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만의 상식을 내려놓아야 읽히는 지방 사람들의 마음
아주 어릴 때 경북 상주라는 지역에 살았었다. 초등학생 때 인천으로 올라온 뒤 20년 가까이 시간이 지났다. 가끔 서울말을 쓸 때 알 수 없는 억양이 튀어나오곤 하지만 지나간 시간이 시간인지라 지방은 나에게 낯선 존재였다. 지방 아파트에 대해 공부를 하면서 제일 놀랐던 것은 지방 사람들은 거의 자차를 가지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게다가 부부라면 2대 정도는 기본이라고? 그 외에도 서울에서 집을 볼 때 중요했던 것들이 덜 중요하거나, 그 정도로 중요하지 않던 것들이 중요해지거나 하는 등 다른 것들이 많아 참 신세계였다.
내가 매수한 지방의 아파트는 중소도시의 20평대 아파트였다. 지방 지역의 특성상 대체로 많은 사람들이 30평대를 선호했다. 그러나 나는 투자금의 제한이 있어 상대적으로 약점이 있는 단지를 매수한 것이다. 이는 최고의 선택은 아니었다. 당시 투자 선배가 조언해 줬던 단지가 약 2배 더 수익이 났기 때문이다. 친분이 있던 투자 선배가 내가 매수를 적극적으로 알아보는 걸 알고, 본인의 경험을 바탕으로 조언을 해준 적이 있었다. 부산에 살고 있던 선배는 신축 20평대 A단지보다 구축이지만 30평대 B단지가 더 좋은 거 같다고 했다. 선배말을 듣고 현장에 가서 물건을 보는데 어린 마음에 구축이 많던 그 동네가 썩 마음에 들지 않았다. 주차장에 클래식이 흐르는 A단지가 아른거리면서 결국 나는 줏대대로 A단지를 매수했다. 결과적으로 내가 매도한 25년 12월, 두 단지는 3400만 원 정도의 차이를 보였고 현재 최고가 기준으로 A단지는 3.9억 B단지는 4.25억으로 약 10%가량 가격이 벌어져 있다. 이번 매수할 때 3천만 원이 더 있었다면 더 가치가 있는 단지를 매수할 수 있었을지 모를 일이다.
그만큼 지방에 살지 않는 사람이 지방의 특색을 파악하는 건 꽤나 까다로운 일이었다. 지방이라도 다 똑같은 것도 아니며 지역별 특색도 강하다. 지방에서 선호하는 아파트가 비슷한 특징을 보이기도 하지만 일률적이진 않다. 서울에서 교통과 땅의 위치가 압도적으로 중요한 것과는 매우 차이를 보인다. 그래서 더더욱 지역별 특색에 대해서 명확히 알아야 한다. 예를 들어 같은 부산이더라도 공급이 상대적으로 적은 해운대 같은 경우는 구축이어도 입지가 좋으면 가격이 잘 가는 반면에 공급이 많던 부산진구에서는 인기 아파트 순위가 바뀌기도 하고 가격이 신축을 따라가기도 했다. 대구도 마찬가지다. 전체적으로 입주가 많아도 1등 지역인 수성구는 순위 변동이 크지 않은 반면에 입주가 많던 중구의 경우는 순위 자체가 많이 바뀌며 신축의 선호도가 더 높게 나타났다.
지방 지역에서 공통적인 특징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지방 아파트의 특징]
1. 교통보다 학군/환경/브랜드/신축 같은 요소가 더 중요하다.
(지하철역이 있다고 해도 교통적 입지로 인정받는 경우는 일부 노선만 해당한다. 대부분 지역 내를 자차로 30분이면 왔다 갔다 할 수 있기 때문이다.)
2. 신축과 브랜드 아파트를 매우 좋아한다.
3. 공급이 가격에 영향을 많이 미친다.
4. 20평 대보다 30평대를 훨씬 선호한다.
5. 서울/수도권과 반드시 사이클이 같지 않다. 지역마다 사이클이 다를 수 있다.
그 외에도 지역마다 일자리 특성이 다르고 그에 따라 선호하는 동네와 아파트가 달라진다. 결국은 공통적인 특징을 보여도 개별적으로 뜯어봐야 하는 것이다.
