빠져 있는 퍼즐 한 조각

앙코르, 우리의 첫사랑 2

by아리엘
image.png서비스 스틸컷 _ 수술실 앞 우진




51. 빠져 있는 퍼즐 한 조각




"셋에 옮깁니다! 하나, 둘, 셋!"


구급대원들과 간호사들이 시트째 그를 들어 이동식 침대 위로 옮겼다. 그리고 그 침대는 내 앞을 스쳐 지나갔다.


짧은 순간이었지만 나는 똑똑히 보았다. 창백하게 질린 얼굴, 핏기 없이 말라붙은 입술. 반쯤 뜬 눈이 초점 없이 천장을 헤매고 있었다. 잘못 본 게 아니었다. 김기태가 확실했다.


"새츄레이션 85까지 떨어졌어요!"


"산소 15리터로 올려주세요! 튜브 바로 넣고 수술방 올라갑니다!"


"라인 하나 더 잡을게요!"


"O형 두 팩 먼저 달아주세요! 혈액은행에 크로스매칭 바로 넣고!"


정의는 김기태 옆에 바짝 붙어 거즈 위를 손으로 누른 채 쉴 새 없이 지시를 내리고 있었다. 나는 나도 모르게 그쪽으로 몸을 움직였다. 교도관 하나가 나를 막아서려 했지만, 그보다 내 손이 먼저 정의의 팔을 붙잡았다.


"홍정의!"


정의가 놀란 얼굴로 고개를 돌렸다.


"이게 다 뭐야?! 뭐가 어떻게 된 거야?"


환자복 차림으로 링거 거치대를 붙든 나를 알아본 그의 눈이 순간 커졌다.


"어 우진아!"


그는 난감하다는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미안. 지금 말고 나중에! 응급이야! 내가 전화할게!"


그는 김기태를 실은 침대와 함께 수술실로 향하는 복도 끝으로 빠르게 멀어졌다. 바퀴 소리, 다급한 발소리, 누군가 외치는 숫자들. 그 소란이 전부 한 방향으로 쏠려 가고 있었다. 나는 그의 등을 향해 소리쳤다.


"그 새끼 무조건 살려야 돼!"


내 목소리에 정의는 돌아보지 않는 대신 한쪽 손을 번쩍 들어 보였다.


나는 몸에 힘이 빠져 벽에 기대었다. 한동안 머릿속이 복잡하고 정리가 되지 않았다. 일단 효범이한테 전화를 걸어보자. 나는 핸드폰을 가지러 가기 위해 서둘러 병실로 향했다.


병실에 들어가자 침대맡에 대충 던져둔 핸드폰이 눈에 들어왔다. 나는 핸드폰을 집어 들다 잠시 망설였다. 사건에서 손을 떼기로 굳게 마음먹은 게 불과 몇 시간 전이었다. 하지만 어딘지 모를 이 찝찝한 기분, 내가 뭔가 놓치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은 차마 떨쳐버릴 수가 없었다.


나는 결국 효범이 번호를 눌렀다.


"잤어? 어, 미안해. 지금 여기 김기태가 실려 왔어. 아무래도 자살을 시도한 것 같은데..."


"예?!"


수화기 너머로 그가 벌떡 일어나 앉은 듯한 소음이 들렸다.


"김기태 조사할 때, 이상한 낌새 같은 거 없었어?"


"...아뇨?! 거의 말을 안 했... 아."


그는 뭔가 기억이 난 듯 말을 하다 멈췄다.


"왜 그래."


내가 재촉하자 그는 잠시 생각하는 듯 숨을 들이마셨다.


"쓰읍... 아 이건 그냥 제 기분일 수도 있어서요."


"뭔데."


"계속 협조도 안 하고 말도 안 하다가, 민유정 씨가 참고인 조사 받는다는 거 알고 좀 표정이 바뀌긴 했어요."


나는 침을 삼켰다.


"임 경위님이 팀장님한테 보고할 때 김기태가 들었거든요. 저한테 묻더라고요. 민유정이 무슨 상관이냐고."


"그래서?"


"그냥 통화도 그렇고, 면회 왔던 기록이 있고 해서 참고인 조사한 거라고 말해줬죠. 그랬더니..."


