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쌍벽(雙璧)
보기에 그럴 듯하지요.
두 개의 구슬, 쌍벽(雙璧)이니
한 데 꿰어보면 보배가 되겠네요.
저와는 필체 자체가 결이 다르다 못해 완전 딴판입니다.
마치 용이 꿈틀거리는 것만 같기도 하네요.
저는 규격에 알맞게 제도화된 교육제도 안에서 비닐하우스를 치고 그 안에서 잘 자란 모종 같고요.
도반은 서부의 거칠고 메마른 황야에서 오로지 홀로 살아남으려는 일념하에 허리춤에 찬 권총을 마구마구 돌리면서 잽싸게 총알을 위아래로 쏘아대는 무법자처럼 힘과 역동감이 주체를 못 할 정도로 흘러넘칩니다.
글씨는 그 사람의 태도와 품성 그리고 인격이 오롯이 담겨 있는 그릇과도 같습니다.
모든 것이 그러하겠지만, 특별히 필체와 글씨에도 그 사람의 성정이 그대로 녹아들어 있습니다.
속이려야 속일 수가 없는 것이지요.
한 글자로는 다분히 숨길 수 있다손 치더라도
두 글자 이상에서는 도저히 감출 재간이 없게 되는 거지요.
그래서, 필체 감정이라는 분야도 엄연히 존재하고 있는 거고요.
이래 봬도 저는 원주에서 근무할 때 사무실 근처의 서예학원에 등록하고, 2~3달 이상 저녁마다 붓글씨와 묵향에 흠뻑 취한 채로 서예에 매진하면서 나름대로 쌓고 올려놓은 실력이 비록 보이지는 않지만 조금은 있었던 거고요.
반면에, 이 친구는 주문진에서 서예반에 등록만 하고, 강릉으로 이사를 오는 통에 붓을 제대로 잡아 보지도 못한 그야말로 새내기인 겁니다.
그래서, 평생교육원 동기이지만 제가 자주 놀려먹기도 하고 골려주기도 하곤 하지요.
한 번 선배는 영원한 선배니까요.
하수는 섭섭하겠지만서도 일단 상수에게 호되게 당해봐야 절치부심하면서 클 수 있는 거 아닌가요?
하수에게 권토중래를 꿈꾸게 하는 선배!
엄청 유익하겠지요.
모두 실언과 망발입니다.
저의 어릿광으로 넘겨주세요.
나름 강원도 도전에 도전하는 데 있어서 낙오하거나 지치지 않도록 서로에게 힘이 되어주고, 든든한 격려까지 나누어가면서 최종적으로는 서로 간에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면서 치열하게 불꽃마저 튀는 선의의 경쟁까지 하게 되니 우리의 관계가 한껏 오지고도 재미집니다.
서로 말하지는 않아도 속으로는 이번 강원도 도전에는 '입선을 꼭 해내야지' 하는 간절하고도 절박한 심정으로다가 도원결의도 하고, 한층 더 분발해 봅니다.
아직도 온 힘을 다하여 붓글씨를 써가야 하되, 영혼을 쥐어짜 내야만 하는 화선지 한 뭉치가 저만치 떨어진 모퉁이 구석에서 나를 노려보고 있다.
흥, 이번엔 내가 너를 잔뜩 째려봐주마!
기다리거라!
내가 너를 붓으로다가 맘껏 짓누르고,
한 편으로는 살살 간지럽히기도 하며,
종국에는 붓을 쳐들고 휘둘러 흠씬 패주고야 말겠다.
각오하거라!
치도곤을 당하게 해 주마!
한 바탕 한 여름밤의 시원 청량한 납량특집 시리즈물인 좀비 복수극(?)을 꿈꿔 본다.
절대로 깨몽은 아니기를!
* 치도곤(治盜棍)
말 그대로 '도적을 다스리는 몽둥이'로써 조선시대에 사용되었던 棍(곤)과 杖(장) 가운데 가장 중한 몽둥이였다.
규격은 길이가 약 173cm였으며 두께는 약 3cm로 둥근 형태임(네이버 지식백과 참조)
"그가 땅을 심판하러 임하실 것임이로다.
그가 의로 세계를 판단하시며,
공평으로 그의 백성을 심판하시리로다."
(시편 98: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