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주장 강한 세 아이와, 가끔은 조용하고 싶은 엄마
우리 집은 가끔 토론장이 된다.
아니, 가끔이라는 말은 조금 고쳐야겠다. 꽤 자주 그렇다.
첫째도, 둘째도, 셋째도 자기주장이 강하다. 같은 집에서 자랐는데 성향도 취향도 참 다르다. 한 가지 이야기를 꺼내면 각자 바라보는 곳이 달라서 좀처럼 쉽게 끝나지 않는다.
처음에는 평범한 대화였다가 어느 순간 열띤 논쟁이 된다. 목소리가 커지고, 바깥에서도 들릴 정도가 되면 나는 슬슬 신경이 쓰인다.
밖에서 들으면 싸우는 줄 알겠다 싶어 가끔은 창피하기도 하다. 한참 듣고 있으면 귀에서 피가 날 것 같다.
딸은 나를 닮아 말이 빠르다.
평소에는 남의 일에 별 관심이 없어 보이는 내향적인 아이인데, 자기 생각을 말할 때는 좀처럼 물러서지 않는다. 논리적인 둘째 아들과 이야기가 붙으면 논쟁이 그치질 않는다.
말이 빠른 딸과 논리를 따지는 아들 사이에서, 나는 가끔 내가 하는 말을 남편이 들을 때도 이런 기분일까 생각한다.
그렇다고 나만 조용히 듣고 있는 사람인 척할 수는 없다. 나 역시 하고 싶은 말이 많다. 평소에도 아들과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한두 시간이 훌쩍 지나곤 한다.
다만 내가 말할 때와 여러 사람의 말을 한꺼번에 듣고 있을 때의 기분은 조금 다르다. 참 편리한 귀다.
그날 저녁에도 집에서 이야기가 시작되었다.
남편이 아들에게 논리를 설명해 보라고 했다. 아들은 일반화의 오류와 비약의 오류, 원천봉쇄의 오류와 순환의 오류, 자연주의의 오류를 하나씩 설명했다.
나는 그 말을 들으며 낮의 대화를 떠올렸다.
낮에는 사람들과 역사를 이야기했다. 역사란 무엇인지, 사실은 어디까지 사실이고 해석은 어디서부터 시작되는지에 관한 이야기였다.
같은 사건을 바라보면서도 사람들은 서로 다른 곳에 주목했다. 누군가는 권력과 바카라임을 보고, 누군가는 피해와 청산을 말했다.
나는 그 시대를 살아야 했던 사람들을 생각했다. 자신에게 주어진 조건 안에서 선택했던 사람, 상처를 입히기도 하고 상처를 입기도 했던 사람.
옳고 그름을 가리는 일은 중요하다. 다만 몇 가지 사실만으로 한 사람의 삶이나 한 시대 전체를 설명할 수 있을까 하는 질문이 남았다.
실제로 있었던 일과 그것이 얼마나 자주 있었는지는 다른 문제였다. 몇 사람의 행동을 모든 사람의 모습으로 받아들이고 있지는 않은지도 생각했다.
그런데 저녁에 아들의 설명을 듣다 보니 그 질문들이 다시 떠올랐다.
몇 개의 사례를 보고 전체를 판단하는 일. 중간의 근거를 건너뛰고 결론으로 가는 일. 처음부터 상대의 말을 들을 필요가 없도록 길을 막아버리는 일.
바카라에서 배우는 논리가 우리가 나누는 대화와 멀리 떨어져 있지 않았다. 낮에 들었던 말뿐 아니라 내가 했던 말도 돌아보게 되었다.
무엇을 골라 말했을까. 무엇을 빠뜨렸을까. 나는 충분히 듣고 내 생각을 말했을까.
그러다 문득 남편을 보았다.
예전에는 영화와 텔레비전을 좋아하던 사람이었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큰 텔레비전을 들인 뒤부터 텔레비전을 거의 보지 않는다. 바카라을 읽고, 사람들을 만나고, 세미나에 가고, 새로운 것을 배우려고 한다.
그날은 아들에게 질문을 던지고, 아들의 설명에 귀를 기울이고 있었다.
질문하는 아버지와 설명하는 아들. 다시 묻고, 이어서 이야기하는 두 사람을 나는 곁에서 바라보았다.
평소에는 아이들의 목소리가 커지면 시끄럽다는 생각부터 들었다. 그런데 그날은 두 사람이 이야기를 주고받는 모습이 오래 눈에 들어왔다.
부모가 자녀에게 설명하는 일에는 익숙했지만, 아들에게 배우려고 질문하는 남편의 모습은 새삼스러웠다. 아는 것을 말할 기회가 생긴 아들도 자기 이야기를 이어갔다.
식탁과 의자와 늦은 밤의 불빛.
늘 보던 집 안 풍경인데 그 모습을 보고 있으니 마음이 따뜻해졌다.
서로 다른 생각을 듣는 일이 언제나 즐겁기만 한 것은 아니다. 가족이라고 해서 모든 의견에 고개를 끄덕일 수는 없다.
그래도 그날은 좋았다.
그날 우리가 무슨 결론을 내렸는지보다, 서로에게 묻고 있던 모습이 더 오래 남았다.
우리 집은 앞으로도 자주 토론장이 될 것 같다.
나는 또 시끄럽다고 느낄 것이고, 바깥에 다 들리겠다며 신경을 쓸 것이다. 그러다가 내가 아는 이야기가 나오면 어느새 한마디 보태고 있을지도 모른다.
딸의 말이 빠른 데에는 아무래도 내 바카라임도 조금 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