"그랬더니?"


효범이는 그때가 떠오르는지 혀를 찼다.


"민유정은 아무것도 모르니까, 괜히 귀찮게 하지 말라던데요. 쯧... 조사 내내 한마디도 안 하던 놈이... 그래서 민유정 씨 쪽을 더 파봤는데 별 소득은 없었고요."


"내가 전에 말했던 건?"


"아, 면회 날짜요. 그거도 좀 이상하긴 했어요. 작년이랑 재작년 11월 면회 기록 확인했는데 같은 날짜에 면회를 갔더라고요? 경위님 어떻게 아셨어요? 암튼, 말씀하신 대로 그 날짜 김기태 동선 따보려고 했는데... 핸드폰도 하루 종일 꺼져 있었고, 뭐 확인할 수 있는 게 없더라고요. 민유정도 그날 카드 사용 내역 같은 것도 하나 없고. 둘이 만났다는 증거가 없어요."


핸드폰을 쥐고 있는 손에 저절로 힘이 들어갔다.


"...일단 알겠어. 새벽에 깨워서 미안하다."


"아닙니다. 혹시 병원에서 또 다른 일 생기면 알려주세요."


"그래."


나는 통화를 끊고 침대에 걸터앉았다. 한참을 그러고 있던 나는 몸을 일으켜 링거 거치대를 다시 붙잡았다. 그리고 아까 김기태가 실려 간 수술실 쪽으로 발을 옮겼다.


멀리서 교도관이 수술실 앞을 지키고 서 있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나는 바로 앞까지 가지는 못하고 멀찍이 떨어져 있는 대기석 의자에 몸을 앉혔다. 교도관들이 나를 발견한 듯 보였지만, 거리가 있어서인지 딱히 제지하진 않았다.


어두운 복도 끝을 수술 중을 알리는 빨간 불빛이 비추고 있었다. 나는 그 빛을 바라보며 생각했다. 지금 만약 그가 이대로 죽어버리면...?


일단 진영이를 위협하는 모든 불안은 사라진다. 그래서 차라리 죽었으면 좋겠다는 나쁜 생각이 아주 잠깐이지만 나를 좀먹으려 했다. 나는 정신을 차리기 위해 내 뺨을 살짝 한 대 때렸다.


김기태는 송치되어 구치소로 이감된 당일 밤에 자살을 기도했다. 자살을 시도한 원인은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다. 나는 머릿속을 헤집고 있는 여러 가지 복잡한 생각들을 천천히 하나하나 짚어 보기 시작했다.


먼저 첫 번째 의심. 막상 다시 들어가 보니 그제야 자신이 무슨 일을 저지른 것인지를 깨달았다는 것...


일반적으로 다른 범죄자들의 경우를 보아도 구치소에 처음 들어간 날이 가장 위험한 날이긴 하다.


김기태는 망원동 사건에 연루되어 7년 형을 선고받고, 2년 4개월을 복역했다. 기존 형에서 남은 기간이 4년 8개월... 거기에 나를 죽일 목적으로 찔렀으니 재판에서 살인미수 혐의가 받아들여지면 다 합친 복역 기간은 못해도 10년... 아니 어쩌면 20년 가까이 살아야 할지도 모른다.


...죽고 싶어질 만도 하지.


하지만, 김기태가 그걸 몰랐을까?


가석방 기간 중 사고를 치면 자신의 남은 형기까지 다 살아야 한다는 건 몰랐을 리가 없다. 나를 죽이고 잡히지 않을 거라 자신했을 것 같지도 않았다. 그러기엔 나를 공격한 곳은 너무나 공개된 장소였고, 목격자도 너무 많았다.


그럼 이제 와서 왜 그가 이런 선택을 했을까.


두 번째 의심. 처음부터 이럴 작정이었다는 것.


김기태는 어릴 때부터 사이코패스적인 면모를 보였다. 나는 그런 부류 중 자신의 죽음으로 자신이 쓴 시나리오를 완성하려고 하는 놈들을 만난 적이 있다. 어쩌면 그도 나를 죽이고, 자신도 자살하는 걸 처음부터 계획했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나를 죽이는 데는 실패했지만, 그다음 플랜을 실행시킨 건 아닐까?


