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외의 응원

앙코르, 우리의 첫사랑 2

by아리엘
image.png서비스 스틸컷 _ 2018년 김기태 23세




48. 의외의 응원




"안녕하세요, 트리플엑스사운드 정진영입니다."


영상 속 그녀는 조금 긴장한 듯 보였다. 무대 위에서는 수천 명 앞에서도 아무렇지 않게 웃던 그녀가 작은 핸드폰 화면 하나 앞에서 떨고 있었다.


"먼저 기사 보고 많이 놀라셨을 팬 여러분께 사과드립니다."


그녀는 잠시 말을 고르는 듯 입술을 깨물었다. 화면 속 그녀가 망설이는 걸 보며 나도 모르게 같이 숨을 죽였다.


"현재 온라인에서 퍼지고 있는 영상은 제가 맞습니다. 관련해서는 경찰에서 수사를 진행하고 있어 사건에 대한 자세한 얘기는 말씀드리기 조심스러운 점 양해 부탁드립니다."


그녀는 카메라를 향해 고개를 한 번 꾸벅 숙였다. 그리고 다시 고개를 든 그녀의 얼굴에서는 결심이 느껴졌다.


"제가 이렇게 오늘 라이브를 켜게 된 건 소중한 우리 언더바들에게 부탁이 하나 있어서예요."


그녀는 크게 숨을 한 번 들이마셨다.


"여러분이 예상하신 것처럼 저는 지금 만나는 사람이 있습니다. 일반인이고, 제가 많이 좋아하고 있어요. 저는 제가 이 사람을 좋아하는 걸 이제 더 이상 숨기고 싶지 않아요. 이미 그걸로 충분히 많이 상처를 주었고요."


화면 너머로 들려오는 그녀의 목소리에 나는 나도 모르게 침을 꼴깍 삼켰다. 괜히 쑥스러워서 바로 옆에 앉아 있는 그녀를 차마 쳐다볼 수가 없었다.


"다만 이번 일로 너무 갑작스럽게 그 사람 얼굴이 공개되고 신상이 파헤쳐지고 있어요. 그리고 그 과정에서 사실이 아닌 루머도 생기고 있습니다. 궁금하신 게 있으면 여기서 솔직히 다 말씀드릴게요. 저는 우리 언더바들만 이해해주시면 되니까요."


그녀는 화면 아래쪽으로 시선을 내려 한동안 댓글을 읽는 듯 보였다. 그리고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네, 중학교 동창 맞구요. 다시 만난 건 3년이 좀 안 되었습니다. 그중 6개월 정도 교제했고, 제가 바빠서 잠시 헤어졌다가, 최근에 다시 만나게 되었어요."


'제가 바빠서'. 그녀는 우리의 이별을 그렇게 자기 탓으로 정리했다. 헤어지자고 먼저 말을 꺼낸 건 나였는데. 나는 이불 위에 올려둔 손을 꽉 쥐었다.


"사건에 관련된 거는 제가 지금 말씀드릴 수 있는 게 없어요. 다만, 이번에 그가 다친 건 저를 지키려다 그런 게 맞습니다. 그리고 지금 수술은 잘 마쳤고, 고비는 있었지만 무사히 회복 중이에요. 깨어나고는 저도 아직 못 만났어요."


그 대목에서 그녀의 목소리가 아주 잠깐 흔들렸다. 그녀는 고개를 살짝 돌려 손등으로 눈가를 한 번 훔치고는, 아무 일 없었다는 듯 다시 카메라를 바라보았다.


"저를 욕하시는 건 괜찮습니다. 공인으로서 여러분께 좋지 못한 사건으로 소식 전하게 된 점에 대해서는 정말 죄송하게 생각하고 있어요. 하지만, 그 사람에 대해서는 오해하지 말아주세요. 성실하게 자기 일을 열심히 하는 사람입니다. 부탁드리겠습니다."


그녀가 머리를 숙였다. 화면 속 그녀는 한참 동안이나 고개를 들지 않았다.


영상은 거기서 끝이 났다. 그리고 그 게시물 밑엔 그녀의 팬들이 남긴 응원과 사랑이 담긴 댓글이 잔뜩 달려 있었다.


