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방 하나를 아예 드레스룸으로 사용하는 집이 꽤 많다. 예전에도 남는 방에 옷을 쌓아두고 창고 겸 드레스룸으로 사용하기는 했지만, 요즘 모델하우스에 가보면 조금 다르다. 안방 옆에 별도의 드레스룸이 기본으로 들어가고, 공간을 더 넓혀 작은 방처럼 만들어놓기도 한다.
그만큼 옷을 보관하는 공간이 중요해졌다는 뜻일 것이다. 그렇다면 리모델링할 때 드레스룸은 어떻게 만드는 게 좋을까? 벽에 딱 맞춰 붙박이장을 짤 수도 있고, 오픈형 시스템 가구를 설치할 수도 있다. 조금 더 간단하게는 조립식 시스템 행거나 이동식 가구를 놓는 방법도 있다.
선택지는 많다. 그런데 나는 디자인이나 브랜드를 보기 전에 이것부터 물어봤으면 한다.
“이사 갈 때 이것도 가져갈 건가?”
붙박이 가구의 장점은 확실하다. 벽에서 벽까지 빈틈없이 채울 수 있고, 천장 높이에 맞춰 수납을 만들 수도 있다. 문을 달면 옷이 보이지 않아 깔끔하다. 공간을 가장 알뜰하게 활용하면서 완성도 있게 만들기에는 좋은 방법이다.
문제는 이름 그대로 붙박이라는 것이다.
한 집에 딱 맞춰 만든 가구는 다른 집으로 가져가기가 쉽지 않다. 물론 이전 설치가 가능한 제품도 있다. 철거해서 옮긴 뒤 새집에서 다시 조립하면 된다.
가능은 하다.
그런데 가능하다는 것과 간단하다는 것은 다르다.
철거하고, 운반하고, 다시 조립하고 설치해야 한다. 비용도 들고 그 과정에서 부재가 손상될 수도 있다. 애초에 이사를 다니며 반복해서 분해하고 조립하는 것을 전제로 하지 않은 가구라면 더 신경 쓸 일이 많아진다.
무엇보다 새집에 안 맞을 수 있다. 지금 집의 천장 높이와 다음 집의 천장 높이가 같다는 보장은 없다. 벽 길이도 다르고, 문과 콘센트 위치도 다르다. 지금 집에 빈틈없이 맞춰 만든 가구일수록 다른 공간에서는 애매해질 가능성이 커진다.
아이러니하다.
집에 완벽하게 맞출수록 이사하기는 어려워진다.
시스템 드레스룸은 조금 낫다. 선반이나 행거의 위치를 바꾸고 일부 부품을 빼거나 추가하면서 새로운 공간에 맞출 수 있는 제품도 있다. 하지만 이것 역시 벽 전체에 맞춰 설계하거나 후면 패널까지 설치하면 점점 그 공간만을 위한 가구에 가까워진다.
결국 한쪽을 얻으면 한쪽은 조금 포기해야 한다. 공간에 완벽하게 맞춘 가구는 이동하기 어렵고, 이동하기 쉬운 가구는 공간을 빈틈없이 채우기 어렵다.
그래서 이사 가능성이 높은 집이라면 나는 드레스룸을 너무 완벽하게 만들지 않을 것 같다. 조립과 분해가 쉬운 행거나 독립형 수납가구도 충분하다. 다음 집으로 가져갈 수 있고, 방의 크기가 달라져도 위치나 구성을 바꿔 다시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반대로 오래 살 집이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앞으로 오랫동안 살 집이고 옷이 많으며, 드레스룸을 매일 중요하게 사용하는 사람이라면 제대로 맞춰도 된다.
벽에서 벽까지 수납을 만들고, 내가 가진 옷에 맞춰 선반과 행거의 높이를 정하고, 가방이나 액세서리를 위한 자리도 만들 수 있다. 드레스룸 자체를 하나의 공간처럼 꾸미고 싶다면 조명과 마감재까지 계획해도 좋다. 오래 사용할 것이 분명하다면 그만큼 투자할 이유도 생긴다.
결국 드레스룸도 어떤 가구가 더 좋은가의 문제가 아니다. 내가 이 집에 얼마나 오래 살 것인지, 이 가구를 다음 집에도 가져갈 것인지가 먼저다.
특히 이사 가능성이 높은 집이라면 드레스룸을 너무 완벽하게 만들려고 하지 않았으면 한다. 집에 딱 맞는 가구는 분명 멋있다. 하지만 이사하는 날이 되면 그 장점이 그대로 단점이 되기도 한다.
그래서 드레스룸 업체를 찾아보기 전에 나는 이것부터 물어보겠다.
“이사 갈 때 이거 가져갈 거야?”
가져갈 거라면 쉽게 옮기고 다시 사용할 수 있는 것을 고르면 된다. 두고 갈 거라면 그 집에 제대로 맞춰도 된다.
드레스룸은 얼마나 잘 만들 것인가보다, 얼마나 오래 쓸 것인가부터 정하는 게 먼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