유치장에서는 24시간 감시가 붙으니, 구치소로 넘어갈 때까지 기다린 것도 이해가 된다.


하지만 나는 효범이가 한 말을 그냥 지나칠 수가 없었다.


'민유정 씨가 참고인 조사 받는다는 거 알고 좀 표정이 바뀌긴 했어요.'


나는 크게 심호흡을 한 번 했다. 가장 아니길 바라는 마지막 의심 때문이었다. 김기태는 지금 뭔가 죽을 만큼 숨기고 싶거나, 두려웠던 걸지도 모른다는 것.


피의자가 사망하면 사건은 공소권 없음으로 끝나버린다. 재판도 판결도 없이, 그가 입을 다문 채 가져간 모든 것들이 그대로 묻혀버리게 되는 거다. 왜 나를 노렸는지, 우리 집은 어떻게 알았는지, 아무것도 알 수 없어질 확률이 높다.


김기태가 지금 무언가를 숨기고 싶어 하는 거라면? 그리고 그게 민유정과 관련이 있다면?


'...씨발.'


나는 답답함에 내 머리카락을 움켜쥐었다. 아무리 여러 가능성을 짚어 봐도, 마지막 의심이 가장 유력해 보였다.


하지만 왜? 진짜 우리 집을 알려준 게 민유정이라서? ...그렇다고 그걸 숨기려고 목숨을 걸 정도라고?


아무리 생각해도 어딘가 퍼즐이 한 조각 빠져 있었다. 나는 이 석연치 않은 기분을 떨칠 수 없어 괴로웠다.


나는 주머니에서 핸드폰을 꺼냈다. 전화번호 목록에서 민유정의 이름을 찾아 놓고도 한참을 머뭇거렸다. 하지만 결국 나는 통화 버튼을 눌렀다. 나는 그녀의 반응을 확인해야 했다.


신호가 몇 차례 울렸다. 그동안 나는 계속해서 갈등했다.


이대로 그냥 전화를 끊을까? 꼭 내가 이렇게 파헤치지 않아도 되지 않을까? 묻어두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고 없었던 일처럼 그렇게 지나가버릴 수 있지 않을까?


하지만, 신호는 생각보다 길게 울리지 않았고, 그녀가 전화를 받았다.


"무슨 일 있어? 이 시간에 왜..."


"...김기태 자살 시도해서 지금 수술 중이야. 목을 그은 것 같고, 상태도 안 좋아."


내 말이 끝나고 나자 수화기 너머가 조용했다. 숨소리조차 들리지 않았다. 그녀가 대답을 고르는 중인 거다. 그녀는 김기태를 모른 척할까? 아니면...


"여보세요?"


"걔 지금 어디 있어?"


"나 있는 병원."


이후 대답 대신 무언가 바닥에 떨어지는 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곧 전화가 끊어졌다. 나는 다시 걸어봤지만, 그녀는 전화를 받지 않았다.


내가 잘못 짚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녀의 짧은 침묵은 말을 고르는 게 아니었다. 충격을 받았던 거지.


그리고 그녀가 나타난 건 20분 정도 지난 뒤였다. 복도 저편에서 급한 발소리가 울렸다. 고개를 들자 민유정이 뛰어오고 있는 게 보였다. 화장기 하나 없는 얼굴에 대충 묶어 올린 머리, 급하게 나온 듯 보이는 그녀는 나를 미처 보지 못하고 곧장 수술실 쪽을 향했다.


"잠시 멈추세요."


교도관이 그녀의 앞을 막아섰다.


"가족분이세요?"


"제가 보호자예요!"


"가족 관계신가요?"


"걔는 가족이 없어요. 아무도 없다고요! 제가 보호자예요...!"


"그래도 가족 관계가 확인되지 않으면 여기 계실 수 없습니다. 죄송합니다."


보호자. 그녀는 자신을 그렇게 불렀다. 나는 기가 막혀 짧게 숨을 내뱉었다. 내가 생각한 것보다 둘의 관계가 훨씬 깊다는 걸 알아챈 순간이었다.