[강력계 형사래요. 얼굴이 무슨 배우 급이던데? 당연히 연예인인 줄!?]

[언니가 일반인이라고 더 파지말아 달라잖아요. 언더바들이 지켜줘야지! 신상 공개 멈춰!]

[형사님~ 무사해서 진짜 다행이에요ㅠㅠ 얼른 쾌차하시길ㅠㅠㅠㅠ]

[누나 얼른 병원으로 달려가요! 누구야 우리 누나 앞을 막는게! SE놈들이냐! 보게해줘라!]

[기사 보고 놀라서 들어왔는데, 댓글 보다가 첫사랑 서사에 갇힘ㅠ 출구 어디예요~]

[둘이 평범하게 데이트하는 사진 뜨면 나 진짜 울 것 같음ㅠ 제발 그냥 사랑하게 해줘~ㅜㅜ]

[오래 돌아서 만났으니까 오래오래 행복했으면 좋겠다. 진영아 이제 마음 편히 사랑해.]

[아니 솔직히 연예인도 사람인데 연애할 수도 있지, 왜들 난리야!]


그녀는 내 손에서 자신의 휴대폰을 거둬가며 말했다.


"보여? 기사에서 뭐라고 떠들든, 여론이 이러면 회사도 별수 없어, 이제 인정하는 수밖에. 차라리 잘됐어. 나도 몰래 만나는 거 지겨워."


나는 그제야 그녀가 마스크도 모자도 없이 그냥 들어왔다는 걸 알아차렸다. 기자들이 깔려 있는 병원 앞을 저대로 지나왔을 거라 생각하니 아찔했다.


"회사가 발칵 뒤집어지겠네."


내 걱정을 들은 그녀는 대수롭지 않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


"아냐. 내가 나쁜 짓 하는 것도 아니고, 나 때문에 죽을 뻔한 내 남자친구 병문안 오겠다는데 뭐. 안 오는 게 더 이상한 거 아니야?"


"그래도..."


"멤버들한테는 미리 양해를 구했고, 팬들도 괜찮다고 하니까 걱정하지 마. 회사는 이런 거 처리하라고 있는 게 회사지. 안 그래? 그러니까 쓸데없는 생각 하지 말고 너는 빨리 낫기나 해. 밖에서 데이트하고 싶으니까."


나는 잠시 아무 말도 못 하고 얼굴만 붉게 물들였다. 한 번씩 그녀가 이렇게 거침없이 박력 있을 때마다 새삼 반하게 된다. 그녀는 그런 내 마음을 눈치챘는지 살짝 웃어 보였다.


그런데 그때, 내 핸드폰에 메시지 알림음이 울렸다.


[너 괜찮아?]


민유정이었다.


"뭐야? 누구야?"


그녀의 말에 나는 얼른 핸드폰을 내려놓았다. 진영이에게 숨기는 게 생긴다는 건 반갑지 않은 일이었지만, 지금 민유정의 일을 진영이에게 말할 순 없다고 생각했다. 가뜩이나 내가 다친 것만으로도 걱정이 많은 그녀에게 확인도 되지 않은 일을 어떻게 말을 하겠는가.


하지만 나는 곧 생각을 고쳐먹었다. 이제 더 이상 피하지도 숨지도 않기로 했고, 그녀도 나를 위해 용기를 내지 않았는가. 나도 더 이상 도망치면 안 된다. 그녀에게도 말을 해줘야 한다.


"민유정."


그녀는 내 말에 약간 인상을 썼지만, 이내 표정을 누그러뜨렸다.


"그래 뭐, 걱정되겠지. 걔도 여기 왔었어?"


"...아니."


그녀는 나를 돌아보며 의외라는 듯 눈을 크게 떴다.


"안 왔다고? 웬일이래?"


나는 한 템포 숨을 골랐다. 하지만 여전히 입은 떨어지지 않았다. 내가 손가락으로 눈썹을 한 번 쓸자 그녀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내 손을 잡았다.


"왜 그래. 무슨 일 있어?"


