받은 만큼만 일하고 싶은데

귀찮아 비용 21일차

by윤혜진

어제 상무님과 술을 마셨다.


상무님은 내가 일하는 것에 비해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는 게 속상하다고 하셨다.


박 과장과 내 업무를 비교하면 내가 더 많은 일을 하고, 업무 난이도도 높은데 정작 야근은 박과장이 많이 한다는 이유로 윗분들은 박과장만 고생한다고 생각한단다.


참 이상하다.


정해진 시간 안에 일을 끝내고 퇴근하는 사람보다

매일 야근하는 사람이 더 고생하는 사람으로 인정받는다.

그러면 나도 이젠 일을 천천히 해야 되나?

아니면 매일 야근해야 되나?


상무님은 이번 기회에 박 과장과 내 업무를 바꾸라고 하셨다.
"어디까지 바꾸면 될까요?"
"싹 다 바꿔."

지출과 부가세 신고는 내가 맡고,

나머지 업무는 박 과장이 맡으라는 것이다.


나는 상관없다.

부가세나 지출업무는 전회사에서도 했던 업무들이라..
어차피 다른 회사에 가더라도 새로운 업무를 배워야 한다. 지금 회사에서 다른 업무를 경험해 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


그런데 정말 그렇게 될까?
박 과장은 처음부터 못 하겠다고 했다.
결산이 제대로 되지 않으면 어떻게 될까?

마감이 늦어지고,

숫자가 맞지 않고,

문제가 생기면 결국 나한테 바카라임을 묻겠지..


처음에는 알려주는 것으로 시작하다,
하나둘 대신 처리하게 되고,

결국 내가 하던 일까지 다시 떠안게 되는 건 아닐까?


그게 가장 걱정이다.


나는 팀장이 되고 싶었던 적이 없다.

팀장이 공석이라 내가 채용됐고 팀장역활을 했다.

그저 팀에서 해야 할 일이 있었고,

누군가는 해야 하니까...
결산도, 회의참석도, 외부감사도, 손익 분석도,

각종 보고서도.
그렇게 하나씩 하다 보니 어느새 내 일이 되어 있었다.


그런데 회사는 거기서 멈추지 않는다.
이제는 자산수지계획을 세우라고 한다.
하나를 끝내면 또 다른 일을 요구하고,

그 일을 끝내면 또 새로운 과제가 생긴다.


도대체 어디까지 해야 하는 걸까?
나는 높은 자리에 올라가고 싶은 것도 아니고,

대단한 사람이 되고 싶은 것도 아니다.


그냥 내가 받은 월급만큼만 일 하고,

정해진 시간에 퇴근하고 싶다.

그게 그렇게 큰 욕심인가?

최선을 다 했지만 인정 받지 못 했고,

나도 마음이 많이 떠난 상태라 열심히 할 의지도 없다.
그런데 회사는 내가 일을 할 수 있다는 이유로 자꾸 더 많은 일을 맡긴다.


상무님은 내가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는 게 속상하다고 하셨다.

저평가우량주라고 자주 말씀하신다.
그 마음은 고맙다.


하지만 이제는 인정받고, 승진하고 싶은 마음은 없다.

그냥 작은회사에서 어제도 오늘 같고, 오늘도 내일같은 회사에 다니고 싶다.

그래도 틈틈히 입사지원은 해 볼 생각이다.


오늘은 금요일이지만 집에서 일할꺼리를 잔뜩 들고 퇴근한다.


화이팅!! 윤혜진!!

오늘도 버티느라 고생했어.

오늘 아낀 비용 : 30,000원
누적금액 : 1,001,900원
누적 주식 수 : 리얼티인컴 10주
목표 : 리얼티인컴 10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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