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과 그림자가 완성하는 가장 고요한 화해
어두움이 도시의 가장자리부터 천천히 스며들 때, 세상은 소란한 껍데기를 벗어던진다. 낮의 세계가 타인의 눈빛과 기대로 가득 찬 무대였다면, 밤은 오롯이 나라는 존재의 깊숙한 심연으로 내려가는 고요한 고갯길이다.
My All.
이 나지막한 세 글자를 입안에 오래도록 굴려본다. 삶의 어떤 순간에는 이 말이 거창한 성취나 누군가를 향한 맹렬한 사랑을 의미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홀로 남겨진 이 침묵의 시간 속에서, 나의 모든 것이라는 고백은 전혀 다른 빛깔로 다가온다. 그것은 내가 지녀온 환희뿐만 아니라, 스스로조차 외면하고 싶었던 결핍과 상처, 흘려보낸 어리석은 시간과 침묵의 조각들까지 한데 묶은 유일무이한 궤적이다.
촛불 하나의 온기조차 과분하게 느껴지는 사색의 밤, 나는 지나온 길목마다 떨어뜨리고 온 기억의 부스러기들을 하나씩 줍는다. 낮 동안 우리는 얼마나 자주 나를 잘라내어 타인에게 맞추어왔던가. 인정받기 위해 부풀린 모습, 거절당하지 않기 위해 숨겨둔 모난 구석들. 그렇게 잘려 나간 조각들은 어둠이 내리면 서글픈 환영처럼 찾아와 마음의 문을 두드린다. 지성이라는 것은 어쩌면 세상을 밝히는 거대한 빛이 아니라, 자신의 어둠을 기꺼이 마주할 수 있는 나지막한 용기일지도 모른다. 밤의 여정은 바로 그 용기를 시험하는 길이다.
나의 잘못된 선택들, 누군가에게 주었던 의도치 않은 상처, 이루지 못한 꿈의 잔해들. 그 모든 것이 나를 구성하는 엄연한 요소임을 인정하는 순간, 마음 밑바닥에서 고요한 파도가 일렁인다. 완전함이란 결점이 없는 상태가 아니라, 자신의 모든 부서짐조차 껴안는 상태라는 것을 이 밤은 조용히 가르쳐준다.
나무는 꽃을 피울 때만 나무가 아니다. 모든 잎을 떨어뜨리고 겨울 밤바람에 앙상한 가지를 떨고 있을 때도 나무는 그 자체로 온전한 생명이다. 우리의 삶 역시 마찬가지다. 빛나는 순간만이 나의 전부가 아니다. 아무도 보지 않는 곳에서 홀로 삼켜야 했던 눈물, 길을 잃고 방황하던 고독의 나날들, 그리고 그 모든 방황 끝에 다다른 지금의 고요함. 이 모든 굴곡이 모여 지금의 나라는 선을 그려냈다. 하나의 우주가 소멸하고 새로 태어나는 데 필요한 것은 화려한 폭발이 아니라, 오직 한 존재의 깊은 이해와 수용이다.
나의 모든 것은 완벽한 영웅의 서사가 아니다. 그것은 상처 입은 영혼이 스스로에게 건네는 가장 깊은 화해의 문장이다. 모자라면 모자란 대로, 넘치면 넘치는 대로 내 안의 모든 존재들을 있는 그대로 맞아들이는 것. 나의 기쁨과 나의 슬픔, 나의 빛과 나의 그림자, 그 모든 것이 합쳐져 마침내 나의 모든 것이 된다.
어둠이 가장 짙어지는 새벽녘, 창밖의 공기는 차가우면서도 명징해진다. 밤새 나직하게 이어지던 내면의 여정이 비로소 하나의 고요한 점으로 모인다. 이제 더 이상 아무것도 증명할 필요가 없다. 타인의 기준에 나를 맞추려 애쓸 필요도, 지나간 과거를 후회하며 스스로를 갉아먹을 필요도 없다. 나는 그저 나로서 존재할 뿐이다. 어둠 속을 홀로 거닐며 수습한 내 삶의 모든 조각들을 품에 안고, 나는 다가올 아침을 향해 조용히 숨을 내쉬어 본다. 이 사색의 끝에서 마침내 나지막이 고백한다.
이 결함 많고 아름다운 밤 전부가 바로 나, 나의 모든 것이다.
Mariah Carey - My All (Official Lyric Video)
My Al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