나는 그녀가 잡은 손을 가만히 내려두며 내려다보았다. 그리고 잠깐의 고민 끝에 결국 가장 먼저 바로잡아야 할 말부터 하기로 했다.


"일단, 아까 네가 그랬잖아. 너 때문에 내가 다친 거라고."


"응."


"진짜로 그런 거 아니야. 김기태는 처음부터 나를 노렸어."


"그게 무슨 말이야? 김기태가 너를 왜 노려?"


나는 김기태로부터 들었던 말을 떠올렸다.


'니가 강윤재인 걸 알았으면 내가 그날, 잡히기 전에 너부터 담갔지.'


"김기태가 나한테 쌓인 게 좀 있어."


"왜? 니가 잡아넣어서?"


"뭐... 그런 것도 있는데, 단순히 내가 담당 형사라서가 아니라 '강윤재'라서 그런 것 같아."


"뭐? 그건 또 무슨 소리야?"


그녀는 이해가 되지 않는 듯 되물었다. 민유정 이야기를 하지 않고는 그녀의 궁금증을 풀어 줄 수가 없었다. 나는 결국 그녀의 이름을 입에 올렸다.


"중학교 때, 김기태가 민유정을 잠깐 사귀었어. 많이 좋아했던 것 같고. 그리고 자기가 헤어진 게 나 때문이라고 원망도 했었어. 나를 보고 그런 얘기를 하더라. 처음부터 내가 강윤재인 걸 알았으면 일이 쉬웠을 거라고."


나는 차마 그가 했던 정확한 말에 대해서는 그녀에게 전할 수 없었다.


"왜 너 때문인데? 민유정이 너 좋아했어!?"


"아니. 그런 게 아니고... 일이 좀 있었어. 그 둘에 대한 얘기는 내가 하긴 좀 그렇고..."


"민유정이 너 좋아했구나?! 좋아했네."


"아니라니까..."


그녀는 믿지 않는다는 듯 입을 삐죽거렸다.


"아무튼, 김기태는 계속 나를 원망했던 것 같아. 내가 미국을 가고, 귀국하면서는 서울로 오고 하면서 연락이 끊겼다가... 자기를 잡아넣은 형사가 나라는 걸 알게 되고, 그 외 여러 가지 복합적인 것들이 걔를 자극했겠지."


나는 김기태에게 처음 전화를 받았던 것부터 그녀의 집 앞에서 그녀를 노렸던 모든 행동이 내게 보이기 위해서였다는 것도 설명했다.


"미안해... 그런 일 겪게 해서."


내가 말을 하는 동안 잠자코 듣고 있던 그녀가 내 사과를 듣고는 나를 살포시 안았다.


"윤재야. 네 탓 아닌 거 알지?"


"어?"


"너는 피해자야. 혹여나 너 때문에 내가 그런 일을 당했다고 자바카라하지 마. 나쁜 건 김기태야."


그녀는 나를 안은 채 나를 올려다보았다.


"알았지?"


확인을 받듯 나를 바라보는 그녀의 시선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응..."


내가 대답을 하고 나자 그녀는 나를 놓아주었다.


"근데, 나는 여전히 이해가 안 가. 지금 와서 민유정이 무슨 상관이라는 거야? 방금 문자 온 거 누구인지 물었다가 여기까지 얘기한 거잖아."


그녀가 나를 똑바로 쳐다보고 있었다. 이럴 때 보면 참 예리하다. 그냥 넘어가는 법이 없어.


"...사실 나는 민유정이 김기태한테 우리 집을 알려준 게 아닐까 의심하고 있어."


내 말에 그녀는 입을 떡 벌렸다.


"그게 무슨 말이야. 민유정이 왜?! 아니 그보다 민유정이랑 김기태가 서로 연락을 하고 지내는 사이라는 거야?!"


"그런 거 같아."


"그런데 왜 갑자기 민유정을 의심하는 거야? 내가 민유정을 싫어하는 건 맞는데... 그래도...."


"응. 그럴 애는 아니지. 나도 확실한 건 아니야. 그냥... 아직은 의심만."


