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찮아 비용 24일차
오늘도 역시 회사에 가기 싫다.
그래도 내년 4월 퇴사를 목표로 D-day를 설정했다.
이제 하루하루 줄어드는 숫자를 보며 버텨볼 생각이다.
출근길에 유튜브를 켰다.
내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알고리즘은 온통 퇴사 후 취업이 안 된다는 영상만 보여준다.
분명 나는 퇴사를 결심하고 관련 영상을 검색했는데,
정작 영상 속 사람들은 하나같이 퇴사하지 말라고 한다.
회사에 다닐 때는 너무 힘들어서 그만뒀는데,
막상 퇴사하고 보니 취업은 안 되고,
모아둔 돈은 줄어들고,
그제야 회사에서 힘들었던 건 힘든 것도 아니었다는 걸 알았다고 한다.
퇴사하겠다는 내 결심에 찬물을 끼얹는다.
그렇다고 계속 다니자니 그것도 자신이 없다.
다른 팀들은 하나둘씩 채용이 진행되고 있다.
그런데 왜 우리 팀만 이렇게 채용이 더딘 걸까?
며칠 전 회계팀장으로 채용이 결정됐던 사람이 있었다.
그런데 회장과 대표를 만나고 나서 마음이 바뀐 모양이다.
업무가 부담스럽고 리더십에도 자신이 없다며 입사를 포기했다.
ㅋ. 그럴 줄 알았다.
대체 면접에서 무슨 이야기를 했길래 채용까지 결정된 사람이 마음을 바꾼 걸까?
내가 보기엔 회장과 대표의 눈높이가 너무 높다.
그 눈높이를 맞출 사람이 있을까?
회계도 잘해야 하고, 결산도 빨리해야 하고, 분석도 잘해야 하고, 대표가 원하는 보고서도 척척 만들어야 되고, 리더쉽도 있어야 되고...
그 모든 일을 해내면서 불평도 없어야 한다.
그런 사람이 과연 있을까?
회사에서는 다시 연락해 출근을 권유했지만,
이미 다른 회사로 가기로 결정했다고 한다.
역시 능력자네.
어떻게 자기가 사용될지 짧은 시간에 간파를 하다니..
그 사람은 다른 회사를 선택했다.
나는 아직 이 회사에 남아 있는데..
팀장도 아닌데 팀장 역할을 하고, 실무까지 하면서. 주말에도 맘편히 쉬어 본적이 없다.
도대체 언제까지 이렇게 일해야 하는 걸까?
돈 버는 게 참 힘들다.
퇴사하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지만,
퇴사 후 통장 잔고가 줄어드는 건 또 무섭다.
그래서 오늘도 주식계좌에 돈을 보낸다.
귀찮아서 돈으로 해결하던 일들을 하나씩 줄이고 있다.
그렇게 아낀 돈을 주식계좌에 넣는다.
언젠가 회사를 그만두고 싶을 때,
돈 때문에 다시 발길을 돌리지 않으려고.
오늘도 나의 귀찮아 비용을 줄인다.
퇴사할 자유를 조금씩 사 모으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