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화. 입시 D-30, 아이의 손에 잡힌 굳은살

공대생 엄마의 예고 입시 관찰기

by시엔

시간은 야속하리만치 화살처럼 흘러, 어느덧 예고 입시를 딱 30일 남겨둔 시점이 되었다. 입시 D-30. 그 숫자가 집안에 찍히던 날부터 우리 집 거실에는 전과 다른 묘하고 차가운 긴장감이 흐르기 시작했다.

누구 하나 먼저 말을 꺼내지 않아도 식구들 모두가 극도로 예민해져 있었다. 밤 10시가 넘어 아이가 학원에서 돌아오는 시간이 되면, 나와 남편은 마치 가시방석 위에 앉아 있는 사람처럼 숨을 죽였다. 작은 소음 하나, 말 한마디조차 조심스러웠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별것 아닌 일로 남편과 나 사이에도 서운한 감정이 배어 나왔다. 아이의 합격이라는 똑같은 목표를 품고 있었지만, 불안을 견뎌내는 방식과 아이를 대하는 태도가 서로 다르다 보니 괜한 오해가 생기고 냉전이 찾아오기도 했다. 내가 아이의 건강과 불안을 걱정하며 한마디를 건네면, 남편은 너무 개입하지 말라며 이성적인 조언을 던졌고, 그 사이에서 팽팽한 신경전이 벌어지곤 했다.

하지만 부모인 우리의 예민함 따위는 정작 가장 무거운 십자가를 지고 벼랑 끝에 서 있는 아이의 고통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었다.

매일 12시간이 넘게 켄트지 앞에 붙어 그림을 그려대니, 아이의 어린 몸은 안 아픈 곳이 없었다. 등받이도 없는 동그란 플라스틱 의자에 불안정하게 앉아 이젤 위 도화지를 향해 팔을 내뻗는 동작을 수 천번 반복하다 보니 허리는 비틀리고 목과 어깨는 단단하게 뭉쳐 통증을 호소했다.

아이는 집에 오면 겨우 가방을 내려놓고 침대에 몸을 던지며 쓰러지곤 했다.




어느 날 밤, 지쳐 잠든 아이의 방에 들어가 이불을 덮어주다가 살며시 아이의 오른손을 보았다. 매일 같이 연필을 쥐고 칼질을 하던 아이의 가운데 손가락 마디에는 굳은살이 큼직하게 들어앉아 있었다. 15살 아이의 손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만큼 딱딱하고 까칠까칠한 굳은살. 연필을 다잡으며 생긴 그 단단한 흉터 같은 굳은살을 매만지는데, 울컥 눈물이 차올랐다.


오랜 기간 온라인 게임에서 일한 나는 늘 성과와 결과만을 따져왔다. 하지만 아이의 손에 새겨진 그 굳은살은 어떤 숫자나 성적표로도 환산할 수 없는, 아이가 홀로 견뎌낸 치열한 시간의 증거이자 훈장이었다.

그날 밤, 아이의 굳은살을 함께 바라보며 남편과 나 사이를 막고 있던 서운함의 벽도 부드럽게 허물어졌다. 서로를 향해 뾰족하게 세웠던 신경질이 얼마나 부질없었는지 비로소 깨달았다. 우리는 서로 다른 태도로 아이를 대하고 있었던 것이 아니라, 각자의 방식으로 아이의 저 단단한 굳은살을 안쓰러워하고 있었던 것뿐이었다.


입시까지 남은 시간은 단 30일. 불안과 두려움이 집안을 짓누를 때마다 나는 아이의 오른손을 떠올렸다. 아이는 부모의 걱정보다 훨씬 더 단단하게 제 삶을 일구어 가고 있었다. 엔지니어 엄마의 계산기가 멈춰 선 자리에서 아이의 굳은살은 말없이 증명하고 있었다.

‘이 고단한 레이스의 끝에 어떤 결과가 기다리고 있든, 아이는 이미 스스로의 힘으로 인생의 거대한 산 하나를 넘어선 진짜 예술가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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