 기숙사의 평일 식단]


그런데 왜 일본 식당에서는 밥을 먹을 때 젓가락만 주고, 반찬을 비비거나 국에 말아 먹기 어렵게 구성하는 걸까? 여기에는 분명 역사 속에 자리 잡은 문화적 코드가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반찬을 먹으며 계속 생각했다.

“교토의 국이나 반찬은 전반적으로 맛이 슴슴한 편이다. 여기에 밥을 넣거나 비벼 먹는다면 오히려 부족하게 느껴질 수 있겠구나.”


물론 한국인인 내가 강한 맛에 길들여져 있어서 그럴 수도 있겠지만, 내 맛 기준을 이곳에 맞춰 캘리브레이션해 본다고 해도 국에 말거나 자박한 국물 반찬에 비비는 방식은 크게 맛있게 느껴지지 않을 것 같았다. 게다가 “이상하게 고기 반찬을 먹어도 입가에 기름진 느낌이 거의 안 든다. 신기하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 순간 다시 그 말이 머릿속을 강하게 스쳤다. “한국은 반찬이 주인공이고 밥은 조연이다. 반면 일본은 밥이 주인공이고 반찬이 조연으로서 연출된다.” 불교를 중시하던 옛 천황이 육식을 금지했던 일화도 떠올랐고, 교토가 천 년의 고도이자 귀족들이 집중됐던 곳이라는 점, 일본의 분지 지형이라는 지역적 특성도 함께 생각났다.


20260407_131729.jpg[사진 무단 사용 금지: 교토고쇼 근처 저택 같은 가정집 모습]


메이지 유신 후 천황이 도쿄로 이동하면서 많은 귀족들 역시 정국을 따라 교토를 떠나게 되었다. 도쿄에서 새로운 귀족 계급인 화족(華族) 제도가 정착하는 상황을 겪으면서, 이미 교토를 떠난 지 시간이 흐른 그들은 새로운 가업과 정계 진출의 기회를 도쿄에서 만들었고, 결국 그 기반을 도쿄를 벗어나기 어렵게 되었다.


교토에는 이제 옛 구가(舊家)의 방계 혈족이나 신흥 귀족의 후손들만이 가업 전승과 전통 보존을 위해 남아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천황가가 옛 터를 비우고 근대와 현대를 거치면서 이곳에는 수많은 변화가 있었을 것이다.


슬롯의 흐름 속에서 식문화는 가장 빠르고 크게 변하는 분야 중 하나다. 그래서 이방인 유학생으로서 교토의 공동체에 속해 직접 체감하는 식문화는 바로 그런 역사적 궤적이 만들어낸 결과물이라고 자연스럽게 추론해 보게 되었다.


식사를 하면서 AI와 이 생각에 대해 깊이 대화를 나누어 보았다. 다행히 내 생각과 추론이 크게 틀리지 않았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어 무척 즐거웠다. 오늘 저녁식사는 지적인 자극과 성찰이 함께한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


나는 언어 학습에 100% 집중해야 한다. 교토와 일본을 더 정밀한 렌즈로 관찰하고 싶기 때문이다. 그 렌즈가 바로 언어다. 하지만 언어에만 몰두하다 보면 눈앞의 비언어적 요소들을 놓칠 수도 있다. 그러나 그런 고민 자체가 나에게는 또 다른 지적 확장이자 유희 아니겠는가.


현지에 와서 언어를 배우는 동시에 맛보고 느끼고 체험하는 것은 언어 학습 그 이상의 가치를 준다. 그래서 지금의 유학 선택에 대한 만족도가 매우 높다. 한때는 ‘괜한 미친 짓을 한 건가’ 하는 자조 섞인 생각도 있었지만, 막상 살아보니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것들을 얻고 있다.


유학 기간 2년의 끝에는 얼마나 값진 것을 얻게 될지 기대된다. 남들은 하고 싶어도 못하는 경험이니 하루하루 충만하게 지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