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히 말하면 나는 창호 디자인이 그렇게 눈에 잘 들어오지 않는다.
일반적인 아파트에서 흔히 사용하는 PL창호, 쉽게 말해 플라스틱 프레임 창호만 이야기해보자.
내가 창호에 관심이 없던 시절에는 어떻게 생겼는지조차 제대로 기억하지 못했다. 사각형 프레임에 가운데 유리. 그게 전부였다.
물론 회사마다 디자인은 조금씩 다르다. 프레임의 형태도 다르고, 모서리 디테일이나 유리와 프레임이 만나는 방식에도 차이가 있다. 그래도 일반 소비자가 그 차이를 얼마나 느낄까?
가장 쉽게 눈에 들어오는 차이를 하나 꼽으라면 나는 손잡이 정도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이것도 너무 이상하지만 않으면 된다.
적어도 나에게는 그렇다.
창호 디자인도 계속 변하고 있다. 예전 아파트 외부에 흔히 보이던 철제 난간 대신 입면분할창이 적용되고, 최근에는 유리난간을 사용하면서 바깥 풍경을 가리는 요소도 줄어들고 있다. 프레임 역시 더 얇고 단순하게 보이는 방향으로 발전하고 있다.
그런데 집 안에서 매일 바라보는 창호의 디자인은 다른 인테리어 마감재만큼 변화가 크게 느껴지지는 않는다. 주방가구는 컬러 하나만 바꿔도 집의 분위기가 달라지고, 벽지는 집 전체의 바탕색을 만든다. 바닥 역시 우드냐 스톤이냐에 따라 공간의 인상이 완전히 달라진다.
그런데 창호는?
대부분 비슷한 위치에 있고, 비슷한 형태의 프레임 안에 유리가 들어간다. 그래서 나는 창호에 너무 많은 디자인적 역할을 맡기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한다. 창호는 멋있게 보이는 것보다 거슬리지 않는 게 먼저다.
그렇다면 디자인에서는 무엇을 봐야 할까? 나라면 창호 하나만 떼어놓고 보지 않고 주변 마감재와 얼마나 자연스럽게 어울리는지를 먼저 보겠다. 벽지와 바닥, 몰딩, 가구를 함께 놓고 보는 것이다. 기본 화이트 프레임이 주변 벽지와 자연스럽게 어울린다면 굳이 돈을 더 들여 다른 마감을 적용할 이유도 없다.
반대로 창호의 색이 주변 마감재와 지나치게 동떨어져 보인다면 다른 선택을 생각해볼 수 있다. 프레임에 필름을 래핑해 색이나 질감을 바꾸는 방법도 있다.
다만 목적은 분명했으면 한다.
창호를 돋보이게 만들기 위해서가 아니라, 주변에서 튀지 않게 만들기 위해서.
나는 그 정도면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창호를 고를 때는 디자인보다 먼저 봐야 할 것들이 있다. 단열성능은 어떤지, 기밀성은 괜찮은지, 유리는 어떤 사양인지, 열고 닫기는 편한지, 그리고 가격은 내 예산에 맞는지.
창호는 한번 설치하면 쉽게 바꾸는 제품도 아니다. 벽지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몇 년 뒤 다시 바를 수 있고, 가구도 바꿀 수 있다. 하지만 창호 디자인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멀쩡한 창을 다시 뜯어내는 사람은 거의 없다.
그래서 나는 더더욱 기본에 충실했으면 좋겠다.
성능이 좋고, 사용하기 편하고, 가격이 예산에 맞고, 주변 마감재와 자연스럽게 어울리면 된다. 손잡이가 조금 더 멋있고 프레임의 디테일이 세련된 것도 물론 좋다. 하지만 그것 때문에 창호가 원래 잘해야 할 것들을 양보할 필요는 없다.
창호는 집에서 가장 눈에 띄는 제품이 될 필요가 없다.
오히려 좋은 창호는 평소에는 있는지도 모르고 사는 창호에 가깝지 않을까. 특별히 예쁘다고 생각할 일도 없고, 굳이 신경 쓸 일도 없다.
그러다 한겨울 찬바람이 부는 날이나 한여름 무더운 날 문득 이런 생각이 들면 된다.
“아, 창호 시공하길 잘했네.”
나는 그 정도의 존재감이면 충분하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