"왜 그렇게 생각한 거야? 이유가 있을 거 아냐. 혹시 우리를 보고 가자마자 김기태가 나타나서? 그건 그냥 우연하게..."


"김기태가 아직 복역 중일 때, 민유정이 면회를 여러 번 갔었대. 최근에 통화 기록도 있고. 그리고 니 말대로 걔가 널 보고 가자마자 김기태가 우리 집을 찾아냈고."


그녀 역시 나 못지않게 충격을 받은 얼굴이었다. 그리고 잠시 생각하는 듯하더니 나를 똑바로 보았다.


"아니야."


"어?"


"걔가 김기태한테 널 해치라고 시켰을 리 없어."


그녀는 아주 단호한 눈으로 나를 보고 있었다.


참 이상했다. 지금 그녀가 하는 말이 왜 위로가 되는 걸까.


나는 형사로서 습관처럼 모든 정황을 의심하고 있었고, 그건 내 안에서 나름의 생채기를 내는 중이었다. 그런데 진영이는 그런 작은 상처 하나도 용납하지 못하겠다는 듯, 내 상처를 틀어막아준다. 나는 목 아래쪽이 울컥하고 뜨거워지는 바람에 입을 꾹 다물었다.


"그나저나, 윤재야. 너희 할머니가 점 봤다던 그 무당집 어딘 줄 알아?"


"응? 무슨 말이야?"


느닷없는 질문에 나는 눈동자를 굴렸다.


"아니, 너 할머니가 개명하라고 했다며... '강윤재'로 경찰 하면 명줄 짧을 거라고. 그 무당 내가 가서 은혜라도 갚고 싶다. 간 김에 점도 좀 보고."


"뭐?"


나는 그녀의 발상이 어이가 없어 웃음이 터졌다. 내 표정이 좀 누그러든 걸 본 그녀는 내 옆에 살짝 걸터앉았다.


"팔을 이렇게 다쳐서 뭘 하기가 힘들겠다."


그녀는 내 오른쪽 팔의 깁스를 손가락으로 천천히 쓸었다. 무슨 생각을 하는지 모르겠지만, 나를 살짝 올려다보는 그녀의 얼굴이 살짝 붉었다.


"내가 다 도와줄 수 있는데."


그녀는 천천히 내게 몸을 숙였고 그녀의 입술이 내 귀 옆에 바짝 가까워졌다. 나는 침을 한 번 삼켰다. 나는 아직도 그녀가 이렇게 다가오면 여전히 긴장된다.


"옷도 갈아입혀 줄 수 있고... 샤워도 도와줄 수 있고, 또 다른 것도..."


그녀가 간지럽게 속삭이며 내 허벅지 위로 손을 올렸다. 나는 흠칫 놀라 온몸이 굳었다. 아무리 1인실이라지만, 그래도 여기는 병실인데?


그리고 그녀의 손이 은근슬쩍 위쪽으로 올라오고 있는 것을 느낀 나는 눈을 질끈 감아 버렸다.


그런데 그때, 누군가 병실 문을 두드렸다.


"경위님, 형수님, 저 들어가도 됩니까?"


효범이 목소리였다. 그 바람에 그녀는 내게서 떨어졌고, 문틈으로 효범이가 빼꼼 얼굴을 내밀었다. 한 손에는 커피가 담긴 캐리어가 들려 있었다.


"아! 네, 들어오세요, 경장님."


그녀가 벌떡 일어나 효범이가 내미는 커피를 받아 들었다. 우리 둘의 묘한 기류를 읽은 효범이가 쭈뼛거렸다.


"아니 두 분을 제가 방해하려고 그러는 건 아니고요. 저도 서로 들어가 보긴 해야 하는데... 가방도 놓고 갔고, 거기에 서류도 있고..."


나는 주섬주섬 가방을 챙기는 효범이를 괜히 흘겨보았다.


"그래, 가방 들고 어서 썩 나가주겠니."


그리고 그녀는 그런 나를 몰래 한 대 찰싹 때렸다.


"벌써 가세요?"


"네, 저는 사건 처리해야 하니까요. 저 양반 손이 저래서 걱정돼서 들른 건데, 형수님 오셨으니 마음이 놓입니다. 두 분 오붓한 시간 보내십쇼."


