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

마음의 결을 쓰다듬으며

by진정


도마 위 새송이 버섯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자르는 방향에 따라 제각기 다른 단면들이 눈에 들어옵니다.


겉보기엔 그저 뭉툭한 버섯 같아도 그 속을 찬찬히 들여다보면 고유한 '결'이 숨어 있어요.

요리할 때면 이 결의 힘을 느낍니다. 재료의 결을 따라 가만히 칼을 밀어 넣으면 순순히 길을 내어주지만, 결을 거슬러 억지로 날을 세우면 힘이 많이 들고 이내 짓이겨지기도 해요.


우리의 마음을 돌보는 일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은 듯합니다.


내 마음의 결도 모른 채 세상의 기준에 억지로 맞추려 하면 마음이 쉽게 다치곤 합니다. 쉽게 상처받는 나의 무른 구석, 둥글둥글하지 않은 나의 뻣뻣함을 미워하고 자바카라하면서요.


"스스로를 진정으로 아끼는 일은, 내 마음이 지금 어느 방향으로 흐르는지 들여다보고, 그 결을 가만히 쓰다듬어주는 데서 시작할지도 몰라요"


가만히 숨을 고르고 내 안을 고요하게 비춰보면, 불쑥 찾아온 몸의 병이나 마음의 아픔마저도 그저 나의 결 중 하나임을 깨닫게 됩니다. 나무가 모진 비바람을 견디며 단단한 옹이를 만들어내듯, 내가 겪은 병과 상처, 흉터 역시 내 삶이 치열하게 지나온 자리마다 새겨진 또 하나의 결로 자리하고 있습니다.


아프고 병든 내 모습조차 애써 도려내거나 부정하기보다, '이 또한 지금 나의 한 모습으로 자리하고 있구나' 하고 가만히 인정해 주는 것.


그렇게 나의 연약함과 단단함, 그리고 상처 입은 아픈 구석까지 있는 그대로 이해하고 안아줄 때, 마음속에는 비로소 흔들리지 않는 깊고 단단한 뿌리가 내립니다.

세상을 대하는 마음도 이와 비슷한 것 같아요.


재료를 써는 칼날의 각도에 따라 재료의 단면과 식감이 달라지듯, 어떤 시선으로 바라보느냐에 따라 내게 닿는 세상이 달라지기 시작하거든요.


이전에는 나를 알아주지 않는 타인에게 섭섭해하고 세상이 무심하고 차갑다고 느끼는 날들이 많았다면, 이제는 시선의 각도를 아주 살짝 비틀어, 이해하기 어려웠던 누군가의 모난 구석도 '저 사람만의 고유한 결이겠거니' 생각하며 부드럽게 넘겨보게 됩니다.


완벽하게 다듬어지지 않은 나의 모습도, 타인의 모습도 그저 각자의 결이라 생각하며 바라보기 시작하니 마음이 한결 편안해졌습니다.


"세상을 아름답게 만드는 건 완벽하게 다듬어진 사람들이 아니라, 서로의 다른 결을 따뜻하게 바라보는 우리의 시선일 것입니다"


오늘도 저는 저의 부엌에서 재료의 결을 바라보며 칼질을 시작해 봅니다. 서툴고 투박한 결들이 한 데 모여 따뜻한 한 그릇의 요리가 완성되기를 바라면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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