그녀는 그 후로도 교도관과 몇 번을 더 실랑이했지만, 결국은 몸을 돌렸다. 그리고 그제야 나를 발견했다. 그녀는 잠시 망설이는 듯 보였지만, 내 쪽으로 걸어왔다. 그리고 내 옆에 의자 하나를 사이에 두고 조금 떨어져 앉았다.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먼저 입을 연 건 그녀였다.


"...어떻게 된 거야? 왜 김기태가 자살 기도를 해?"


"나도 몰라. 그냥 우연히 실려 오는 것만 본 거야."


"많이... 다쳤어?"


그녀의 목소리에서 떨림이 느껴졌다. 나는 대답을 하지 않았고, 그녀도 차마 내게 더 묻지 못하고 입을 다물었다. 그녀는 자신의 두 손을 무릎에 올린 채 바짓자락만 꾹 쥐고 있었다.


나는 그녀에게 여기 왜 왔냐고 묻지 않았다. 대답을 듣지 않아도 알 수 있었으니까. 이제야 확실해졌다. 둘은 그냥 단순히 '아는 사이'는 아니었고, 두 사람의 관계는 김기태의 일방적인 것이 아니었다.


한참을 그렇게 거기 앉아 있었다. 몇 시간이 흘렀는지도 모르겠다. 아직 복도는 어두웠고, 아주 조용했다.


마침내 수술 중을 알리는 빨간 불빛이 꺼지고, 문이 열렸다. 열린 문으로 몇몇 사람이 빠져나왔고 민유정은 벌떡 일어났다. 그리고 맨 마지막으로 지쳐 보이는 정의가 걸어 나오는 것이 보였다.


그는 수술 모자를 벗어 손에 구겨 쥔 채 터덜터덜 앞으로 걸어 나왔다. 땀에 젖은 앞머리가 수술이 많이 고되었음을 보여주고 있었다. 그러다 우리를 발견한 그는 그 자리에 우뚝 멈춰 섰다.


"...니들 뭐야?"


그의 시선이 나와 민유정 사이를 한 번씩 오고 갔다. 내가 아무 대답도 하지 않자 그는 민유정을 보았다.


"민유정, 니가 여기 왜..."


"...살았어?"


그녀는 정의의 말을 끝까지 듣지 못하고 말을 잘랐다. 그녀가 한 발 다가가자 정의는 당황한 얼굴로 나를 바라보았다. 나는 여전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일단 고비는 넘겼어. 며칠 더 지켜봐야 해."


그녀의 몸에서 힘이 빠지는 것이 보였다. 그녀는 그대로 바닥으로 주저앉았고, 정의는 화들짝 놀라며 그녀의 팔을 잡아 부축했다.


"야, 너 왜 그래! 괜찮아?!"


정의가 민유정을 일으켜 세워 다시 의자에 앉혔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정의는 눈으로 계속 내게 질문을 던지고 있었다. 나는 말없이 일어나 정의의 어깨를 두드렸다.


"고생했다. 얼른 가서 조금이라도 쉬어. 피곤하겠다."


정의의 장점은 아무리 궁금해도 상대에게 집요하게 묻지 않는다는 것이다. 지금도 그랬다. 그는 궁금한 게 많은 듯했지만, 내가 말하고 싶지 않아 하는 걸 알아차리고는 굳이 더 묻지 않았다.


"그래. 너도 이제 병실로 가. 어차피 면회도 안 돼."


나는 그런 정의를 향해 고개를 끄덕였다. 정의는 민유정을 향해서도 말했다.


"민유정. 저기 교도관님들 보이지? 김기태 지금은 어차피 중환자실이기도 하고, 깨어나도 걔가 일반인 신분도 아니라서 니가 이렇게 기다리고 있는다고 만날 수 있는 것도 아니니까 여기서 괜히 죽치지 말고 집으로 가."


민유정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그에게 다가가 그의 소매를 붙잡았다.


"...너는? 너는 깨어나면 만나?"


그녀는 지금 내가 보고 있다는 사실도 생각하지 못하는 듯했다. 어쩌면 상관하지 않는 걸지도 모르고.


"뭐, 어떻게 해줘?"


정의가 묻자 그녀가 간절한 눈빛으로 정의를 보았다.


