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사할 날이 정해졌다

귀찮아 비용 23일차

by윤혜진

오늘은 일요일이다.
그런데 나는 회사 일을 하고 있다.
주말까지 일하고 싶지는 않지만,

오늘 일을 해놓지 않으면 월요일부터 업무가 밀린다.
그러면 또 한 주가 버거워진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컴퓨터 앞에 앉았다.




너무 버겁다.
그렇지만 일을 한다.
언제부터 일요일까지 회사 일을 하는 게 당연해졌을까?
이제는 이런 생활을 끝내려고 한다.


1월에는 인센티브를 받고,

2월에는 연말정산을 마무리하고,

결산과 세무조정까지 끝낸 뒤 퇴사할 계획이다.


퇴사할 시기를 정하고 나니 마음이 조금 달라졌다.
예전에는 회사에서 일어나는 일 하나하나가 신경 쓰였다. 누가 무슨 말을 했는지,

왜 이런 일을 시키는지,

내가 왜 이것까지 해야 하는지.
하지만 이제는 그런 일에 에너지를 쓰고 싶지 않다.
오늘도 0원을 썼다.


냉장고에 있는 재료로 토스트를 만들고,

남은 반찬으로 밥을 비벼 먹었다.


돈을 버는 일이 이렇게 힘든데,

쓰는 일은 참 쉽다.


앞으로는 최소한의 생활비로 살아가는 연습을 해야 한다.
그렇다고 궁상맞게 살겠다는 뜻은 아니다.


내가 가진 것들을 잘 활용하고,

불필요한 소비를 줄이고,

돈 때문에 원하지 않는 생활을 계속하지 않을 수 있도록 준비하는 것이다.


그리고 나 자신에게 말해본다.
나를 불쌍하게 생각하지 말자.


그냥 서럽다.


나는 그저 평범한 온라인 게임인이다.
그동안 열심히 일했고, 할 만큼 했다.
회사가 나를 어떻게 평가하든 이제는 크게 중요하지 않다.
퇴사할 시기도 정해졌다.
그러니 더 이상 미련을 갖지 말자.


남은 시간은 조용히 내 일을 마무리하고,

그다음의 삶을 준비하자.
오늘의 귀찮아 비용은 3만원.
돈은 한 푼도 쓰지 않았지만,

일요일의 몇 시간은 회사에 썼다.


이 시간도 언젠가는 온전히 내 것이 되었으면 좋겠다.

월, 화, 수, 목, 금, 토, 일 연재
이전 23화택시비 12,500원의 가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