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리 자격증이 5개?
내 손으로 나를 정성스레 먹이는 일. 그 일에 진심이 되면서, 자연스레 요리를 더 깊이 제대로 배워보고 싶은 마음이 생겨났습니다. 매일의 식탁에서 느끼는 기쁨을 더 넓은 요리의 세계로 확장해 보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이 작은 바람은 곧 요리 자격증 취득이라는 목표가 되어 저를 새로운 배움의 길로 이끌었습니다. 온전히 제가 좋아서 선택한 가슴 뛰는 도전이었지요.
그 첫걸음은 단연 한식이었습니다. 매일 마주하는 밥상에 가장 가까우면서도, 모든 요리의 기본기가 탄탄하게 배어 있는 분야 이니까요.
먼저 서점에 들러 두툼한 조리기능사 바카라을 사고, 실기에 필요한 도구들을 하나둘 모으기 시작했습니다.
시험장에서는 도구를 넉넉히 내어주지 않기에, 내 손에 가장 잘 익은 것들로만 큼직한 타포린 백에 가득 채워야 합니다. 필요한 짐을 꾸리다 보면 가방의 무게만큼이나 마음도 묵직해지곤 했지요. 정해진 레시피를 적어가며 익히고 조리 순서를 동영상으로 수십 번씩 돌려보며 노트에 빼곡하게 적어 내려갔습니다.
그 후로는 집에서 직접 시간을 재며 실전처럼 연습하는 날들이 이어졌습니다. 채소는 규격에 맞춰 정확하게 썰어야 했고, 조리 순서가 조금이라도 엉키면 여지없이 시간이 부족해졌습니다. 무엇보다 잔실수 없이 제시간 안에 완성해 내는 것이 관건이었어요.
처음 해보는 낯선 요리도, 제법 익숙한 요리도 정해진 레시피를 머릿속으로 끊임없이 되뇌며 침착하게 손끝을 움직였습니다. 어느덧 그 엄격한 메뉴들에 제 손이 조금씩 길들어가고 있었습니다.
해가 쨍쨍 내리쬐던 어느 여름날이었습니다. 커다란 가방 두 개를 낑낑대며 들고 시험장으로 향하던 길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가방의 물리적인 무게보다도 '과연 잘할 수 있을까' 하는 염려와 기분 좋은 두근거림이 커서, 가방이 무거운 줄도 모르고 서둘러 발걸음을 옮겼습니다.
시험장에 도착해 신분증을 확인하고 랜덤으로 번호표를 뽑아 등 뒤에 달았습니다. 복장과 위생 상태를 점검받고 마침내 시험장에서 재료와 레시피를 건네받는 순간, 수많은 연습 메뉴 중 두 가지가 눈앞에 펼쳐졌습니다. 주의사항을 듣는 동안 속으로 요리 순서와 주의할 점을 되새기며 오랜만에 느껴보는 팽팽한 긴장감과 열기에 묘하게 기분이 좋았습니다.
"5, 4, 3, 2, 1. 자, 시험 시작하세요."
감독관의 신호와 함께 정적이 깨지고 시험장은 순식간에 분주해집니다. 냄비 부딪치는 소리, 이리저리 오가는 사람들의 종종거리는 발소리, 세차게 쏟아지는 물소리, 도마 위를 경쾌하게 울리는 칼질 소리…. 그 소란 속에서도 흔들림 없이 재빠르게 저만의 요리에 집중했습니다.
채소를 씻어 물기를 털어내고, 먼저 끓일 냄비를 불 위에 올리며 동시다발적으로 손을 움직였습니다. 다치지 않고 무사히 시간 내에 완성해 내겠다는 목표 하나로 몰입하다 보니 어느새 귓가에 감독관의 안내가 들렸습니다.
"제출 5분 전입니다. 완성해서 제출해 주세요."
번쩍 정신이 들었습니다. 완성된 요리를 그릇에 보기 좋게 담아내고, 행여나 모양이 흐트러질까 봐 숨을 죽인 채 응시 번호가 적힌 자리로 조심조심 가져다 놓았습니다.
다시 빈자리로 돌아와 어질러진 조리대를 정리하고, 물기 하나 없이 테이블을 닦아냈습니다. 다시 조리도구를 가방에 챙겨 낑낑대며 시험장을 빠져나오는데 긴장이 사르르 풀리며 슬며시 웃음이 났습니다. '도대체 시험 시간이 어떻게 지나간 거지?' 포기하지 않고 치열하게 잘 마무리한 스스로가 퍽 대견했어요.
얼마 후, 기다리던 '합격' 소식을 마주했습니다.
그 순간의 기쁨은 단순한 성취감 그 이상이었습니다. 땀방울이 헛되지 않았다는 안도감이자, 앞으로 나를 위한 정성스러운 밥상을 훨씬 더 맛있고 다정하게 차려낼 수 있겠다는 든든한 확신이었어요.
무엇보다 이 작은 성공은 제 가슴속에 웅크리고 있던 '나만의 요리바카라을 만들고 싶다'는 꿈에 따뜻한 불씨를 지폈습니다.
그래서 한식에서 멈추지 않았습니다. 조리 도구를 몇 개 더해 양식과 중식, 일식에 차례로 도전했고 평소 좋아하던 떡 제조 기술까지 기꺼이 익혔습니다. 그렇게 차곡차곡 모인 요리 자격증이 어느새 다섯 개가 되었습니다.
사실, 자를 대듯 규격에 맞추어 채소를 썰고, 깐깐한 기준과 순서에 따라 요리하는 과정은 결코 쉽지 않았습니다. 자유롭게 손맛을 더하던 저의 원래 요리 스타일과도 거리가 멀었으니까요. 그래서 더욱 이 자격증들을 꼭 쥐고 싶었습니다.
누군가에게 온전히 레시피를 전하는 요리바카라을 만들기 위해서는, 흔들리지 않는 명확한 규격과 기준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을 깨달았거든요. 기본기가 제 손끝에 단단히 자리 잡았을 때, 비로소 무한한 변주를 만들어낼 수 있는 든든한 힘이 되어줄 거라 믿었습니다.
이렇게 암을 겪어내는 쉽지 않은 시간 속에서도, 무기력에 빠지기보다 제가 진짜로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부터 찾았습니다. 두려움에 웅크려 있기엔 제게 주어지는 하루하루가 애틋하고 소중했거든요.
다섯 개의 자격증은 제게 '틀을 깨는 재미'를 알려주었습니다. 한식의 정갈한 채 썰기로 서양의 낯선 식재료를 다듬어보고, 중식의 과감한 불 조절과 일식의 섬세한 조리법을 이리저리 섞어봅니다. 정해진 규격들을 다양하게 익히고 나서야 비로소 얻게 된 즐거움이랄까요. 다져둔 요리법들을 응용해 새롭고 맛있는 요리를 만들어낼 때면, 기분 좋은 뿌듯함을 느낍니다.
요즘은 이런 경험들을 기록하며 저만의 요리바카라을 기획하는 일에 푹 빠져 있습니다. 엄격한 규격과 시간에 쫓기던 치열한 시험장을 지나, 이제는 오롯이 나만의 리듬으로 썰고 볶으며 새로운 맛을 탐험하는 주방.
나만의 공간에서 마음껏 요리를 만들어내는 시간은, 지금 제게 소박하지만 온전한 즐거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