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테리어는 한번 잘못하면 몇 년을 볼 때마다 후회할 수 있다. 필요하지 않은 것에 큰돈을 쓰기도 하고, 예쁘게 만들려고 시작했는데 돈은 돈대로 쓰고 결과는 마음에 들지 않을 때도 있다. 옷이나 가구처럼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쉽게 바꿀 수도 없다.
물론 감각이 뛰어난 사람이라면 이 바카라이 필요 없을지도 모른다. 좋아하는 것이 분명하고 수많은 선택지 앞에서도 흔들리지 않는다면 자신의 취향대로 하면 된다. 실력 좋은 인테리어 업체를 만나 모든 것을 믿고 맡길 수 있는 사람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대부분은 그렇지 않다. 예산은 한정되어 있고, 업체의 실력을 판단하기도 어렵다. 수십 가지 자재와 옵션을 보여주면 뭐가 좋은지 모르겠고, 유행이라고 하면 왠지 우리 집에도 해야 할 것 같다.
“그래서 뭘 골라야 하지?”
이런 고민을 하고 있다면 내 이야기를 한번 들어봤으면 한다. 나는 인테리어 업계에서 오래 일했다. 여러 분야에서 상품을 개발하고 기획하면서 수많은 공간과 자재, 디자인을 봐왔다. 그렇다고 내가 특별한 미적 감각을 가졌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나는 꽤 평범한 취향을 가진 사람이다. 그리고 나는 그 평범함을 꽤 믿는다.
나는 인테리어가 옷을 고르는 일과 비슷하다고 생각한다. 개성이 강한 브랜드 매장에 가면 한눈에 시선을 잡아끄는 옷들이 있다. 독특한 실루엣에 강한 색, 처음 보는 소재까지. 잘 입으면 정말 멋있지만 옷 하나만 멋있다고 끝나는 건 아니다. 신발도, 바지도, 입는 사람도 그 옷을 받아줘야 한다.
반대로 무지나 유니클로에 가면 이야기가 조금 달라진다. 흰 셔츠, 검은 니트, 평범한 면바지처럼 어디서 많이 본 옷들이 대부분이다. 한 벌만으로 사람을 놀라게 하기는 어렵지만 웬만한 옷과 잘 어울리고, 몇 년이 지나도 크게 이상해 보이지 않는다.
인테리어도 나는 그쪽에 가깝게 생각한다. 특별한 것을 고르는 건 어렵지 않다. 특별한 것들을 모아놓고도 집 전체가 좋아 보이게 만드는 게 어렵다. 잘하면 아주 멋있지만 잘못하면 금방 질리는 선택이 있고, 특별하지 않아도 오래 봐도 괜찮은 선택이 있다.
오랫동안 많은 공간을 보다 보니 그 사이에는 나름의 공식이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그 공식을 이야기해보려고 한다.
그리고 미리 말해두자면 나는 꽤 부정적인 사람이다. 좋다는 말을 쉽게 믿지도 않고, 쉽게 하지도 않는다. 유행이라고 하면 ‘이게 과연 얼마나 갈까?’부터 의심하고, 새로운 자재가 나오면 장점보다 단점을 먼저 찾아본다. 좋게 말하면 신중하고, 나쁘게 말하면 의심부터 하고 보는 사람이다.
인테리어를 볼 때도 늘 비슷한 질문을 한다. “이걸 꼭 해야 하나?”, “몇 년 뒤에도 괜찮아 보일까?”, “돈을 더 쓸 만큼 가치가 있을까?”, “나중에 이 집을 살 사람도 좋아할까?” 계속 이런 식이다.
그래서 이 바카라에는 무엇을 더 해야 하는지보다 무엇을 하지 않아도 되는지에 대한 이야기가 더 많다. 비싸다고 무조건 좋은 것도 아니고, 유행한다고 꼭 따라야 하는 것도 아니다. 때로는 무언가를 더 잘 고르는 것보다 하나를 빼는 것이 더 좋은 선택이라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모든 집을 평범하게 만들자는 이야기일까? 집에 자기 취향을 넣지 말라는 뜻일까?
어느 정도는 맞다.
나는 이 바카라에서 ‘세상에서 가장 나다운 집’을 만드는 방법을 이야기하려는 것이 아니다. 처음 봤을 때 감탄하는 집보다 몇 년을 살아도 크게 후회하지 않는 집, 내가 좋아하면서도 언젠가 다른 사람이 보았을 때 크게 거부감이 없는 집을 만드는 방법에 더 가깝다.
그렇다고 취향을 포기할 필요는 없다. 나는 기준을 하나만 정해두면 된다고 생각한다.
“오래 남는 것은 평범하게, 쉽게 바꿀 수 있는 것은 마음껏 취향대로.”
바닥이나 창호, 주방처럼 큰돈이 들고 쉽게 바꾸기 어려운 것은 조금 보수적으로 고른다. 반대로 가구나 조명, 그림, 소품처럼 비교적 쉽게 바꿀 수 있는 것은 좋아하는 것을 마음껏 고른다. 그래도 충분히 자기 취향이 담긴 집을 만들 수 있다.
그게 내가 생각하는 가장 현실적인 인테리어다.
이 바카라을 읽고 인테리어를 보는 눈이 대단히 높아질 필요는 없다. 자재 이름을 줄줄 외우거나 최신 유행을 꿰고 있을 필요도 없다. 무언가를 권유받았을 때 딱 한 번만 스스로 물어볼 수 있으면 된다.
“이거, 우리 집에도 굳이 해야 하나?”
그 질문 덕분에 하지 않아도 될 것 하나를 하지 않았다면, 그래서 돈을 조금이라도 아꼈다면.
나는 그것으로 충분하다.^^
글을 읽다가 궁금한 점이 있다면 언제든 댓글로 남겨주세요. 제가 아는 범위에서 최대한 답변드리겠습니다.