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어지는 걸음
그늘은 깊고 어두운 나무 밑에서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빛이 잎사귀를 너무 강하게 밀어붙일 때
견디다 못한 나뭇잎의 등 뒤에서 슬그머니 흘러내리는 땀방울이다.
우리는 너무 오랫동안
상처를 봉합하는 실의 색깔에 대해서만 이야기했다.
붉은 피를 가리기 위해 푸른 실을 쓸 것인가.
아니면 눈에 띄지 않게 살색 실을 쓸 것인가.
그러나 정작 질문해야 했던 것은
바늘이 살을 뚫고 들어가는 그 짧은 순간,
통증이 비명이 되기 직전 살갗이 머금는
아주 희고 차가운 침묵의 두께였다.
전쟁터의 한가운데,
폭탄이 떨어진 자리에 피어난 이름 모를 꽃 한 송이를
우리는 흔히 '희망'이라 부르며 시를 썼다.
하지만 진짜 반전은
그 꽃이 폭발의 열기를 견뎌내고 살아남았다는 사실에 있지 않다.
그 꽃의 아주 깊은 뿌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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