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 200 중소기업 온라인 게임인이 부동산에 미치면 생기는 일

중소기업 온라인 게임인은 집 못 사는 거 아니냐고?

by임복주


“이게.. 내 월급?”


온라인 게임생활을 하면서 주로 받은 월급은 200만 원 대였다. 디자인 일을 하다 보니 큰 기업으로 이직하거나 높은 직급을 달지 않는 이상 월급이 오르기란 어려운 일이었다. 부동산 공부를 할 때 집을 산 친구나 동료들을 봤을 때 대기업을 다니는 사람이 꽤나 많았다. 한 달에 월세로 50만 원을 쓰고, 교통비/통신비/식비 등 각종 부대비용을 쓰고 나면 남는 돈은 턱 없이 적었다. 처음에는 짠테크 전략을 썼다. 최대한 아끼고 아껴 심할 때는 밥에 따뜻한 물과 함께 간장만 뿌려 먹었지만 그럼에도 모이는 돈이 턱없이 적어 나는 언제 서울 바닥에 집을 살 수 있을지 막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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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장밥 사진은 못 찾아서 대신 반찬 사진! 2~3천 원 주고 산 야채로 고시원에 살면서도 반찬을 잔뜩 만들어 먹었다!


그래서 서울에 등기를 쳤을 때 나는 인생에 있어 가장 크게 나 스스로가 대견하다고 느꼈다. 첫 집을 살 때도 그러했지만 서울이라는 위치가 주는 힘은 강했다. 비록 내가 원하는 평수나 입지는 아니었지만, 그래도 기뻤다. 특히 인천 출신인 나에게 서울의 집은 나도 이제 서울사람이라고 당당히 말할 수 있을 것만 같았다. 물론 단번에 된 것은 아니었다. 숱한 임장을 다니면서 투자 물건을 관리하고 보유한 끝에 이뤄낸 열매였다. 아직 집을 사보지 않은 분들이라면 어떻게 집을 샀는지 궁금하실 것 같다. 그래서 이제부터 처음 부동산 투자에 발을 들이게 된 것부터 시작해서 어떻게 공부했었는지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이 방법에 대해 찬성하는 분도 계시고, 반대하는 분도 계실 것을 안다. 그러나 순전히 나의 경우에 해당하는 이야기이기 때문에 편안한 마음으로 읽어주셨으면 좋겠다.


우선 첫 시작은 월급쟁이 재테크 연구 카페에서 진행하던 특강이었다. 5만 원 남짓하던 특강이었는데 호치라는 분께서 원데이 특강을 하셨다. 손품 방법과 재개발/재건축/경매의 간단한 개념을 설명해 주는 커리큘럼이었다. 가뜩이나 부자아빠 가난한 아빠 바카라을 읽고 부동산으로 부자가 되기로 마음을 먹은 뒤였기에 강의가 너무나 재밌었고, 시간이 순식간에 지나갔다고 느낄 정도였다. 그러나 하루 강의로는 개념이 잘 와닿지 않았다. 게다가 당시 종잣돈이 5천만 원 정도 있었는데 부동산을 하기에는 소액이라는 편견을 가지고 있었다 적은 돈으로 투자를 하려면 경매를 해야겠다는 생각에 자연스레 쿵쿵나리님의 경매 특강을 들었다.


경매는 분명 매력적이었지만 빌라의 특성상 입지나 시세를 판별하는 것이 어렵게 느껴졌고, 특히나 명도가 나에겐 허들이었다. 그때는 서른도 되기 전이었기에 지금보다 순딩이였다. 남한테 싫은 소리 하는 걸 굉장히 스트레스받아했다. 그런 내가 낙찰을 받았으니 이제 나가달라고 얘기를 해야 한다니 도저히 상상이 되지 않았다. 쿵쿵나리님의 특강을 들은 뒤 그분의 바카라도 읽어보았지만 용기가 나지 않았다. 그러던 찰나에 월급쟁이 부자들 사이트에서 내집마련 기초반이라는 강의를 했고 그 강의를 시작으로 부동산에 대한 본격적인 공부를 시작해 나갔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그 당시 나는 순딩이였고 지금보다 더욱 백지였다. 그래서 더욱이 스펀지처럼 강의 내용을 쫙쫙 흡수하였다. 백지에게 누군가 컬러펜으로 선을 쫙 그으면 얼마나 재밌겠는가? 강의는 나에게 신세계 그 자체였다. 너무 재밌어서 손으로 일일이 필기하면서 듣고 두 번째는 놓친 필기를 다시 보완하면서 듣고, 세 번째는 필기를 복습하면서 한 번의 강의를 세 번까지 우려먹었다. 강의에서 여기서 성공한 사람들은 조장을 할 만큼 적극성을 보였다고 하기에 뭣도 모르면서 조장을 지원했다. 그렇게 조장이 되어 첫 임장을 갔다. 당시에 마포에 살고 있었기 때문에 운이 좋게도 상급지에 속하는 마포를 갔다. 마포래미안푸르지오 같은 대장아파트나 e편한세상신촌 같은 신축 아파트를 구경했다. 사실 그때 나는 제대로 된 아파트를 처음 가보았다. 친척들 집에 놀러 갈 때 경기도 외곽의 준구축은 가봤어도 그런 삐까번쩍한 아파트는 난생처음이었다. 우리 집은 아주 어릴 때는 초가집에 살다가(비유가 아니라 정말 초가집이었다.) 5층도 안 되는 소형 아파트, 그리고 빌라에만 거주했기 때문에 아파트를 본 나는 눈이 휘둥그레졌다. 조원들과 임장이 끝나고 카페에 가서 담소를 나눴는데 한 분께서 여전히 주식과 부동산 사이에서 갈등하고 계셨다. 그러나 미안하게도 그의 말이 귀에 잘 들어오지 않았다. 나는 이미 그때부터 부동산에 흠뻑 빠져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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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져보니 사진이 남아있었다! 난생처음 봤던 롤스로이스와 100억대 아파트들

