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방, 굳이 뼈대까지 바꿔야 할까?

by수박공장장

한때 인테리어 업계에서 꽤 화제가 된 평면이 있었다. 주방과 거실의 위치를 완전히 뒤바꾸는 것이었다. 원래 거실이 있던 곳에 커다란 주방을 만들고, 주방이 있던 자리에는 거실을 넣었다.


처음 봤을 때는 확실히 신선했다. 업계에서도 “혁신적이다”라는 이야기가 나왔고, 이런 평면을 분석하는 콘텐츠도 많아졌다. 비슷한 방식으로 리모델링한 집도 하나둘 생겼다.


그런데 나는 이런 생각부터 들었다.


“정말 그렇게까지 바꿔야 할까?”


주방은 다른 가구와 조금 다르다. 물을 사용하고, 불을 사용하고, 조리를 하는 공간이다. 그래서 수도와 배수, 전기, 가스, 환기 같은 설비가 따라다닌다. 소파 위치를 옮기는 것과 싱크대 위치를 옮기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다.


주방을 완전히 다른 곳으로 옮기려면 배관과 배선을 새로 연결해야 할 수도 있고, 후드의 배기 문제도 해결해야 한다. 경우에 따라 바닥과 벽, 천장까지 손을 대야 한다. 보기에는 주방과 거실의 자리를 바꾼 것뿐이지만, 그 뒤에는 생각보다 많은 공사가 따라온다.


나는 이런 공사를 가끔 성형수술에 비유한다. 눈매를 조금 다듬는 정도가 아니라 뼈대까지 건드리는 대수술에 가깝다. 당연히 비용도 커지고, 한번 바꾸면 원래대로 되돌리기도 쉽지 않다.


그래서 나는 집의 평면을 바꾸는 일에는 조금 보수적인 편이다.


그리고 잘 만들어진 뼈대라면 가능하면 존중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아파트의 평면도 아무 이유 없이 만들어지는 것은 아니다. 배관이 어디로 지나가는지, 환기는 어떻게 할지, 사람들이 어떤 동선으로 움직이는지, 각 공간을 어떻게 연결할지 같은 여러 조건을 고려해 주방과 거실의 위치가 정해진다.


물론 그렇다고 원래 평면이 항상 정답이라는 뜻은 아니다. 오래된 아파트라면 지금의 생활방식과 맞지 않는 부분도 있고, 가족 구성이나 생활 습관에 따라 불편한 구조도 분명히 있다.


내가 말하고 싶은 것은 바꾸지 말자는 게 아니라, 굳이 큰 틀까지 뒤집을 필요가 있느냐는 것이다.


주방이 있던 곳에는 주방을 두고, 거실이 있던 곳에는 거실을 두더라도 할 수 있는 일은 많다. 아일랜드를 키울 수도 있고, 다이닝 공간을 새롭게 만들 수도 있다. 수납을 늘리거나 벽을 일부 없애 주방과 거실의 관계를 바꾸는 방법도 있다.


뼈대는 유지하되, 생활은 바꾸는 것.


나는 이런 변화가 좋다.


물론 예외도 있다. 이 집에서 정말 오래 살 생각이고, 원하는 생활방식이 아주 명확하다면 과감하게 바꿀 수도 있다. 요리를 가장 중요하게 생각해서 거실보다 주방에 훨씬 넓은 공간을 주고 싶을 수도 있다.


주방이 거실 한가운데 있어야 행복하다면 그렇게 하면 된다.


내 집이니까.


하지만 언젠가 이 집을 팔 가능성이 있다면 한 번쯤 더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그때부터 집은 나만의 취향으로 만든 공간인 동시에 다른 사람도 살아야 하는 집이 된다. 나에게는 혁신적인 평면이 다른 사람에게는 불편하고 낯선 평면일 수 있다.


특히 수도와 배수, 환기처럼 쉽게 되돌리기 어려운 부분까지 크게 바꿨다면 다음 사람에게는 그것 자체가 부담이 될 수도 있다. 그래서 나는 쉽게 바꿀 수 없는 것일수록 조금 더 평범하게 두는 편이 낫다고 생각한다.

나라면 특별한 집을 만들기 위해 모든 것을 뒤집기보다, 평범한 구조 안에서 조금 더 좋은 집을 만드는 쪽을 선택하겠다.


가구를 바꾸고, 소재를 바꾸고, 조명을 바꾸고, 수납과 동선을 다듬는 것만으로도 집은 충분히 달라진다. 꼭 구조를 뒤집어야만 새로운 집이 되는 것은 아니다.


특이하게 만드는 것은 생각보다 어렵지 않다.


오히려 어려운 것은 오래 살아도 불편하지 않고, 다른 사람이 봐도 자연스러운 집을 만드는 것이다.


나라면 그쪽을 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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