"나쁜 생각 하지 말라고 얘기 좀 전해 줘. 걔 진짜 불쌍한 애란 말이야. 응? 부탁할게."


정의는 그녀를 측은한 눈으로 내려다보았다. 그러고는 민유정의 어깨를 두세 차례 쓸어내렸다.


"알겠어. 꼭 전해줄게. 그리고 너무 걱정하지 마. 수술 잘 됐어."


그의 말에 그녀는 고개를 떨구었다. 바닥으로 눈물방울들이 뚝뚝 떨어졌다.


"...고마워. 진짜 고마워."


정의가 돌아가고 나서도 그녀는 한참이나 아무 말이 없었다. 나는 의자에 앉아 있는 그녀의 곁에 서서 벽에 등을 기댄 채 애꿎은 맞은편 벽만 쳐다보고 있었다.


"...우진아."


한참 후 적막을 깨고 그녀가 나를 불렀다.


"응."


내가 대답을 했지만, 그녀는 한동안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나는 보채지 않고 잠자코 기다리고 있었다.


"나 너한테 해야 될 말이 있어..."


그녀가 힘겹게 말을 꺼냈을 때 나는 숨을 한 번 크게 들이쉬었다. 나는 지금 그녀의 말을 듣고 싶은 걸까? 솔직히 말하면 듣고 싶지 않았다. 알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지배적이었다. 나는 주먹을 꾹 쥐고 입을 굳게 다물었다. 들이쉰 숨을 천천히 내뱉는 동안에도 나는 머리가 복잡했다.


"김기태가 너한테 해코지한 거, 결과적으로는 다 내 탓이야."


"그게 무슨 말이야."


"내가 너희 집 주소를 알려 줬거든."


결국 그녀가 말을 뱉었고 나는 쥐고 있는 주먹에 더 힘을 실었다. 하도 세게 쥐어서 손이 떨릴 지경이었다. 그녀는 나를 보며 변명을 늘어놓기 시작했다.


"그치만 나는 니가 다칠 줄 몰랐어. 난 정말로 걔가 너를 해칠 줄은 몰랐어. 나는 그저...!"


"...그럼 넌 진영이가 목적이었어?"


나는 그녀를 노려보았다. 내 말에 그녀가 하던 말을 멈추고 나를 보았다. 눈동자가 심하게 떨리고 있었다.


"걔가 대체 너한테 뭘 그렇게 잘못했는데? 김기태 잡을 때 도운 시민이 진영인 것도 니가 말했지?"


그녀는 눈을 질끈 감았다. 이제 더 이상 피할 곳이 없다는 듯 작게 숨을 한 번 골랐다. 잠시 후 그녀는 천천히 눈을 뜨고 나를 마주 보았다. 나를 보는 눈에는 흔들림이 없었지만, 입술은 말하기를 망설이며 달싹였다. 그러다 결국 그녀는 입을 열었다.


"...처음부터 계획한 건 아니었어."


마침내 실토한 그녀의 자백에 나는 왼손으로 얼굴을 감쌌다. 이미 알고 있다고 생각했는데도 직접 그녀의 입으로 들으니 생각보다 훨씬 괴로웠다.


나는 마치 숨을 쉬는 법을 까먹은 사람처럼 호흡하는 게 불편했다. 심장이 쿵쾅거리고 거칠게 숨이 터졌다. 숨을 쉬기 위해 노력했지만, 아무리 애를 써도 공기가 폐까지 닿지 않는 것 같은 기분이었다.


나는 거칠게 숨을 내뱉다가 바닥으로 쓰러지다시피 넘어졌다. 그 바람에 큰 소리를 내며 링거 거치대도 쓰러지고 바닥이 엉망이 되었다. 내가 쓰러지자 민유정이 놀라 비명을 질렀다.


"우진아!!!"


민유정이 급하게 다른 사람들에게 도움을 청하는 소리가 귓가에 멍하게 울렸다. 사람들이 달려오는 게 보였고, 병원 복도의 천장이 눈에 들어왔고, 잠깐 빙빙 도는 것 같더니 이내 나는 그렇게 정신을 놓아버렸다.


월, 목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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