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ize the day” La Vie en Rose
차가운 침대에 누워 수술실로 향하던 때, 눈부신 천장 조명과 함께 나의 지나간 시간들도 함께 스쳐 지나갔습니다.
온 세상이 아득해지는 짧은 순간, 머릿속에 떠오른 것은 사소하고 평범한 일상들이었습니다.
무와 다시마를 뭉근하게 끓여내던 따뜻하고 달큼한 향, 손끝에 닿던 야채의 매끄러운 촉감, 투박한 나무 도마 위에서 울리던 경쾌한 칼질 소리..
내 손으로 만들어갈 수 있었던 소박한 일상의 감각들이 얼마나 행복한 것이었는지..
그 소중함을 충분히 느끼지 못하고 지나온 시간이 새삼 아쉽고 그립게 느껴졌습니다.
'왜 나에게 이런 비극이 찾아온 걸까?' 하는 원망의 밤도 찾아왔습니다. 하지만 병을 겪고 회복하는 긴 터널을 지나며 비로소 알게 되었습니다. 어쩌면 그동안의 나는 내 삶을 살아가기보다, 시간에 휩쓸린 채 주어진 하루를 그저 '버텨내고' 있었는지도 모른다는 것을요.
주저앉아 있기엔 시간이 아까웠어요. 느리고 서툴더라도, 내 삶의 불조절은 온전히 내 손으로 해내야 한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시간을 들여 뭉근하게 끓여내야 깊은 맛이 우러나듯, 나의 삶 역시 내 속도대로 오롯이 살아갈 때 비로소 고유한 향기를 낼 수 있을 테니까요.
오늘이 있고 또 내일이 있다는 당연한 사실에 큰 기쁨을 느낍니다. 물론 때로는 불조절을 못 해 공들인 하루가 새카맣게 눌어붙은 날도 있고, 온종일 집 안에 파묻혀 시간을 흘려보낸 날도 있겠지요.
아무리 망친 요리 같은 하루를 보냈어도 괜찮습니다.
밤이 지나면 다시 깨끗하게 씻어둔 빈 도마 같은 새로운 하루가 우리를 찾아올테니까요.
돈이 많든 적든, 어떤 모습을 하고 있든 간에 누구에게나 똑같이 매일 갓 수확한 식재료 같은 하루가 주어집니다. 주어진 재료로 어떤 요리를 할 것인지는 오롯이 나의 몫입니다.
또다시 새로운 오늘이 주어진다는 사실은, 이 삶을 기꺼이 살아볼 만한 것으로 만들어줍니다.
내 삶은 다른 누구의 것도 아닌 나의 것입니다. 무의미하게 시간에 이끌려 살아지고 싶지 않습니다. 매일 아침 나에게 주어지는 '오늘'이라는 귀한 식재료를 두 손에 쥐고, 빈 도마 위에 나만의 행복을 짙은 향기로 요리해 내고 싶습니다.
내 인생의 주인으로서, 마음이 이끄는 대로 발걸음을 옮기며 새로운 도전에 기꺼이 부딪쳐 정성을 다하는 즐거움을 느껴보려 합니다.
물론 그 과정에서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겠지요. 불이 세서 음식을 태우기도 하고, 양념을 잘못 써서 생소한 맛을 내기도 할 것입니다.
하지만 그렇게 서툴게 시도하고 넘어지는 모든 순간조차 내 인생의 맛을 깊게 해주는 소중한 양념이 될 것입니다. 어제보다 조금 더 나은 불조절을 배우고, 나만의 맛을 찾아가며 조금씩 성장해 가는 모든 순간에 감사합니다.
나의 오늘을 진심을 다해 지어먹고, 또 기꺼이 내일을 위한 따뜻한 식탁을 준비하려 합니다.
나와 당신의 오늘이 행복하기를,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