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 아파트는 죄가 없다

지방 투자에 실패한 사람과 성공한 사람의 차이

by임복주

“지방에 투자하면 돈 못 버는 거 아니에요?”


이 말은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 특히 나의 경우에는 말이다. 지방 아파트를 매수했던 23년 당시 나의 종잣돈은 5천만 원 남짓이었다. 생애최초 매수로 LTV 80%을 받는다고 해도 연봉과 종잣돈 모두 적었기 때문에 최대 3억대의 집을 매수할 수밖에 없었다. 그래도 포기하지 않고 적은 돈을 가지고 지방에서 투자를 시작했던 덕분에 올해 꿈에 그리던 서울 입성을 할 수 있었다.


흔히들 지방 투자에 대해 안 좋은 인식이나 편견이 있는 듯하다. 특히 수도권 위주의 투자를 주로 해온 이들이나 연봉 자체가 높아서 대출이 많이 나오는 경우에 그러하다. (연봉이 높아 대출이 잘 나오는 부부는 굳이 지방까지 볼 필요 없기는 하다. 차라리 익숙한 수도권 지역에 대출을 끌어 매수하고 연봉이 잘 나오는 온라인 게임을 유지하고 업그레이드하는데 힘을 쓰는 것이 낫다.) 실제로 그런 상황의 사람들에게 이런 말들을 들어왔다. “지방에서 괜히 투자 시작했다가 잃기만 하고 손절 매도했어요.”, “지방에 투자하는 게 저는 별로 와닿지가 않더라고요.” 등등 말이다.


그러나 내게는 좀 다르게 적용되었다. 연봉이 높아 대출이 충분히 많이 나오는 온라인 게임도 아니었던 데다가 종잣돈 규모 자체가 적었기 때문에 힘들더라도 남들이 찾지 않는 곳에서 기회를 잡아야만 했다. 그리고 내게 지방에서 투자를 했는데 돈을 못 벌었다고 말하는 이들은 대게 이런 특징이 있었다.


[지방에 투자하고 손실본 사람 특징]

- 마음속으로 지방에 대한 불신이 있어 자신이 산 물건에 확신을 가지지 못함

(주로 수도권에서 나고 자란 경우가 많았다.)

- 제대로 공부하지 않고 수박 겉핥기식으로 공부함

- 자신이 판단한 것이 아닌 다른 투자자의 말을 쫓아 투자함


반대로 지방 투자한 것으로 수익을 본 사람들은 이러했다.


[지방에 투자하고 이익본 사람 특징]

- 남의 말을 따라 투자한 것이 아닌 철저한 자기 검증을 통해 매수

- 피나는 노력을 통해 매수했으며 해당 지역에 대해 철저한 공부를 함

- 지방 투자에 대한 장점과 단점을 명확히 알고 매도/갈아타기 계획이 명확하며 자신의 투자에 확신이 있음


지방에 투자해서 잃은 사람도 많지만 나는 오히려 수익을 보고 매도했다. 운이 좋았던 것도 있었지만 당시 투자 할 때 내가 가장 경계했던 것은 ‘다른 사람이 투자했다고 해서 투자하는 행위’였다. 내가 공부하던 곳에서 초보자들 사이에 좋지 않은 분위기가 돌 때가 있었다. 누군가가 어느 지역에 투자를 했다고 하면 자신이 직접 알아보려는 노력은 하지 않고 ‘추격 매수’를 하는 사람들이 우후죽순 생겨났던 것이다. ‘이번에 00님이 ㅁㅁ지역에 XX단지를 매수했대~’라고 하면 해당 단지에 매수건이 늘어났고, 그로 인해 전세가가 하락하여 피해를 보는 이들이 많았다. 학교 공부는 잘하던 사람들이 돈 앞에서는 이성을 잃곤 했다. 더 이상한 것은 그들이 말하는 00님이 거기에 매수를 했다고 한들 부자는 아니었다는 것이다. 10억 이상의 자산을 일구지도 않은 00님이 매수한 그곳을 왜 쫓아가서 사는 걸까? 나는 의아했다. 심지어 내가 알던 한 동료는 자신보다 오래 공부한 친구가 XX단지를 매수했다는 정보에 매몰되어 해당 단지를 친구보다 비싸게 매수하곤 오랜 기간 물려있었다. (해당 단지는 안타깝게도 아직까지 그가 매수한 가격보다 많이 오르지 않았다.)


