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바꿀 수 없는 사람 앞에서

코를 골며 자는 사람 옆에서

by바람 wind air wish

오랫동안 반복되어 온 일이 있다. 한두 해가 아니다.


여러 사람이 문제를 알고 있었고, 때로는 불편해했고, 때로는 속으로만 삭였다. 그러다 어느 순간부터 이렇게 말하기 시작했다.


“그 사람은 안 바뀌어.”


나도 비슷한 말을 들었다. 가까이에서 오래 함께해 본 사람일수록 단호했다. 아무리 말해도 달라지지 않으니 괜히 부딪혀 힘 빼지 말고, 그냥 두는 편이 낫다고 했다.


남편도 한때 그 일로 많이 힘들어했다. 가까운 자리에서 몇 년을 함께 일하며 부딪혔고, 임기가 끝나자 다른 일이 많다는 이유로 조용히 물러났다. 사실은 너무 지쳤던 것이다.


그런데 시간이 흘러 다시 비슷한 상황을 마주하자 남편은 뜻밖의 말을 했다.


“사람이 안 바뀐다고 아무도 말하지 않으면, 그분은 자기가 뭘 잘못하고 있는지 생각해 볼 기회도 없잖아. 미움을 받더라도 해야 할 말은 해야지.”


나는 그 말을 들으며 걱정부터 했다. 남편이 그 일로 얼마나 힘들었는지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남편은 불합리하다고 생각하면 바로 말하는 편이다. 돌려 말하거나 속으로 삭이는 데 익숙하지 않다. 나는 할 말의 내용만큼 말하는 방식도 신경이 쓰인다. 맞는 말이라도 화가 섞이면 상대는 그 말보다 화난 목소리를 먼저 들을 수 있으니까.


그래서 몇 번이고 부탁했다.


“할 말은 해. 그런데 감정적으로 하지는 말고, 예의를 지켜서 말해. 화가 나면 숨을 세 번만 쉬고 이야기해.”


남편은 그게 제일 어렵다며 웃었다.


사실 나도 사람을 바꾸기가 얼마나 어려운지 조금은 안다. 오래 반복해 온 방식이라면 더욱 그렇다. 좋은 뜻으로 이야기를 꺼내도 상대는 다르게 받아들일 수 있다. 내가 충분히 설명했다고 생각해도 전혀 전해지지 않을 때가 있다.


그렇다고 불편한 일을 언제나 덮어두는 것이 마음 편한 선택은 아니다. 말을 하지 않았는데도 그 일이 자꾸 생각나고, 속으로는 하고 싶은 말이 쌓이기도 한다.


내가 고민하는 것은 그 사이 어디쯤이다. 해야 할 말은 하면서도, 그 말이 상대를 바꾸어야만 끝났다고 여기지는 않는 것.


이해하려고 애쓰는 것과 모든 행동을 받아들이는 것은 다르다. 다만 내 이야기를 듣고 생각을 바꿀지, 그대로 지낼지는 상대에게 달려 있다. 거기까지 내가 대신할 수는 없다.


예전 같으면 이런 일을 오래 마음에 품었을 것이다. 누가 무슨 말을 했는지 되짚고, 왜 그렇게 말했을까 생각하고, 다음에는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혼자 대화를 이어갔을 것이다. 정작 상대는 다른 일을 하고 있는데 나만 그 자리에 남아 있는 날도 있었다.


이제는 그러는 시간을 조금 줄이고 싶다.


방금 집에 도착했는데 남편은 벌써 코를 골며 잔다. 하루 종일 복잡한 일을 겪은 사람이 맞나 싶어 웃음이 난다. 아까까지는 그렇게 진지하게 이야기하더니, 잠드는 데는 오래 걸리지 않았다.


나는 아직 생각이 남아 있는데 옆에서는 코 고는 소리가 난다.


저렇게 잘 자는 것도 참 복이다.


남편에게 감정을 가라앉히고 말하라고 했지만, 이제는 내 마음도 살펴야겠다. 이미 지나간 대화를 밤새 다시 해본다고 더 잘 전해지는 것은 아닐 테니.


내가 해야 할 일은 하고, 내 손을 떠난 일은 하나님께 맡기고 싶다. 마음처럼 잘되지 않을 때도 있겠지만, 오늘 밤에는 여기서 멈춰보려고 한다.


짧게 기도하고 코를 골며 자는 남편을 바라본다.


그래, 오늘 할 일은 여기까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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