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국민연금가입자 등록번호 통지서를 받다

by공학자C

2026년 4월 27일 월요일, 비


오늘 아침부터 비가 좀 내린다. 이곳에 와서 생활해보니 시기적인 영향인지, 아니면 이 지역 기후 특성인지 더운 듯하면서도 은근히 서늘한 체감온도와 함께 비가 자주 내린다. 이곳에서 오래 지낸 현지인이나 장기 체류자들의 말에 따르면, 아직 내가 겪지 못한 여름은 몹시 덥고 습하다고 한다.


교토는 내륙 분지 지형이다. 그래서 ‘교오사이(교토의 재배 채소)’라는 특산물과 함께 채소 중심의 식문화가 크게 발달했다. 특히 교토 음식은 경상도 지역에서 즐겨 먹는 방아나물이나 고수처럼 향이 강하고 매력적인 재료를 활용해 화려한 요리를 선보이는 것이 특징이다. 이러한 식문화는 지역적 특성과 천 년이 넘는 옛 수도로서 귀족문화에 맞추기 위한 배경에서 비롯되었다고 한다.


어디든 그 지역에서 지내다 보면 식문화나 생활양식 등 모든 것에 나름의 이유가 있다. 그렇기 때문에 그것을 관찰하고 고민해 볼 수 있는 나와 같은 이방인이나 방문객은 체감적으로도, 지적으로도 즐길 거리가 끊이지 않는다.


20260330_180059.jpg[사진 무단 사용 금지: 내가 거주하는 지역 모습]



[일본 국민연금가입자 등록번호 통지서를 받다]


오후 4시 10분, 어학교 수업을 마치고 라이프 매장에 잠시 들러 음료 몇 통과 낫또를 구입해 기숙사로 돌아왔다. 오후 5시 조금 넘은 시각이었다. 요즘은 습관적으로 매일 내 호실의 우체함을 열어본다. 혹시나 내가 며칠 확인을 못한 사이에 납부해야 할 비용(일본건강보험료 등의 세금 포함)을 빠뜨릴까 걱정이 돼서다. 내 원래 성격이 유난스러운 부분도 한몫한다.


우체함 깊숙이 우편 한 통이 가지런히 놓여 있었다. 그것은 일본 국민연금가입자 등록번호 통지서였다. 내 방으로 올라와 열어 봤다. 납부금이나 면제 신청이 완료되었다는 내용은 없었고, 일본 국민연금가입자로 등록되어 그 등록번호를 통보한다는 서신이었다. 통지서를 가만히 들여다보고 있자니, 타국에서 서류를 받아 든 이방인의 삶이 비로소 실감 나기 시작했다.


사실 일본에 입국한 지 3일 차 되는 날에 거주지 소속 구청인 ‘교토시 나카교구청’에 들러 거주지 등록을 하며 국민건강보험 가입(유학생 특례 할인 신청)과 국민연금 가입 시 비소득자인 유학생으로서 납부유예(면제)를 신청했었다. 구청 관계자는 혹시 고지서가 도착하더라도 무시하고 기다리면 된다라고 일러주었다.


일본 행정 처리의 특수성상 부서 간에 처리가 엇박자가 나는 경우가 왕왕 있기 때문이다. 어쨌든 일본에서 소득이 없는 유학생 신분이기에 특별한 일이 없는 한 1년간 면제가 유예되며, 내년에도 다시 면제 연장을 신청하면 된다.


단순히 유학 비자로 체류 중인 신분이지만 2년이란 기간인지라, 거주지 등록 등을 마치고 일본의 필수 슬롯안전망 시스템에 의무적으로 이름을 올릴 때마다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묘한 감정이 생긴다. 나쁜 쪽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마냥 기쁜 것도 아니다.


한국에서는 이미 의무 납입 기간을 마쳤다. 나는 현재 조기 은퇴를 한 상태이기에 추후 재취업을 하거나 사업소득이 발생하지 않는 한 더 이상의 납입 의무가 없다.


오늘도 일본 국민연금기관에서 보내온 통지서를 확인하고 조치하는 과정에서 언어의 장벽은 구글 렌즈와 제미나이, 그록, 파파고가 든든하게 해결해 주었다.


다만, 요즘은 내가 재학하고 있는 어학교 선생에게 계속 말을 걸며 공부한 범위 내에서 더듬거리지만 대화를 시도하고 있다. 긴 문장은 아니더라도 수업 내용 정도는 조금씩 읽기 시작했다. 그래봐야 옹알이를 막 뗀 아기 수준이겠지만, 언젠가는 이런 일상도 자연스러운 일본어로 글로 남길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유럽 쪽에서 온 같은 반 학생들(19세~20대 중반)과 어울리면서 자연스럽게 영어 사용 빈도도 높아지고 있다. 그런데 독일 반 학생의 발음은 너무 듣기가 어렵다. 내가 영어가 유창하지 않은 터라 발음이 명확하지 않으면 못 듣는 문제가 있다. 그래도 오늘은 20분 정도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내가 애초에 걱정했던 나이 인식에 따른 이질감이나 고통 같은 것은 없을 줄 알았는데, 나도 놀랄 정도로 무덤덤하게 잘 지내고 있어 오히려 좋다.


“Hi, WOOJOON. 안-뇽하시니까, 우준 상. こんにちは、ウジュン さん (안녕하세요, 우준 씨)”

이렇게 나를 부르는 호칭들이 내가 진짜 내 인생 2막을 새롭게 시작하고 있다는 사실을 온전히 느끼게 해준다.


20260330_175601.jpg[사진 무단 사용 금지: 내가 거주하는 곳의 행정구청 '나카교구쿠야쿠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