화면 캡처 2026-09-24 135725.jpg매수 대상 지역의 단지들을 전체 조사하여 끊임없이 비교를 더해갔다


지방을 매수할 당시 나는 오롯이 배운 내용을 토대로 직접 조사하고 공부한 것에 대한 믿음을 가지려고 노력했다. 다른 사람의 말을 듣고 투자한다고 한들 확신이 들 수도 없을뿐더러 결과가 좋지 않으면 그를 탓하게 될 것이 분명했다. 그래서 더더욱 나 자신의 노력을 믿은 것이다. 매수를 하기로 결심하고 집 근처의 스터디 카페를 끊은 뒤에 매일같이 출석 도장을 찍었다. 주말에는 물건을 보러 가야 하므로 시간이 부족했기에 평일에 퇴근 후 시간이 내게는 무엇보다 중요했다. 7시부터 늦으면 새벽 2~3시까지 매일같이 물건을 조사하고 비교했다. 그렇게 2~3개월을 행동한 후에 매수하게 된 것이었다.


첫 투자였기에 돈을 전부 넣지 않고 일부만 넣었다. 때문에 상대적으로 그 지역 내에서 선호도가 약한 물건을 매수했고 약점이 있다 보니 첫 1년 동안은 계속 눌려있었다. 그러다가 해당 지역에 공급이 거의 소멸 직전으로 줄어들고 부동산 시장에 매수 심리가 강해지면서 내 물건의 가격도 오르게 되었다. 부동산 과열도가 점차 올라오고 있어서 빠르게 매도하지 않으면 수도권 매수의 기회를 놓칠 수도 있던 상황이었다. 내 물건이 오르면 동시에 더 좋은 지역의 물건은 더 빨리 오를게 분명했다. 내 물건은 층/향/상태는 좋았지만 동이 조금 아쉬운 특징을 가지고 있어서 최고가로 매도하기 어려웠다. 그래서 중위가격에서의 상단 가격보다 몇백만 원 정도 싸게 판매했고 그 덕분에 기회를 잘 잡을 수 있었다. (물론 마지노선 가격에 대한 설정은 해둔 상태였으며 그 안에서 합리적이라고 생각될 때 매수를 결정했다. 약 일주일 뒤에 같은 동의 로열층 물건이 더 싸게 매도된 걸 보고 나쁘지 않은 선택이었다고 생각했다.)


사실 부동산은 돈만 있으면 투자할 수 있는 생각보다 단순한 자산이다. 누구나 좋아하는 거주 환경은 비슷하고, 좋은 아파트는 꽁꽁 숨겨진 게 아니라 다 알려져 있으니까 말이다. 다만 소액 투자자에게는 ‘누구나 다 아는 좋은 아파트’를 투자하는 일이란 불가능하다. 그렇다고 손만 쪽쪽 빨고 있을 수는 없지 않은가? 게다가 사람마다 잘 맞는 투자가 있기 마련이다. 내가 부동산이라는 투자가 재밌고 잘 맞는데 돈이 많지 않다고 해서 기회를 찾으려는 노력조차 안 할 수는 없다. 지금은 다주택자에 대한 정바카라적인 허들도 있고 매수심리가 과열된 상태라 추가 주택을 늘리기에 조심스러운 상황이다. 그러나 시장은 돌고 돈다. 또 언제 다시 다주택자에게 호 시절이 올지도 모르는 일이다. 그럴 때 꼭 남들이 찾는 기회만이 전부가 아니며, 내가 가진 편견이 사실인지 거짓인지 검증은 반드시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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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역시는 84기준으로 서울의 강서/성북 정도의 가격까지도 간다.


요새도 매달 시세트래킹을 하고 있는데 나는 지방에도 가격이 괜찮아 보이면 같이 확인한다. 현재 주택에 자산을 거의 몰빵 했기 때문에 종잣돈이 적은 상태라 또 기회가 주어지면 지방 투자를 할 수도 있다. 미래의 가격은 예측할 수 없지만 내가 최선을 다해서 알아보았고 좋은 물건을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으로 잘 매수했다면 반드시 오르기 마련이다. 그러니 너무 지방을 미워하지 말자. 편견을 가지지 말자. 지방의 유지들도 수도권의 귀족들 못지않게 강하고 카리스마 있으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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