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하고 무해한 위로, 양배추 절임

지친 나를 가만히 안아주는 시간

by진정


지친 속을 달래줄 순한 위로가 필요해


수술과 병원 치료를 마치고 돌아온 이의 식탁은 이전과 사뭇 달라집니다.


몸이 회복의 계단을 오르는 동안, 그 길을 묵묵히 뒷바라지하는 위와 장은 고단할 수밖에 없어요. 약과 링거를 견디느라 지친 속에, 평소 아무렇지 않게 먹던 빨갛고 매콤한 음식들은 버거운 손님입니다. 조급한 마음에 아무거나 먹기보다, 순한 음식으로 지친 속을 가만히 안아줘야 할 때입니다.



느릿하고 정직하게, 시간을 버무리는 일


독일에서는 ‘사우어크라우트(Sauerkraut)’라 부르고, 우리에게는 ‘양배추 절임’이라는 이름이 더 친숙한 음식입니다. 재료는 놀라울 정도로 단출해요. 오직 양배추와 한 줌의 소금, 그리고 시간의 힘만 있으면 됩니다.



이 양배추 절임은 가열하는 과정이 없습니다. 양배추를 얇게 썰어 소금에 절이고, 손끝에 전해지는 빳빳한 질감을 느끼며 느릿하게 시간을 버무리면, 양배추 안의 수분이 스스로 배어 나오며 부드러워집니다.


특별한 기교를 부리지 않아도, 그저 내 손으로 소금에 절인 양배추를 꾹꾹 눌러가며 뒤섞어주면 완성입니다. 시간이 지나며 자연스레 생기는 유산균 덕분에 새콤하고 깊은 맛이 우러나와요.



입맛을 깨우는 아삭함, 그리고 다양한 변주


잘 익은 양배추 절임을 꺼내어 한 입 베어 뭅니다.


아삭-


김치보다 순하면서도 입안을 개운하게 정리해 줍니다. 기분 좋은 산미가 입안의 텁텁함을 지우고, 씹을수록 양배추 특유의 달큼함이 천천히 배어 나옵니다.


기름진 음식을 먹을 때 곁들이면 입안을 상큼하게 해 주고, 가볍게 구운 토스트 사이에 넉넉히 끼워 넣어도 훌륭합니다. 시큼하고 짭조름한 국물에 소면 한 줌을 삶아 말아내면 근사한 별미 국수가 됩니다.


가끔은 익숙한 맛이 그리워질 때가 있습니다. 그럴 땐 고춧가루를 소량만 넣어 연하게 색을 내보아도 좋습니다. 다진 마늘을 조금 넣어도 좋아요. 위장에 부담을 주지 않으면서도 어렴풋이 김치의 정서를 달래주니까요.


자색양배추를 섞어 넣으면 보기에도 예쁜 양배추절임을 만들 수 있습니다. 투명했던 국물과 양배추가 고운 분홍빛으로 물들어, 보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환해집니다.



나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약해진 내 속을 회복하기 위해 양배추를 썰고 주무르는 손길에는 나 자신을 향한 사랑이 깃들어 있습니다. 그런 음식을 먹으면 몸과 마음이 다시 자연스레 건강해질 힘을 얻게 될 거예요.


내 몸의 상태를 살피고, 지금 내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헤아려 음식을 만드는 일. 허기를 채우기 위해 아무거나 삼키는 대신, 나의 주방에서 시간을 들여 나를 위한 요리를 만드는 과정은 ‘나를 사랑하는 마음’ 그 자체일 것입니다.


순하고 무해한 것으로 내 속을 위로하는 시간.
스스로를 아끼는 그 다정한 마음이,
지친 몸과 마음을 따뜻하게 안아주는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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