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미술대전 참가기

6. 스콜 후 미풍만이

byw t skywalker

찻잔 속의 태풍은 그렇게 내 맘을 휘젓어 놓고 조용히 지나갔다.

두문불출과 절필만을 남겨 두고서.




모든 도전에는 뒤따르는 게 있다.

1. 용기와 과감한 결단

2. 곳곳에 설치된

부비트랩들과의 사투

3. 승전보 또는 패전보

4. 짙은 커피 향내이거나

자욱한 포연

5. 소중한 추억


그랬다.

나도 동일한 경로를 걸어봤다.

트럼펫의 팡파르와 함께 승전보를 울리면서 머리에는 어사화를 꽂고, 보무도 당당히 금의환향을 했었다면 더욱 좋았겠으나,

여건과 상황이 그러하지 않았음이 그저 안타까울 뿐이다.


포연이 휩쓸고 지나간 질곡의 계곡에는 달콤한 커피 향이 잠시 동안이나마 머무를 수 있게 하는 공간마저도 사라지고 없었다.

아니, 그럴 여유가 없었다.


재야의 무림 고수들이 승패를 놓고 겨루는 건곤일척의 혈투가 벌어지는 국전에 풋내기가 그것도 생초보임에도 불구하고 과감하게 도전하는 용기(혹은 만용)만큼은 높이 사고 싶다.




어쨌거나 국전 도전으로 얻은 것이 상당하다.

나의 서예 실력에 대한 객관적인 평가와 더불어 무림에 대한 경외심도 가지게 되었다. 그야말로 서예를 대하는 겸허한 태도와 자세를 갖추게 되었으니 말이다.

무조건 한 번씩은 꺾여봐야 마음자세도 한층 더 겸비해지고, 무엇보다 성실한 태도마저 갖출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비록 짧은 기간이었지만, 국전에 도전하는 과정을 통해 30여 장 내외의 국전지를 쓰면서 서예 실력도 한결 나아졌음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이번 기회가 아니었다면, 서예 햇병아리인 자로서 언제 국전지에 나의 필체를 남길 수나 있었겠는가!

그 경험이 내겐 무척이나 소중하다.


물론, 붓을 든 채 전투에 임하는 기간 동안에는 간헐적이지만 복병(?)들과의 사투가 심심치 않게 이어지긴 했다.

이걸(국전지) 정말 꼭 써내야만 하는 건가?

끝까지 써낼(마감시한) 수는 있긴 하는 건가?

온몸을 휘감아도는 근육 뭉침(경직)은 견딜 수가 있으려나?

매일매일 두통과 치통을 번갈아가면서 신체 구석구석으로 서서히 그러나 끈덕지게 퍼지고야 마는 극도의 스트레스는 감당 가능한 수준인가?

의문 투성이인 미지의 동네(미술협회) 잔치에 불청객으로 초대받은 기분이 꼭 이럴 것만 같다.




그 모든 회의와 고통을 뒤로하고,

결국엔 누구처럼 루비콘강을 건넜다.

남겨진 것은 루비콘강에 던져진 주사위!

남은 것은 낙관이 찍힌 채로 우체국 소포를 통해 내 손에 반송되어 온 서예 제출 작품뿐이었다.


함포가 그친 이후에야 허탈감과 동시에 나른함 만이 내 눈꺼풀을 마구마구 짓누르고 있을 뿐이다.




너와 함께한 시간 모두 눈부셨다.

글씨가 마음대로 잘 써져서,

글씨가 마음과 달리 잘 안 써져서,

화선지가 글씨를 뱉어내서,

화선지가 글씨를 먹어서,

먹물이 번져서,

먹물이 뭉쳐서,

붓 끝이 터져서,

붓 끝이 밋밋해서,

손끝에 힘이 너무 들어가서,

손 끝에 힘이 너무 빠져서,

승모근이 뭉쳐서,

승모근이 풀려서,


그 모든 순간이

(서예로 인해 빛이 나서)

좋았다.




"새 노래로 여호와께 노래하라. 온 땅이여, 여호와께 노래할지어다."

(시편 96:1)

목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