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이 무섭긴 무섭나 보다

귀찮아 비용 13일차

by윤혜진

요즘 오빠는 자꾸 내 눈치를 본다.
안 그래도 되는데...


22년을 다닌 온라인 게임을 그만두기로 결정했을 때
본인이 제일 힘들었을 거다.


나는 내 회사 생활도 녹록지 않아서 솔직히 걱정은 된다.
이제 한동안은 내 월급이 더 중요해질 테니까.
그래도 버틸 수 있을 때까지는 버텨볼 생각이다.


요즘 오빠 회사 이야기를 들어보면 한때 기세등등하던

사장 아들도 기가 많이 꺾였다고 한다.


고소하다.


사장님과 사모님은 오빠를 어르고 달래고
돈으로 보상도 해주겠다고 하는데도 삻다고 했다.
“살려고 나가는 거니까 더 이상 잡지 마세요.”
몇달을 미뤘고 이번 달까지만 일하겠다고 통보했다.


오빠가 나간다는 이야기가 나온 뒤로 회사에서는

여러 사람을 면접 봤다고 한다.
그런데 아직 마음에 드는 사람이 없나 보다.
그러니까 있을 때 잘하지....




그 얘기를 듣다 보니 우리 회사 생각이 났다.
요즘 우리 회사도 비슷하다.
나가겠다는 사람 굳이 잡지 말라고 한다.


규정 따르기 싫고, 불만 많으면

집에 가라는 말까지 대놓고 나온다.
그 말을 듣고 있으면 참 씁쓸하다.


사람 한 명 나가면 또 뽑으면 될 것 같고,
마음에 안 들면 다른 사람으로 바꾸면 될 것 같지?
그런데 현장은 그렇게 간단하지 않다.
사람은 없는데 매출은 올려야 한다.
음식도 서비스도 다 사람이 하는 일인데..

그 사이 고객들은 맛과 서비스에 실망하고 다신 찾지 않을 것이다.


경험 있는 직원이 하나 빠지면 그 사람이 하던 일도

누군가는 해야 한다.
그리고 나간 사람들은 일을 그만두는 게 아니다.

다른 회사로 간다.
어디로 가겠나...
같은 일을 해왔던 사람들이니 결국 비슷한 업종으로 가겠지...


어제까지 우리 회사에서 일하던 사람이 내일부터는 경쟁사에서 일할 수도 있다.
그 사람이 가지고 나가는 건 몸 하나만이 아닐 거다.
경험도,
노하우도,
고객을 대하는 방법도 가져간다.


그런데 회사는 가끔 사람이 있을 때는 그걸 잘 모르는 것 같다.
사람이 부족해져야 채용을 시작한다.

직원을 소모품처럼 대하는 회사를 보면서

나도 점점 지쳐간다.




돈이 무섭긴 무섭나 보다.
나도 그렇다.


나는 회사가 싫다고 하면서도 매일 아침 출근한다.
오빠가 회사를 그만두면 당분간 내가 더 버텨야 한다는

것도 안다.
그래서 요즘은 돈을 더 아끼고 모으려고 한다.
요즘 오빠를 보면서 한 가지는 알게 됐다.


돈이 사람을 붙잡아둘 수는 있어도 끝까지 붙잡아둘 수는 없다는 것.
돈을 더 준다고 해도 살려고 나가는 사람이 있다.
반대로 나처럼 아직은 돈 때문에 남아 있는 사람도 있다.


그러니까 나는 남아 있는 동안 준비하려고 한다.
언젠가 나도 돈 때문에 억지로 버티지 않아도 되는 날을 위해서.


방금 배달어플을 열었지만 닫았다.

오늘도 술 한잔 생각나지만, 배달 대신 배달비 3만원을 내 주식계좌로 보낸다.

오늘 아낀 비용 : 30,000원
누적금액 : 588,900원
누적 주식 수 : 리얼티인컴 7주
목표 : 리얼티인컴 10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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