그때 이후로 계속 강의를 들으면서 너무 궁금해서 우리나라에서 가장 비싸다는 아파트 단지를 찾아서 가봤다. 마침 중고신입으로 재입사한 회사가 압구정 쪽에 있어서 압구정 현대는 자주 가봤었기에 100억대 하는 초고가 아파트로 갔다. 성수동의 아크로서울포레스트, 갤러리아포레와 한남의 나인원한남, 한남더힐에 도착했다. 갤러리아포레는 단지 앞에 경비원이 있을 정도로 보안도 철저해서 들어가기 전에 주저하게 될 정도였다. 주상복합이라서 내부를 볼 수는 없었지만 단지 내에 미술품도 전시되어 있고 비싸고 멋져 보이는 옷을 입은 거주민이 많았다. 온라인카지노 카페도 있고 조금만 걸으면 서울숲이 있는 데다가 초역세권이었다. 갤러리아포레에 1차 충격을 받은 상태에서 나인원한남으로 갔다. 마찬가지로 주상복합이었지만 이게 바로 부티인가 싶을 정도로 귀티 나는 상권들이 빼곡하게 들어서 있었다. 단지 안에 들어가 보지 않아도 충분히 부티가 좔좔 흐르는 단지였다. 이어서 간 한남더힐은 정말 끝판왕이었다. 살짝 경사는 있었지만 시끌시끌하던 이태원 주변이 놀랍도록 조용해지면서 평창동 같은 분위기가 났다. 비싼 곳을 본다고 가진 것 중에 가장 귀티나보이는 원피스를 입은 게 도움이 되었을까? 주민인 줄 알았던지 내버려 두시기에 조용히 안으로 들어간 그 안에서 생에 처음으로 롤스로이스 차량을 봤다. 두껍고 위엄 있는 그 차를 보는 순간 숨이 멎는 거 같았다.


평생 가난하게 살아왔던 내게는 그 순간은 무척 충격이었고, 그 이후로 나는 부동산을 덕질하기 시작했다. 청소년기에도 오랫동안 덕질하는 연예인이 없어 친구들이 A그룹이 좋아? B그룹이 좋아?라고 물을 때마다 난감했던 나였는데 부동산은 달랐다. 가슴이 뛰기 시작했다. 미래에 어떻게 될 거라고 그리긴 했지만 명확하게 그리던 것은 아니었다. 다만 너무 좋았고 순식간에 빠져들었다. 지금의 내 인생을 부동산이 구해줄 것이란 확신이 들었다.


확신을 얻고 나서부터는 강의에서 시키는 게 있으면 무조건 했다. 퇴근 후와 주말 등 온라인 게임을 다니고 최소한의 생활을 하는 시간 외에 모든 시간에는 부동산 공부를 했다. 온라인 게임, 교통, 학군, 환경? 그게 다 뭐지? 급지는 어떻게 나누지? 이 지역의 특징은 뭐지? 국평은 뭐지? 평생 살았던 대한민국인데 모르는 것 투성이었다. 심지어 내가 살아본 동네의 입지도 모르고 있었다.


사실 다시 생각해 보면 뭐에 홀린 것 같기도 했다. 아주 놀랍도록, 그리고 아주 쉽게 부동산 투자에 빠져들었다. 그만큼 당시 나는 중소기업의 온라인 게임인으로서 부업을 하며 살던 인생에 회의감이 많이 들었고 절박했다. 더 이상 그렇게 살고 싶지 않았다. 이렇게 살다가 생을 마치고 싶지는 않았다. 그렇게 나는 4월부터 12월까지 약 8개월을 공부한 뒤인 12월 25일 크리스마스 날, 계약서에 도장을 찍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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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09.27 넷째주 일요일 업로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