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이 안개에 걸려 희부옇다 장작불에 닿을 듯이 손을 갖다 대고 타오르는 빛을 보고 있다 그가 언제 왔는지 옆에 다가와 있다 그는 귀를 손으로 후비적거리더니 담배 한 개비를 꺼내 물었다 잠자코 있어 장작 타는 소리가 잘 들리지 않잖아 냉소가 담긴 얼굴이 붉은빛으로 타고 있었다
시간은 하루가 다르게 줄어들었고 멀리서 들려오던 길고양이의 울음조차 없는 조용한 시간 자동차 불빛이 모였다가 흩어졌다 낯선 동요라고 하지 그와 난 친숙한데도 어떤 새로운 벽 같은 것을 느꼈다 강이 흐르는 곳에 마지막 문장을 마칠 존재로 늘 함께하던 모든 감각이 눈에 띄게 퇴화하고 있다
오랫동안 서 있었다 사방이 조용하다 마치 절간에라도 온 것처럼 금방 풍경소리가 울릴 것 같다 고흐의 그 섬의 풍경이 머릿속에 그려졌다 열망을 드러내는 해바라기
갑자기 빙점까지 떨어진 기온은 지하 세계의 입구처럼 아가리를 벌리고 끝없이 환영과 환청에 시달리게 했고 그로 인해 그는 귀를 자르는 시간을 겪었다 따뜻한 커피 한잔이 필요하다 만일 죽음의 여신 케레스라면 목표 지점으로 행진하고 있는 것일 테니 어떤 의미에서 우리는 함께 하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