그는 진영이를 향해 한 번 활짝 웃고는 나를 홱 돌아보았다.


"그리고, 경위님. 아시죠? 이제 사건에서 빠지셔야 됩니다? 팀장님도 진짜 신신당부하셨어요. 회복에 집중하십쇼. 아셨죠?"


"알았어."


"아닌데... 지금 알겠다는 사람 표정이 아닌 거 같은데."


"알겠다니까."


효범이는 끝까지 미심쩍은 눈으로 나를 보다가, 생각났다는 듯 그녀를 보았다.


"아 그리고 형수님, 형수님도 목격자 진술을 해주셔야 하는데요. 아무래도 경찰서로 오시긴 어려우실 테니, 제가 직접 사무실로 방문드릴까 해요. 자세한 건 매니저 통해서 일정 조율하면 되겠죠?"


"아뇨, 번거롭게 그러실 필요 없어요. 제가 경찰서로 갈게요."


"예?"


"그게 무슨 소리야."


나와 효범이가 동시에 그녀를 보았다.


"이제 어차피 이미 다 알려진 일이에요. 당당히 경찰서 가서 진술할 거고요. 제가 도울 수 있는 게 있으면 최선을 다할 거예요."


"네가 경찰서를 간다고 더 달라지는 건 없어."


내 말에 동의하지 않는다는 듯, 그녀는 나를 한 번 쏘아보고는 이를 악물었다.


"아니? 사진이 찍히겠지. 그리고 사람들이 관심을 갖겠지. 그럼 온 세상 사람들이 김기태를 욕하겠지. 그뿐이야? 나는 그 새끼가 빠져나갈 수 있는 틈 같은 건 조금도 허용하지 않을 거야. 난 그 새끼가 슬롯적으로도 매장당했으면 좋겠어. 형을 다 살고 나와도 나쁜 새끼라는 게 잊혀지지 않았으면 좋겠어. 두고두고 평생토록 주홍글씨처럼 낙인이 찍혔으면 좋겠어. 목숨이 붙어 있는 내내 생지옥이었으면 좋겠어."


그녀는 그렇게 말하고 분이 삭지 않는 듯 몸을 돌려 창가로 다가갔다. 그 틈에 효범이가 내게 몸을 살짝 숙이고 속닥거렸다.


"...경위님, 형수님한테 잘하십쇼. 잘못 걸리면 뼈도 못 추리겠습니다."


나는 그의 말에 피식 웃었다. 그는 진영이에게서 시선을 떼지 않고 살피며 작은 목소리로 한마디를 더 보탰다.


"그리고 민유정 연락 왔습니다. 내일 오전에 출석한답니다. 상황은 또 전달드릴게요."


방금 전까지 사건에서 빠지라던 놈이 할 소리는 아니었기에 나는 기가 차다는 눈으로 그를 쳐다보았다. 그는 능청스럽게 어깨를 으쓱하더니 몸을 세우고 가방을 고쳐 메었다.


아마도 그는 본인이 직접 알려주지 않아도 내가 계속 알아볼 거라는 걸 눈치챈 거겠지. 정말이지 눈치가 없는 것 같으면서도 있고, 있는 것 같으면서도 없는 녀석이다.


"민유정이랑 진영이 시간 겹치지 않게 잘 잡아."


나도 진영이에게 들리지 않게 작은 목소리로 속닥였고, 효범이는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창가에 서 있는 그녀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아직 분이 덜 풀렸는지 씩씩거리고 있었다. 난 여전히 그녀가 직접 경찰서로 가는 것이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그녀가 저렇게까지 마음을 먹었다는 건 이제 아무도 말릴 수 없다는 뜻이기도 했다.


이어서 나는 이불 위에 엎어둔 핸드폰을 내려다보았다. 화면 속에 민유정의 문자가 그대로 남아 있을 것이다. 답장은 하지 않을 생각이다. 아직 내 머릿속은 아무것도 정리된 게 없으니까.


내일, 민유정이 경찰서에 간다.

월, 목 연재
이전 16화확증편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