지방은 보편적으로 결혼도 서울보다 빨리 한다. 일자리 수요공급 불균형이 심하지 않고 집값도 상대적으로 저렴한 편인 것이 한몫하는 듯하다. 그러다 보니 20평대의 작은 집보다는 30평대 정도는 돼야 살만하지 라는 인식도 있다. 이런 차이들은 오랜 기간 수도권에 살았던 만큼 아무리 이론적으로 익혀도 이해가 안 될 때도 있었다. 그럴 때는 물건을 보면서 중개사 사장님께 슬쩍 물어보는 것도 팁이다. (대신 사장님들 바빠 죽겠는데 전화해서 공부한답시고 물어보는 건 정말 정말 민폐다. 적당히 센스 있게 물어보는 게 중요하다!) 혹은 택시를 타고 가면서 택시아저씨와 스몰 토크를 하며 지역적인 특징을 잡는 것도 좋다. 거기에 호갱노노/당근부동산/ 직방 같은 사이트에 들어가면 해당 아파트 거주민들이 실제 살 때 어땠는지 후기도 야물딱지게 잘 남겨놓는다. 이런 걸 참고해도 좋다. 여자분이거나 아내, 여자친구, 가족의 계정을 빌릴 수 있다면 지역 맘카페에 들어가서 내용을 보는 것도 도움이 된다. 아무래도 본토의 사람들의 생각을 공감하고 잘 읽어야 더 좋은 투자를 할 수 있기 때문에 할 수 있는 한의 최선의 노력을 다 해보는 것이다.
‘부동산은 현장에 답이 있다’라는 말을 한 번쯤 들어봤을 것이다. 나 또한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방법인데 최종 매수 후보가 헷갈릴 때도 유용하게 쓸 수 있다. 예를 들어 A지역과 B지역 각각 마음에 드는 물건이 있는데 두 단지의 여러 조건들이 비슷할 때다. 이럴 때는 그 단지 주변에 있는 식당이나 카페에서 음식을 먹어보면서 귀를 쫑긋하고 기울인다. 어떤 사람들이 주로 오는지, 어떤 대화를 주로 나누는지부터 메뉴 단가는 어떠한지 등을 관찰하다 보면 그 차이가 명확해진다. 특히 카페는 이야기를 더 많이 들을 수 있는데 스타벅스에 서 특히 여러 가지 정보를 얻을 수 있다. 동네 분위기가 좋다면 투자, 재테크, 운동, 아이교육 등의 이야기를 많이 하는 반면 반대의 경우 가십, 일상적인 소재, 욕설 등의 이야기를 나눈다던지 등의 차이를 보인다. 이용하러 온 사람들의 옷매무새는 어떤지, 표정은 어떤지, 가족구성원은 주로 어떻게 되는지도 유심히 본다. 화장실도 확인해 본다. 소득 수준이 높은 지점은 깔끔하게 관리가 잘되는 반면, 반대의 분위기에서는 굉장히 더럽다. 이런 부분을 오감으로 느끼고 경험하면서 확신에 확신을 더하는 것이다.
정말 재미있지 않은가? 같은 한국이라도 이렇게 다를 수가 있다니! 특히 인구 50만 정도 되는 중소도시를 임장 할 때는 더욱이 익숙하지 않은 지역인 만큼 여행하는 마음으로 즐겁게 다녔다. 지역마다 가성비 맛집들도 많아서 정말 푸짐하게 잘 먹고 다녔다. 여행하듯 임장 하다 보니 그 과정이 더욱 즐거웠고 노력하는 자는 즐기는 자를 이길 수 없다고 하지 않는가. 그 즐거움이 상대적으로 지방까지 가는 길을 즐거운 길로 융화시켜 준 덕에 좋은 결과도 있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부동산은 결국 내가 아니라 보편적인 사람들의 마음을 읽어야 한다. 협상도 필요하기에 사람의 심리도 잘 알아야 하고 역지사지도 해야 하며 공감능력도 있어야 한다. 그래서 단순한 듯해도 쉽지 않고, 더 재밌다. 어떤 일을 하더라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 온라인 게임에 다닐 때도, 장사를 할 때도, 사업을 할 때도, 투자를 할 때도. 내가 아닌 타인의 생각을 잘 읽는 사람이 좋은 결과를 얻는다. 투자를 할 때 한 번만 생각해 보자. 내가 고른 이 자산을 다른 사람도 확실히 좋아할지? 나만 좋다고 생각하는 건 아닐지? 왜 이렇게 싼지? 가치가 없어서 싼 것은 아닌지? 나만의 생각에 갇혀서 선택하는 실수를 범하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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