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타 한달살기
이유없이 끌리는 나라를 떠올리라면 나는 망설임 없이몰타가 떠오른다.
작년 겨울, 몰타에서 한 달을 살았다. 처음 그곳에 도착해 다음 날 아침, 산바카라 하기 위해 해안가로 나왔다. 바닷바람이 시원했다. 이곳 몰타가 왠지 낯설지가 않았다. 제주도의 해안가를 걷는 듯한 포근함이 느껴졌다. 해안선을 걸으며 바라본 발레타는 불빛에 반짝여 빛나고 있었다. 조금 더 걷다보니 하얀 요트들이 줄지어 정박해 있었다. 그제야 이곳이 몰타임을 실감했다. 나는 카메라에 발레타, 요트, 하늘의 구름을 담았다. 새벽공기가 더욱 시원하게 느껴졌다.
이틀을 쉬고 영어학원에 다니기 시작했다. 낯선 외국인들과 영어로 말하고 답하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새로운 세상을 향해 첫 발을 내딛는 기분이었다. 오전에 영어 수업을 마치고 오후에는 지중해 바다로 향했다.
어느 날 같이 온 일행 언니들과 바닷가 해변을 걸었다. 잔잔한 파도에 걸음을 멈추었다. 눈앞에 펼쳐진 지중해는 끝이 보이지 않을 만큼 넓고 푸르렀다. 바다 위에는 요트 한 척이 유유히 떠 있었다. 파란하늘과 잔잔한 파도, 그리고 요트 한 척이 떠 있는 풍경은 마치 한 폭의 그림같았다. 나는 그 풍경을 카메라에 담았다. 그때 진정한 평화란 바로 이런 풍경을 보고 하는 말이 아닌가란 생각이 들었다. 주위가 온통 평온해 보였다.
우리는 걷고 또 걸었다. 걷다보니 저 멀리 작은 모래해변이 보였다. 신발과 양말을 벗어던지고 그곳으로 뛰어들었다. 바닷물이 차가웠다. 햇살에 비쳐 반짝이는 물결 아래에는 작은 돌들이 투명하게 보였다. 지중해의 차가운 물이 발끝에서 올라와 머리 끝까지 상쾌하게 했다. 우리는 서로 발을 모아 사진에 담았다.
페리를 타고 발레타에 간 날이 있었다. 발레타는 몰타의 수도이자 도시 전체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곳이다. 크리스마스 시즌이었다. 발레타 골목마다 화려한 장식과 조명들이 거리를 환하게 해주고 있었다. 발레타 광장에는 커다란 트리가 우뚝 서 있었다. 거리마다 많은 사람들이 오가고 음악이 흘러나왔다. 오랜 역사를 품은 건물들이 빛으로 물들고 있었다. 색색의 풍선으로 꾸며놓은 골목은 활기가 넘쳤다.
같이 온 일행들과 트리앞에서 그리고 색색의 골목 앞에서 사진을 찍었다.
발레타에서 가장 유명한 성당, 성 요한공동대성당은 외관은 비교적 단정하고 소박해 보이지만, 문을 열고 들어가는 순간 완전히 다른 세상이 펼쳐졌다.
겉은 단정하지만 속은 황금빛으로 가득한 공간이었다.
발레타의 골목을 걸으며 바라봤던 발코니의 아름다움과 지중해를 내려다볼 수있는 도시.
도시 자체가 거대한 역사 박물관 같은 곳이다.
걸으면 걸을수록 시간이 겹겹이 쌓인 느낌을 받게되었다.
임디나의 중세골목을 거닐던 날도 잊혀지지 않는다.
돌담사이로 이어진 좁은길, 낮게 깔린 햇살, 오래된 문과 등불. 햇살이 내려앉은 카페에 들어가 차 한잔의 여유를 즐겼던 곳이기도 하다.
블루라군의 에메랄드 빛 바다는 숨이 멎을 만큼 투명했고, 딩글리 절벽에 서서 바라본 수평선은 내 마음의 끝을 넓혀 주었다.
몰타는 거창한 이유로 끌리는 나라가 아니었다. 그저 그곳에 있으면 편안해지는 느낌을 받았다.
잘해야 한다는 부담도, 바쁘게 살아야 한다는 압박도 사라졌다.
한국으로 돌아온 뒤 몰타의 일상을 담은 사진들로 첫 개인 사진전을 열었다. 지중해 위를 떠다니던 요트, 포도밭 너머로 역광으로 물든 임디나 성, 황금빛으로 반짝이던 발레타의 야경, 붉게 타오르던 노을, 거칠게 몰아치던 성난 파도.
사진 한 장에는 단순한 여행의 기록이 아닌 내가 몰타에서 만난 시간과 감정들이 담겨 있다. 몰타에서 사진가로 살았던 그 한 달, 나는 아름다운 풍경보다 더 소중한 것을 얻었다. 세상을 바라보는 새로운 시선, 그리고 평범함 속에서도 기적같은 순간을 발견할 수 있는 마음이었다.
언젠가 다시 지중해 바다를 바라보며 아침을 맞이할 날을 기다린다.
그때의 나는 지금보다 조금 더 느긋하게 편안하게 그곳을 즐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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