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서 휴대폰을 개통하다

by공학자C

2026년 4월 1일 수요일, 비

오전 8시 30분에 JR 노선 니조역(二条駅)에서 교토역(京都駅)으로 향했다. 요도바시카메라(ヨドバシカメラ) 건물 지하 1층 라쿠텐 모바일(楽天モバイル)에서 일본 전용 스마트폰 기기를 새로 구입하고 전화를 개통하기 위해서다. 상담을 도와준 직원은 내 이름의 한자 ‘宇(집 우)’를 성에 사용하는 ‘우노(宇野)’라는 성함의 명찰을 단 젊은 여성 판매원이었다. 요도바시카메라는 오전 9시 30분에 개장하는데, 경비원이 시간을 엄격하게 준수하며 입장을 관리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우노 상은 맑은 눈망울을 지닌 인상 좋은 분이었다. 일본의 20~30대 여성 중에는 강렬한 ‘갸루’ 스타일도 보이지만, 대다수는 수수하고 투명한 느낌을 준다. 마치 탄산의 자극 없이도 청량함을 주는 음료처럼 맑은 분위기였다. 한국에서는 점차 보기 힘들어진 이러한 정서를 일본에서는 자주 접하게 된다.


언어 장벽으로 인해 서로 번역기를 사이에 두고 계약을 진행했다. 우노 상은 약 4시간 동안 나를 전담하며 개통 과정을 세심하게 도와주었다. 서툰 일본어로 “고멘나사이(ごめんなさい, 미안합니다)”를 연신 건넸는데, 그녀 역시 본인이 더 미안하다며 친절히 화답해 주었다. 최근 한국에서는 진심 어린 사과나 감사의 표현이 인색해지고 있다는 느낌을 받곤 한다. 설령 일본의 이러한 예절이 형식적일지라도, 아예 무시해 버리는 삭막한 현실보다는 훨씬 낫다는 생각이 들었다.


기종 선택 과정에서 당초 원했던 모델이 없거나 추천 기종은 예산을 훨씬 초과했다. 결국 비상 연락망 확보와 학교·기숙사 앱 사용이라는 본연의 목적에 충실하고자 보급형 모델인 ‘갤럭시 A25’를 선택했다. 기기값 2만 2천 엔(환율 9.6원 적용 시 약 21만 원)에 구입하여 유학 예산을 대폭 절감했다. 전화번호의 경우 랜덤 배정이 아닌 뒷자리 4자리를 지정하는 옵션을 선택하며 1,200엔을 추가 지불했다.


요금제는 사용량에 따라 부과되는 차등형 요금제를 신청했다. 일본 전화번호는 국가번호 +81에 ‘070-〇〇〇〇-1111'로 개통했는데, 한국 SKT 통신사 번호의 뒷자리와 동일하게 맞추어 나중에 숙지하기에 편하도록 했다. 그 외 케이스와 액정 필름 구입에 3,000엔 정도를 썼고, 필름 부착 서비스 비용으로 1,200엔을 별도 지불했다.


통신사 업무를 보며 느낀 점은 한국에서 당연시되는 무상 서비스가 일본에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필름 부착 서비스는 물론 액세서리 하나하나에 비용이 발생했다. 특히 기기 구입 후 초기 설정과 유심 삽입을 포함한 통신 상태 확인까지 고객이 직접 해야 했다. ‘당연하게 해주는 것’이 없는 일본식 서비스 문화를 실감했다.


오늘 일본 전용 휴대폰을 손에 넣고 나니 묘한 해방감과 성취감이 교차한다. 비록 일본어가 서툴러 번역기에 의지하며 힘겹게 하루를 살아냈지만, 스스로의 힘으로 정착의 큰 산을 하나 넘었다는 뿌듯함이 컸다. 또한, 기기값으로 예상했던 130만 원 내외의 예산을 30만 원 미만으로 해결함으로써 약 한 달 치의 생활비를 비축한 셈이 되었으니 큰 수확이다. 매월 통신료 역시 라쿠텐 링크(Rakuten Link) 앱과 와이파이를 잘 활용하면 2,100엔에서 3,300엔 내외로 해결될 것으로 보인다.


유학생활을 마치고 귀국할 때는 앱(My Rakuten Mobile)을 통해 직접 해지가 가능하며, 요금제 변경이나 개인정보 수정도 간편하다고 한다. 2년 뒤에는 일본어 구사가 원활할 것이기에 통신사 해지는 큰 어려움이 아닐 것이다. 다행히 비자나 재류카드(在留カード) 갱신에 따른 대리점 재방문도 필요 없다는 확답을 들었다.

유학 초기 정착에 있어 비자, 재류카드 발급, 거주지 등록, 외화 전용 현금카드 이 네 가지가 갖춰지니 큰 어려움이 없다. 특히 〇〇은행 〇〇트래블 카드는 수수료 없는 현금 출금과 결제는 물론, 통신비 자동납부까지 해결해 주어 참 편리한 세상임을 실감한다.


오늘 장시간 애써준 우노 상에게 깊은 감사를 전한다. 점심시간까지 거르며 내 까다로운 질문과 요청을 하나하나 챙겨준 그녀의 노고 덕분에 무사히 개통을 마킬 수 있었다. 업무에 지장이 있었을 그녀를 위해 음료나 쿠키라도 사례하고 싶었으나, 다음 일정 때문에 그러지 못한 것이 내심 아쉬움으로 남는다.


[사진 무단 사용 금지: 교토역 앞 요도바시카메라 지하 1층 모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