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이안진구(平安神宮) 방문, 기숙사 관계자분들께 인사

by공학자C

2026년 4월 18일 토요일, 맑음


[오후 12:00~15:30] ― 헤이안진구(平安神宮) 방문


헤이안진구(平安神宮)에 다녀왔다.


정원이 정갈하고 아름다운 신사다. 칸무 천황을 주신으로 모시고 있으며, 나중에 효명천황도 함께 모시게 되었다.


20260418_132845.jpg[사진 무단 사용 금지: 헤이안진구 주신을 모신 본전 모습]


나는 토리이를 볼 때마다 역사적·정서적 공명을 느낀다. 한국의 솟대나 오래된 사찰의 큰 표지석, 목기둥(통도사에서 알게 된 이름을 지금은 기억나지 않는다)과 비슷한 느낌을 받는다.


토리이는 ‘새의 다리(止まり木)’라는 뜻에서 유래했다는 설이 유력하다. 실제로 새가 앉는 모양을 본떠 만든 구조물로, 땅과 하늘을 이어주는 상징으로 여겨진다. 그래서 나는 토리이를 볼 때마다 그 형태가 한자 ‘무(巫)’자와 비슷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토리이는 신성한 경계를 나타내는 문이다. 이곳부터는 신을 모시는 영역이며, 불결한 것은 들어오지 말라는 의미를 지닌다.


오늘은 하늘이 유독 맑았다. 토리이 아래 서서 하늘을 올려다보는 순간, 이곳이 단순한 관광지가 아니라 ‘이어짐의 공간’처럼 느껴졌다. 수많은 사람들이 이 곳에 와서 무엇을 기원하고, 어떠한 연결고리를 찾아 돌아가는지 문득 궁금해졌다.


일본에 살면서 새삼 느끼는 점은, 차들이 거의 경적을 울리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래서 도로의 소음이 크게 느껴지지 않는다. 이것 역시 이 슬롯가 이방인에게 보내는 비언어적 메시지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20260418_131041.jpg[사진 무단 사용 금지: 헤이안진구 입구의 토리이]



[오후 14:00~18:50] ― 기숙사 관계자분들께 감사의 인사와 선물


기숙사에 입주하던 첫날, 재단 사무실 담당자와 관리인 부부에게 편의점에서 산 음료와 과일을 드리며 “これからよろしくお願いします。(지금부터 잘 부탁드립니다.)”라고 간단히 인사한 적이 있다.


그로부터 3주가 지난 지금, 식당 아주머니들과 주방장에게는 아직 제대로 인사를 못 해서 미안한 마음이 컸다. 오늘 헤이안신궁까지 도보 왕복 11km 산바카라을 하고 오는 길에 눈에 띈 교토 전통 과자점에 들러 작은 선물을 샀다. 짧은 손편지와 함께 포장해서 드렸다.


생각보다 어르신들의 반응이 매우 진지해서 몸 둘 바를 몰랐다. 주방장은 50대 후반, 식당 아주머니는 60대, 관리인 부부는 50대 중후반 정도 된다. 교토에서는 짧은 글이라도 한자가 제대로 들어간 손편지에 깊은 의미를 둔다고 한다. 어제 담임선생에게서도 그랬고, 오늘도 다시 느꼈다.


20260418_150728.jpg[사진 무단 사용 금지: 교토에서 내 첫번째 단골 와가시 노포이다. 교토에서는 단골이 되는 것이 쉽지는 않다.]


그 과자점은 쇼와 2년(1927년)에 창업해 올해로 거의 100주년이 되는, 교토 사람들에게 의미 있는 노포였다. 얼마 되지 않는 비용이었지만, 감사하는 마음과 앞으로도 잘 부탁한다는 성의가 생각보다 잘 전달된 것 같아 다행이다.


관리인 아주머니는 내가 식당에 인사하고 돌아오는 동안 기다렸는지 “ちょっとまって、チャさん。(잠깐만요, 차 씨)”라며 부르더니, 쿄오사이(京菜) 절임 반찬을 하나 꺼내 주었다.


내가 서툰 일본어로 “本当ありがとうございます。京都の野菜有名ですね。(정말 감사합니다. 교토 야채는 유명하죠.)”라고 하니, 어떻게 아느냐며 매우 기뻐했다. 그리고는 손편지를 따로 떼어 사무실 바카라상 유리 밑에 꼼꼼히 보관해 두었다. 일본에서는 상당히 진중하게 받아들이는 행동이라고 한다.


20260418_171321.jpg[사진 무단 사용 금지: 관리인 부부가 내게 건넨 교토 밑반찬, 짭조름 하고 식감이 좋다. 방아나물 향도 있다.]


본의 아니게 한국에서 ‘영포티 꼰대’ 소리를 들을 법한 내 인사습관과 매너 강박이, 여기 교토에서는 오히려 코드가 잘 맞는 것 같아 다행스럽다.


교토는 야채에 대한 자부심이 매우 강하다. 값비싼 가이세키 코스요리에서도 교토 야채(京野菜)가 핵심일 정도다. 한국인 입맛에는 심심하게 느껴질 수 있지만, 그 유래와 역사, 지역민의 자부심을 생각한다면 함부로 평가해서는 안 될 것이다.


내가 일본에서 가진 마음가짐은 별것 없다.


“이제 이 지역의 구성원이 되었으니, 정말 맞지 않는 것을 제외하고는 이곳의 시간과 슬롯에 최대한 들어가서 살아보자.”


그래서 일본의 연호(令和)도 사용하고 있다. 이것저것 무형의 것들을 배우는 과정이 크고, 그래서 즐겁다. 배우는 행복을 다시금 느끼고 있다. 언어 실력까지 갖춰진다면, 더 깊이 있게 이곳을 이해하고 세상을 보는 시야도 넓어질 것이다.


그날을 기대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