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상상 이상의 망상!
현실과 신분의 두터운 벽을 앞에 두고 서 있는 히스클리프처럼 폭풍의 언덕에서 일순간 광풍을 맞고 쓰러진 이후, 절치부심하면서 언젠가는 반드시 만나고 싶은 청풍명월을 꿈꿔본다.
어느덧 기대를 한껏 모으던 찻잔 속의 태풍은 그저 찻잔 속에서만 한가로이 맴도는 소용돌이로 그치게 되면서 다들 아시다시피 파국을 맞이하게 되었다.
그 후로 얼마의 시간이 지나지 않아, 별안간 난데없이 사부님이 쏘아 올린 부메랑이 청명한 하늘로부터 날카로운 비수가 되어 나의 여린 짙푸른 심장을 겨누며 날아들고 있었다.
"강원특별자치도에도 도전해 봐야지 않겠어?"
잔잔한 호수에 돌멩이가 풍덩하고 떨어진다.
사위는 조용한데, 내 가슴속에서는 곧바로 파문이 일어나기 시작한다.
그랬다.
거부할 수 없는 미지의 힘이 솟구치자 오른손은 주먹을 불끈 쥐고야 만다.
모든 사물에는 관성이 내재하고 있다.
한 자리에 서있는 물체는 계속 서있으려 하고, 움직이는 물체는 계속 움직이려고 한다는 것이 관성일 터인데,
'그럼, 나도 내친김에 걍 해볼까나!'
그렇게 강원도 미협 도전에 사부님의 시기적절한 밀당과 조율 속에서 그리고 사전에 촘촘하게 짜여진 수순과 검은 음모(?) 속에서 착착 진행된 도전의 유혹은 그렇게 치밀하게 진행되고 있었다. 대한민국 미협 서예 부문의 화려하지만 무모했던 도전 이후에 진행된 나름 먹음직한 미끼(?)이기에 덥석 물었던 것이다
강원특별자치도 미협 서예 부문의 도전이었기에 이전 국전보다는 조금 가벼워진 마음으로 부담감과 중압감은 상당히 경감된 상태이다.
국전이라는 매서운 타격감에 나도 모르게 이미 맷집과 잔뼈가 상당히 굵어져 버린 것이다.
도전 시리즈상 일반적으로 나타나는 영화 속편 제작의 부담감과는 달리 오히려 홀가분함으로 시작하게 되어 강원도 도전에 도전하는 기분은 상쾌하기가 이를 데 없다.
그렇게 미리 맘 속으로 단단히 작정을 하고 나서, 사부님께 도전 체본을 받으러 발걸음도 가볍게 총총총 서예 갤러리로 걸어간다.
다행히 국전지보다는 약간 작은 사이즈의 전지라서 그런지 한결 안도감을 느낄 수 있었다.
아직 본격적으로다가 시 전문 전체를 써보기 전이라서 더욱 그랬다.
그러나, 한 글자를 써보니 이내 다시금 중압감이 한바탕 몰려온다.
'아, 길을 잘못 들어왔다.'
'이 산이 아닌가 벼, 그런가 벼'
여기에도 초보들 눈에는 절대 보이지 않는 부비트랩이 곳곳에 눈을 번뜩이며 도사리고 있었던 것이었다.
'바보같이 그것도 모르고'
그렇게 서서히 또 다른 심리전과 육박전을 앞둔 소리 없는 침묵의 전쟁이 조용히 시작되고 있었다.
그 누가 들을 수 있을까?
자욱한 포연 속에 심장을 깨물 듯 흐느끼는 신음 소리를......
"여호와는 위대하시니 지극히 찬양할 것이요. 모든 신들보다 경외할 것임이여, 만국의 모든 신들은 우상들이지만, 여호와께서는 하늘을 지으셨음이로다."
(시편 96:4~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